미술, 도전! (부제: 미술 소녀에 대한 충격)
지난 겨울 생애 처음으로 이탈리아에 다녀왔다. 11세기에 깔려 있는 중세 시대의 도로, 그보다 더 오래된 포로 로마노 시절의 포장도로. 울퉁불퉁한 돌길을 걷기도, 운전하기도 힘든 이 곳에 비둘기는 왜 이렇게 많은지, 새똥은 또 왜그리 많은지... 피렌체와 로마가 대체 얼마나 좋다는 것인지 전혀 공감하지 못하면서 여행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만난 이 곳, '우피치 미술관'. 피렌체 공국을 300년 가까이 지배한 메디치 가문의 미술 소장품을 모아 둔 집무실(왕궁)은 가문의 마지막 상속녀가 '미술관'으로 기증하면서 수많은 진품을 일반인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기독교의 공인 이후 로마의 역사에서 성경에 관련된 그림은 빼놓을 수 없는 미술사로 자리잡게 되었다. 작품을 설명하는 여행 가이드는 대부분 미술을 전공하러 이탈리아를 유학하는 전문가인데, 미술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채색, 구도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왜 저런 색깔로 칠했는지, 저 색깔이 이쁜 것인지... 어떻게 오랜 세월 바래지 않고 보존될 수 있었는지.. 궁금한 것은 많았는데 그게 오랜 관심으로 지속되지 않았다. 미술에 대한 호기심이 어릴때부터 부족했던지라...
1시간이 넘는 우피치 미술관 투어 후 잠시 쉬는 곳에서 찍은 풍경. 이 풍경을 찍고 있을 때쯤, 같이 미술작품을 둘러보던 가족이 보였다. 어린 학생이 손에 책을 쥐고 다니며 미술작품을 계속 구경하는 것이 아닌가. 쉬는 시간 사이에도 가이드의 설명은 계속 되었고, 그 학생은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아하! 우와... 아 맞어!' 와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였다. 내가 슬쩍 부모로 보이는 어른께 "아이가 몇 살인가요?"라고 물었는데,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라는 답변을 듣고는 충격에 빠졌다.
나는 지금도 위 사진에 나오는 조각상들이 왜 아름다운지, 무엇이 미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 땐 들었는데 지금은 다 까먹었고, 앞으로도 한 3~4번은 더 들어도 잘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아는만큼 보인다던 유홍준 교수의 말이 새삼 떠오르고 있었고, 동시에 손에 '미술사'와 관련된 책을 쥐고 다니며 미술관 곳곳을 누빈 6학년 학생의 얼굴도 오버랩되었다.
만약 우리반에 저 여학생이 있었다면? 내가 하는 미술 수업을 보며 속상하거나, 비웃거나, 지겨워하거나, 또는 여러가지 감정을 느꼈을 거란 생각이 스쳤다.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해왔으나, 미술사나 미술을 공부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미대에 가려 했던 예전 학교의 동료 선생님께 미술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한번 물어보려다가, 마음을 접었다. 다른 교과 준비도 벅찬데다 '진지한 고민'이 이뤄질 것 같지 않다는 괜한 우려 때문이다. 이제는 제대로 공부해보고, 고민해보고 싶다. 어떤 작품을 보면 오래도록 감상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를 때까지. 초등학교 미술을 가르치는데 무슨 이런 수준까지 가야 하냐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가장 낮은 수준을 지도하려면 가장 최고의 수준을 경험하거나, 또는 경험해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얻는 즐거움이 교사의 DNA에 있어야만 제대로 가르치려고 '실천'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