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5] 지나치게 생각이 많아질 때
"혹시, 올해가 유난히 힘드신가요?"
어떤 일이든 매일이 쉬운 일은 없지만,
주변에서도 한눈에 나빠진 안색을 알아볼만큼 유난히, 힘든 해가 있었다.
그 해에는 내 실수와 잘못에 대한, 생각이 반복되면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상담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에게 내 상태에 대해 물었는데 체크리스트를 해보라더니, 늘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이 있는 편인데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그게 심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했다.
일종의 ‘강박’이었다. 내 행동과 나의 교실을 스스로 계속 평가했고,
오늘 보낸 하루의 힘들었던 일에 대한 생각을(어떻게 대처했어야 했나? 뭐가 잘못되었나?) 잠들 때까지 놓지 못했다.
받는 스트레스가 더해질수록 걱정은 더해지고 하루를 무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되니, 끔찍한 악순환이었다.
원래는 힘든 일에 대해 대화하고 방법을 찾아보며 극복하고는 했는데, 정말 힘들 때는 생각하기도, 입을 뻥긋하기도 싫다는 걸 그 때 알았다.
몇 주째, 토요일 아침부터 답답함을 느꼈다. 이미 월요일부터 그 이후의 시간까지가 한꺼번에 압축된 시간처럼 느껴지고 있었다. 현재를 전혀 기쁘게 살지 못했다.
죽지 않으려면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접하게 된 많은 책과 명상가, 상담학회에서 말하는 공통적인 수행 방법이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라는 것이었다.
처음엔 참 생뚱맞은 소리 같았다.
뜬구름 잡는 소리.
현재 상태를 분석하는 대신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자!’는 공허한 외침이 가득한 계발서는 폐기처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이것도 그런 부류의 이야기인가 했다. 그래도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력을 했다. 하루 5~15분 정도, 아침과 저녁에 마음을 살피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하는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그런데, 별로 나아지지 않는 듯했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했다.
더 힘든 시행착오를 겪은 뒤에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 이유는 이랬다.
과거와 미래의 걱정을 잊고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할 때,
나는 지금 이 순간의 내 생각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사실은 어떻게 하면 미래에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를 마음 한켠에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마음에 온전히 귀기울여 준 게 아니라,
고통에서 얼른 벗어나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이 순간에 집중하려고 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아직 벗어나지 못했단 말인가, 하며 내 한계를 계속 반복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고민하던 것을 반복한 것밖에 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당장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은데.
오히려 반대로 해야 했다. 지금 당장 벗어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저항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괴로운 상황에서, 어떻게 억지로 괴롭지 않을 수 있겠나.
지금의 외로움을,혼란을, 우울을
그래, 지금 난 이런 마음을 느끼고 있나보다. 하고 충실히 느낄 때,
마치 정신없는 어린아이처럼 내 방에 찾아든 그 감정에게
함께 해보자고 말하고, 지금 찾아오는 감정을 굳이 막으려고 하지 않을 때,
이상한 평화를 느꼈다.
오히려 감정의 화살을 빼곡이 온몸에 맞고 느낄 것이라고 결심할 때.
감정의 주도권을 내가 잡는다고 생각하고,
특히 생각의 내용 중에 나를 탓하고 비하하는 부분이 있으면
당장 “그만!”하고 멈출 때 변화가 찾아왔다.
뜨거운 숯을 쥐면 바로 던져버리는 것처럼 그렇게 순식간에 멈춰보려고 노력했다.
물론 그것조차 통하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미리 대비한다고 미래의 고통이 다 막아지는 건 아니었다. 당연하게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