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산다-1] 교내문화예술경연대회 하는 날
교내문화예술경연대회라는 행사가 있다. 그런 비슷한 이름의 행사를 하는 학교도 있고, 그렇지 않은 학교도 있다. 대구의 대부분의 학교는 이 대회를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행사로 주로 4시간 정도, 글쓰기와 그리기, 만들기, 꾸미기, 서예 등의 영역 중 선택하여 참여하면 이 중에 우수작품을 심사하여 상을 주는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회를 하기 전에 미리 어떤 주제와 영역이 있는지 알려주고 아이들은 그 중 자기가 하고 싶은 영역을 골라 미리 구상을 해 온다.
(잠시 옆길로 새면, 자신의 실력 대신 부모님이나 학원 선생님이 예시작품을 미리 제작하여 학생이 그 내용을 바로 쓸 수 있도록 연습하는 경우도 많이 보았다. 아무튼 학교에서는 직접 베끼지는 못하게 되어 있지만, 이미 두뇌에 입력된 내용을 막을 수는 없으니. 그래서 여태는 서툴더라도 아이만의 참신한 생각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여 점수를 매기는 쪽으로 주장했다. 아 물론, 대회 당일날 저 무슨 종목입니까? 하는 아이도 있다. ㅠㅠ)
대회에 참여하기 전 아이들에게 조사를 하는데, 도전감을 가지고 준비하는 아이도 있지만 정말 귀찮아하고 괴로워하는 아이들이 있을 때 난감하다.
맨 처음엔 안 좋은 표정과 볼멘 목소리로 반박하는 아이를 보면 '얘가 나한테 딴지를 걸고 있나?' 하고 화 나고 속상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더랬다. 시간이 지난 지금도 그런 마음은 여전히 들지만 아, 이 아이가 이걸 하기 싫은 마음이 커서 지르는 비명이지, 꼭 나를 향한 악의로 그런 건 아니야. 하고 한 번 더 생각한다.
어쩌면 이 아이들은 나이가 든 만큼 꾀가 생겨서 대회란 게 고생에 비해 자존심은 상하고 큰 의미가 없더라는 큰 깨달음(?)을 얻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누적된 무기력함은 아이들이 계속 낙담하게끔 만든 환경의 탓이 크다. 아이들이 처음부터 무기력하지는 않으니까.
오히려 몇 년 전 이 아이들은 분명, 근거 없이도 자신감으로 넘치는 모습이 참 귀여웠을텐데 말이다.
상은 꼭 받고 싶어서, 부정행위인지도 모르고 대놓고 부탁하고 섭섭해서 울려고 하는 아이를 본다. 또래보다 그림 기능이 많이 늦은 편이지만 아직은 상처입은 아이의 특징을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아이가 몇 년 후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많은 좌절을 맛보고 어쩔 수 없이 삐딱하기를 택할지도 모른다. '공부상처'(김현수)가 문득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