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돌 진로교육 도전기 : 부동산 부루마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동산 개념을 빼먹을 수는 없다.
어떻게 하면 교실에 적용할 수 있을까 정말 고민했다.
처음 선택한 방법은 월 초에 자리를 사면 그 자리에 앉을 수 있고, 또 하나 사면 임대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단 한 번도 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까?
우선 자리가 비싸다. 도입할 때 "원래 실제 사회에서도 부동산이 제일 비싼 거야~"라면서 설득했지만 부담스러웠나 보다.
무엇보다 한 달마다 리셋이 된다. 실컷 비싼 돈 주고 자리를 샀는데 한 달 뒤면 도루묵이다.
나 같아도 안 살 것 같기는 하다..
리셋을 시킨 이유는 자신이 산 자리에 계속 앉을 수 있도록 하면 친한 친구들끼리 뭉쳐 분위기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처음 바둑돌 시스템을 알려준 인천 친구에게 물어봤다. 부동산 개념을 어떻게 적용하는지.
그 친구가 알려준 방법은 너무 신선했다. 바로 부루마블이었다.
부루마블 게임은 다들 해 봤을 것이다.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주사위를 굴려 남의 땅을 밟으면 돈을 내야 한다.
이것을 교실에 그대로 적용한다.
자리를 사고, 건물을 짓고, 자리 뽑기를 통해 남의 땅에 걸리면 바둑돌을 낸다.
난 처음 이 개념을 듣고 도입을 하지 않았다.
너무 현실과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 곳을 주사위를 굴려 정한다고? 말이 안 됐다.
하지만 교실과 현실은 분명 달랐다.
실제 사회처럼 자신이 산 자리를 계속 앉는 것도 무리수였다.
시스템 변화 없이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결국 아무도 부동산을 사지 않고 졸업할 것 같았다.
땅을 사고, 임대를 주고, 주세를 걷는 경험을 시키고 싶었다.
결국 부루마블 시스템을 도입했다.
"선생님은 여러분이 꼭 부동산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경험을 시키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 시스템에선 아무도 자리를 사지 않아요.
비싸기도 하고, 한 달이 지나면 그 돈이 사라지니까요.
그래서 새로운 부동산 시스템을 도입합니다."
10월 초였다.
"바로 부루마블 시스템입니다. 여러분이 땅을 사면, 지금부터 그 땅은 앞으로 여러분 것이에요.
한 달이 지나도 뺏지 않습니다. 다만 그 자리에는 앉지 못해요."
"그럼 그 자리는 누가 앉아요?"
"랜덤입니다. 뽑기를 돌려서 그 자리에 걸리면 땅 주인에게 일주일마다 바둑돌을 3개씩 줘야 해요. 일주일마다 줘야 해서 그 돈을 '주세'라고 부릅니다."
물론 건물도 지을 수 있다.
"땅을 사면 그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요. 바로 건물입니다. 건물은 주세 5개예요. 건물 다음은 빌딩. 주세 7개입니다."
"주세 내기 싫으면요?"
"그러면 땅 주인과 협상해서 그 땅을 살 수도 있어요. 그건 개인 거래입니다. 자유롭게 거래하고 정부에 보고만 하면 돼요."
다음 자리 바꾸기까지 2주 정도 남았다.
"다음 자리 바꾸기까지 땅을 판매할게요. 무엇보다 땅을 산다고 여러분 돈이 사라지는 게 아니에요. 여러분이 돈을 은행에 맡긴다고 그 돈이 사라지나요?"
"아니요."
"똑같아요. 부동산 개념은 돈을 그 땅에 묻어둔다고 생각하면 돼요. 사라지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겁니다."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과연 아이들이 땅을 살까? 건물 짓는 아이도 있을까?
교실 앞에 땅 판매를 위한 종이를 게시했다.
실제로 꽤 많은 아이들이 땅을 샀다.
심지어 가장 비싼 빌딩까지 짓는 아이도 있었다.
자리 바꾸기 직전에 노란색으로 땅 주인과 부동산 종류를 써 놓으니
관심 없던 아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더 구입했다.
결국 주세를 낼 필요가 없는 '행운의 땅'은 네 자리밖에 남지 않았다.
자리별로 뽑기 프로그램을 통해 랜덤으로 아이를 뽑고
그 자리에 흰색으로 이름을 썼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0월까지 한 명도 자리를 사지 않았는데,
부루마블 시스템을 도입하니 10명이 넘는 아이들이 바둑돌을 꺼내 들었다.
물론 실제 사회와 다르긴 하지만,
부동산 개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성공이다.
내년에는 1학기 중반부터 도입해서
수요에 따라 부동산 값이 오르고 내리는 상황을 유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