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知의 세계] 그림으로 글을 쓰는 문자도 (1)
문자도 (文字圖)
그림 문자, 글자 그림.
그림으로 글자를 표현한 것, 글자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
어떻게 해석해도 말이 됩니다.
조선시대 예술의 한 획이었던 '문자도'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한글이 창제되었어도 조선시대에는 한자로 된 책이 많았습니다.
중국에서 넘어온 책들은 당연히 한자로 되어있었기 때문에 일반 백성들은 '배움'의 문턱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높았죠.
그래도 백성들에게 인간의 도리를 널리너리 알리기 위해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담아냈습니다.
문자도는 글자의 의미를 활용하기 때문에 '표의문자'를 사용하는 문화권에서만 나타나는 아주 특별한 예술 장르입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공익광고 정도.
시간이 흘러 조선 후기에는 민화와 함께 일반 백성과 양반 모두가 누리는 미술이 되었습니다.
교훈을 담은 문자도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이 바라는 바를 글자와 함께 물건, 동물, 식물을 그려 넣어 부적처럼 사용하기도 했다는 사실.
그래서 문자도의 또 다른 별명은 꽃 글씨, 그림 글씨, 혹은 '서화도'라고 도 했습니다.
여러분과 하나씩 씹고 뜯고 맛볼 문자도는 '효제충신 예의염치' 문자도 입니다.
효제충신 예의염치 (孝悌忠信 禮義廉恥 )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 좋고, 나라에 충성하며, 신의를 잊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예의를 바르게 하며 외로움을 지키고 청렴한 마음을 가지며 항상 부끄러움을 알아야한다.
문자도의 정석이라고 할 수 있는 '효제충신 예의염치'.
글자 하나 안에 3가지 이야기가 들어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소설책 한권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이 문자도.
#효(孝)
첫 글자인 '효(孝)'를 크게 보여드릴 건데, 어떤 물건이 3가지 들어있는지 찾아보세요.
찾으셨나요?
맞습니다.
잉어, 죽순, 부채.
#잉어
옛날 중국에는 '왕상'이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아픈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왕상은 매일같이 어머니만을 생각하며 어떤 것을 해드려야할지 고민하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상은 '잉어'가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줄 중요한 약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당장 잉어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왕상.
하지만 때는 겨울이었습니다.
그 어딜 가도 물은 얼어서 도저히 잉어를 구할 수 없었죠.
하지만 왕상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잉어가 저 아래에 있단 말이지. 못할게 뭐 있느냐. 깨부숴버리자."
모두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왕상은 두꺼운 얼음을 깨고 잉어를 잡았습니다.
그렇게 잉어를 잡은 왕상은 곧장 집으로 달려가 정성과 땀으로 잉어를 푹 고았습니다.
잉어를 먹은 어머니는 병이 낫고 왕상은 어머니와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죽순
이번에는 '맹종'입니다. 중국 오나라의 평범한 백성이었던 '맹종'은 나이가 많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맹종의 어머니께서
"맹종아, 보드라운 죽순이 먹고 싶구나."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맹종은 그 말을 들은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왜냐하면 죽순은 한 여름에 장맛비를 맞고 자라는 대나무 순이기 때문에 겨울에 구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기 위해 대나무 숲으로 갔습니다. 하지만 무슨 수로 한겨울 대나무 숲에서 죽순을 구한단 말입니까.
맹종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 불효자, 죽순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맹종의 눈물이 흘러 땅에 닿는 순간.
갑자기 땅에서는 죽순이 고개를 내밀고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하늘이 저를 도우셨습니다."
맹종은 하늘에 감사하며 죽순을 가지고 가 어머니께 맛있는 요리를 해드렸다고 합니다.
#부채
중국 한나라에 살았던 '황향'은 동네에서도 소문난 둘도 없는 효자였습니다.
에어컨은 무슨, 선풍기도 없던 그 시절 여름은 정말 이겨 내기 힘들었죠.
황향은 부모님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주무시는 모습을 보고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주무실지 고민했습니다.
황향은 부모님이 주무시기 전에 부채로 열심히 베개를 시원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팔은 저려왔지만 부모님이 시원하게 주무실 생각에 황향은 하나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효를 보여주는 이야기들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가 한자로 되어있어 어린아이나 백성들이 알기에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세 가지 이야기를 글자에 그림으로 그려 넣었고 누구나가 쉽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로 전해졌습니다.
단순히 장식을 위해 그려진 그림이 아닌 문자도.
그 속에 그려진 소설책을 계속해서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