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나래
관계와 참여를 위한 학급운영의 실제 2
상상에 날개를 달자! 상상나래
3년 전 일입니다.
아침 자습시간에 하는 활동은 그동안 크게 별 탈없이 해 왔습니다.
별로 안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었지만 소수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3년 전에 만난 아이들은 달랐습니다.
독서를 시키면
"선생님 책 읽기 싫어요."
즐거운 반 분위기를 위해서 같이 노래를 부르면
"선생님 저 노래 부르기 싫은데요? 이거 안하면 안돼요? 목만 아파요"
몸풀기 체조나 요가를 하면
"선생님 그냥 좀 내버려 두세요. 가만히 있고 싶어요."
저를 시험에 들게 하더군요.
아침 자습 문제로 아이들과 학급회의를 하고 그동안 해왔던 것들을 모두 돌려보았건만 아이들은 그냥 귀찮으니 내버려두라고 했습니다.
그동안 해왔던 방법들로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고민 끝에 도달한 결론은 '교사가 시키는 것에는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였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하게 하자!'
구글은 독특한 기업문화로 유명합니다. 그중에서도 '놀면서 일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러한 문화에도 원칙이 있습니다. 바로 '결과'를 중요시 한다는 것입니다.
자유를 줄테니 책임을 져라! 직원에게 자유를 보장해주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입한 것은 아침활동을 학급동아리 활동으로 전환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침시간에 자유를 주겠다!'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과 회의해서 이름을 정했습니다.
' 끼와 생각이 넘치는 상상나래'
상상나래 활동을 통해 다음과 같은 잇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유로운 아침활동을 하며 책임감을 키워나갈 수 있습니다. 자유를 주되 반드시 책임을 집니다. 그리고 책임을 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자신의 관심사를 꾸준히 하는 학급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진로교육과 자연스럽게 연계가 되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해보면서 그 분야의 장단점을 분석할 수 있게되고, 자신의 재능을 펼쳐보이고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한번의 활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기별로 4번의 활동을 통하여 심도있는 활동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발표실력이 향상되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완수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 발표까지 해보면서 메타인지를 키우고 프로젝트 학습법을 익힐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상상나래 활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상상나래의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아침자습 학급동아리활동 '상상나래'
1. 상상나래 방법 학생안내
상상나래 하는 방법을 학생들에게 안내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할 수 있다! 단, 학교이기 때문에 '교육적이지 않은 것'과 '다른 친구들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는 것'은 제외하기로 했습니다.
도입할 때 만들 수 있는 부서의 종류들을 말해주는 것은 학생의 흥미를 유발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반에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부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연극부, 만화부, 댄스부, EDM(Electronic Dance Music)만들기부, 큐브부, 무비애니메이션부, 점토만들기부, 놀기부, 네일아트부, 로고 그리기부 , 요리부 등
소개를 하고 나서 며칠간의 여유를 주어 학생들이 충분히 자신이 원하는 부서를 만들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2. 포스터 작성
자신이 만들고 싶은 부서를 정하고 계획을 간단히 세웁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계획을 적어서 제출합니다.
선생님과 상의 후에 통과가 되면 포스터를 작성해서 회원을 모집할 수 있습니다.
팀원 모집 포스터
포스터에는 팀 이름과 팀장이름 그리고 활동계획을 간단하게 적습니다. 그것을 보고 반 친구들이 지원을 하게 됩니다.
팀에 들어가지 않을 경우 개인 활동을 해서 발표를 해야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팀에 들어가고 들어가지 못한 아이들은 선생님의 중재와 도움으로 모두 부서 안으로 들어가도록 합니다.
3. 활동계획짜기
발표계획안내 : 2달동안 활동하고 마지막 주 아침자습 시간에 한팀씩 발표를 합니다.
부서원 모집이 확정되면 이제 본격적인 활동계획과 규칙을 작성합니다 .
규칙은 모두가 책임감 있게 활동 할 수 있는 항목을 꼭 넣도록 합니다.
4. 활동 시작
아침에 오자마자 시간표대로 교과서를 챙기고 상상나래 활동을 시작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기때문에 자발적으로 학생들이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팀장이 활동기록지에 매일매일 그날 한 활동과 활동평가를 한줄로 기록합니다. 간단한 기록이지만 이것을 확인함으로 인해서 매일매일의 진행상황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합니다.
상상나래 일일 활동 기록표
중간에 탈퇴를 하고 싶은 아이들
활동을 하다보면 '탈퇴'를 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럴 경우 상상나래 시작 2주일 안에는 탈퇴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아래의 학습지를 작성하게 합니다. 2주일이 지나면 탈퇴를 할 수 없습니다. 이미 활동이 많이 진행된 상태라서 힘들더라도 자신이 책임지고 끝까지 완수하게 하는 편입니다.
중간 탈퇴를 원할 경우 쓰는 '심사숙고 계획서'
중간점검
활동을 하다보면 계획과 자신들이 하는 활동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 교사가 한번 점검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2달동안 하는 활동이기에 목표와 활동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나 계획대로 잘 운영되지 않을 때 교사가 도움을 줍니다.
5. 발표준비 및 점검
발표에 필요한 도구, 발표대본등을 짜게 합니다.
그리고 발표를 준비할 시간을 마련해줍니다.
활동 과정도 중요하지만 발표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표를 잘하려면 발표연습을 많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점검해주면서 장점과 보완점을 이야기해 줍니다.
6. 발표는 축제다
발표는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것을 모두에게 소개하고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발표는 팀원 모두가 돌아가면서 빠짐없이 발표합니다. 그리고 활동과정에서 새롭게 알게되거나 기억에 남는 일들을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발표하는 발표
디자인부의 발표 결과물- 발표 후 친구들에게 선물함
발표를 하고 나면 장점 위주로 청중에게 소감과 질문을 말하도록 합니다.
마무리로 교사가 격려와 축하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여러분이 2달동안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그 결과를 나누었어요.
발표를 하고 나니 어떤가요?
뿌듯한 친구도 있고 아쉬운 친구들도 있을 거예요.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활동하고 발표한 우리 모두에게 박수를 쳐 주세요."
그리고 시간이 된다면 축하하는 의미로 놀이의 시간을 갖습니다.
7. 결과물 전시
활동 결과물이 있다면 사물함 위에 친구들이 볼 수 있도록 전시를 해 놓습니다. 결과물들은 자신들의 포트폴리오가 됩니다.
지금껏 아침활동 상상나래는 유지되고 있고 학급에서 하는 활동 중 가장 좋아하는 활동입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면서 재미와 더불어 성장의 기쁨까지 느낄 수 있습니다. 동기없는 아이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 뿐입니다.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자발성은 길러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