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 동료장학 공개수업일
교내 자율 장학 계획이 안내된 날부터 나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까지 일반 학급을 맡았던 것과 다르게 다문화특별학급에서는 1:1이나 1:2 수업을 하는데 어떤 식으로 수업 공개를 해야할까? 싶었던 것이다. 주로 한국어(내지 국어)와 수학 수업을 하는데 다인수를 대상으로 하는 수업과 다르게 특별히 보여줄 만한 것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고학년 학생들과는 국어와 수학 수업을 하는데 처음에는 전년도의 관행대로 국어 시간에 독해문제집을 풀다가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알고 온책읽기 수업으로 바꿨다. 15분 정도 책을 읽고 20분은 독후활동을 하는데 공개수업을 하기에는 어딘가 밋밋함이 있었다. 수학 수업은 말 그대로 원리를 이해하고 문제를 풀고 연습하는 것이 주가 되다 보니 역시 과외수업과 같은 것을 공개한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졌다. 35분을 허투루 보내거나 대충 수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좀 더 교육자적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민하고 고민하다 결국 난 2학년 학생과의 한국어 수업을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 대상자인 김○○ 학생은 한국인과 일본인 사이의 다문화 학생으로 말하기는 능숙하게 할 수 있지만 읽기와 쓰기가 서툰 학생이다. 읽기는 한 낱말씩 끊어 읽기는 잘하지만, 소리의 연음법칙에 맞게 자연스럽게 읽는 것이 어색하며 쓰기는 몸서리치며 싫어하는 학생이다. 다소 산만하며 주의 집중력이 짧고 감정에 따라 제멋대로 행동하는 기분파이다. 그래서 이 학생과 수업할 때는 주로 놀이 활동 준비를 많이 했다. 놀이 활동을 통해 짧은 주의 집중력을 극복하고 거부감을 느끼는 쓰기 활동을 자연스럽게 놀이와 연결해서 반복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긴장한 것과 달리 수업은 계획한 대로 물 흐르듯이 잘 진행되었다. 학습 목표는 ‘규칙이나 금지사항을 말할 수 있다.’였다. 한 차시 수업을 통해 규칙에 대해 알아보고 규칙이나 금지사항과 관련된 말을 알아보고 써 보고 내면화하는 활동으로 수업 흐름을 구성했다. 전차시를 복습하고 자연스럽게 학습 목표를 제시하고 KSL한국어 교재를 살펴보며 배울 내용을 살펴보고 자연스럽게 놀이 활동으로 넘어갔다. 그림과 글자 연결하기, 빙고 게임, 말판놀이 활동 후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에 지켜야 할 규칙을 말해봤다. 그리고 마무리 활동으로 우리반 규칙을 만들어보고 규칙왕 뽑기를 해보았다. 활동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하진 않을까 우려했지만 집중력이 짧은 김○○학생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구성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35분간의 수업을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교감 선생님께서도 1:1 지도로 아이 한 명에게 맞춤식 수업을 재밌게 잘 구성한 것 같다고 하셨고 수업을 참관한 영어 선생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해 주셨다. 이제 내가 할 일은 매일을 특별수업처럼, 공개수업처럼 학생 한 명에게 최적화된 유익하고 재미난 수업을 하는 것일 것이다. 하이타니 겐지로의 말처럼 특별방송 같은 수업을 만드는 것이 바로 교사의 전문성이라 생각한다.
연재 목차
[다문화 교육]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1)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2) 수천만원 단위의 예산을 쓰는 법
3) 다문화특별학급 도교육청 점검일
4)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5)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낙인찍지 않기
6) 동료장학 공개수업일
7) 번외편- 꿈터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