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교육] 수천만원 단위의 예산을 쓰는 법
바로 전 해에는 양성평등 예산 150만원 쓰는 것도 버겁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의 수십배가 넘었다. 처음으로 어마어마한 예산을 받으면서 이걸 어떻게 써야 할지 골머리를 앓았다. 처음엔 대강 뭉뚱그려 예산 계획서를 써 내려가 결재를 받고자 했다. 내가 작년 예산안을 참고하여 만들었다고 하자 교감 선생님께서,
“작년 계획서를 참고하지 말고 ○○○ 선생님화 해서 만들어야죠.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 건지 명확히 나와야죠.” 하셨다.
나는 아니 1년 동안 쓸 수천만 원 예산을 어떻게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3월 초에 다 나온다는 건지 머리가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쩌겠을까? 내가 맡은 업무인데... 나는 한글 문서를 켜놓고 예산 항목을 분류하고 같은 항목을 왼쪽에는 다문화특별학급 예산, 오른쪽에는 한국어학급 예산으로 나누어 (한국어학급은 다문화특별학급 입급 전 예비학교 개념으로 기초수준의 한국어를 학습한다.) 100만원, 50만원 식으로 예산을 쪼개서 적어놓았다. 그리고 검색에 들어갔다. 지역교육청 인력풀에서 내가 생각하는 키워드로 검색해보고, –다문화 동아리 활동을 구상하기 위해 여러 예술 활동 강사를 검색해봤다- 꿈길 사이트에서도 여러 키워드를 검색해 다양한 강사들을 찾아봤다. 그렇게 여러 동아리 프로그램과 예술 체험 프로그램 강사와 컨택트하고 대략적인 비용을 물어보고 계획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 외에는 또 어디다 쓰지? 생각하다가 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교사들 대상으로 책을 많이 사준 경험을 떠올려 교원 연구비로 책을 사야겠다고 계획했다. 그리하여 그것도 예산 항목으로 설정하였다. 환경개선비로 블라인드 구입비도 넣어두었다. 다문화 강사샘들이 교실에 설치된 대형 거울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하여 가릴 목적이었다.
다문화 협력학급별(원적학급 반) 예산도 배분하였다. 사제동행 동아리를 구성하여 학급별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제동행 동아리는 학급별 10만원씩 배분한 후, 협력학급이 모두 모여서 하는 동아리 프로그램 예산도 배분하여 공통 프로그램 또한 구성했다.
학급 운영비와 교재 교구 구입비는 대략적으로 계산했다. 업무 부담이 되지 않도록 300,000원*3회 이런 식으로 쪼개서 예산을 나눴다. 원격수업을 대비한 태블릿 구매 비용도 따로 책정했다. 학부모 대상으로 한 연수비도 책정했다. 이런 식으로 예산을 쪼개니까 얼추 얼개가 나왔다. 그것을 들고 부장선생님, 교감선생님, 행정실장님을 차례로 찾아가서 결재를 받았다. 이렇게 해서 수천만 원 예산을 쪼개고 계획안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큰 단위의 예산을 쪼개다 보니까 처음엔 총 합계금액이 안 맞는 실수도 하였다. 다행히 결재가 나기 전에 발견하여 재빨리 수정하였다. 모든 예산 사용 권한이 나에게 주어지지만 그만큼 책임감도 커지는지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교감 선생님 말씀대로 나름대로 구상하고 나만의 계획을 다 세우고 나니깐 1년의 흐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는 듯 했다. 2학기 말에 보고서가 부담되긴 하지만 이렇게 한번 하고 나니 앞으로는 목적 사업비 쓰는 게 그리 두렵진 않을 거 같다.
연재 목차
[다문화 교육]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1) 다문화 특별학급의 한해살이
2) 수천만원 단위의 예산을 쓰는 법
3) 다문화특별학급 도교육청 점검일
4)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교육
5) 다문화가정 어린이를 낙인찍지 않기
6) 동료장학 공개수업일
7) 번외편- 꿈터 학생들과의 즐거운 일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