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미술시간] 시작하는 글
작년 제자 하리가 주말에 문자로 보내준 것이예요. 선생님 생각나서 <마음을 보는 거울>을 들고 있는 손을 그려봤다는데 이런 저런 주문을 했더니 거울을 보고 있는 자기 모습을 더해 보내왔습니다. 이렇게 미술이란 미술시간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 못가는 시간이 길어져 지루해진 일상에 작년의 인연을 불러 오고 또 다시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합니다.
모두의 미술시간이란 주제로 약속기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격수업 자료를 동학년 선생님들과 나누어 만들면서 전공인 미술교과를 맡았습니다. 미술수업을 만들어 가는 과정과 현재진행형인 자료를 더 많은 선생님들과 나누고 싶어 다음과 같은 컨셉으로 이곳에 공유 공간을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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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미술시간'은 말 그대로 모두를 포함하는 미술시간이다. '모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모두는 관계, 다양성, 취향 등과 관련이 있다. 모두는 사람, 자연, 세상을 포함한다. 모두의 미술은 교과서에서만 접하는,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에서만 만날 수 있는 미술만이 아니라, 길에서, 나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모든 시각문화를 포함한다.
"나는 학교 다닐 때 미술을 못했어. 왜냐하면 그림을 못 그렸거든." 이런 말을 많이 들어보기도 하고 하기도 했을 것이다. 이런 반응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성인이 되어도 나는 미술 못하는 학생이었다는 이야기가 왜 자꾸만 반복되는 것일까? 잘 그리고 잘 만드는 실기능력으로만 평가되던 미술시간, 사물을 보고 똑같이 잘 그리던 옆 친구 그림을 보며 좌절하던 시간들. 아무리 쥐어짜려 해도 떠오르지 않는 아이디어를 붙들고자 흰 도화지만 바라보던 경험 기억들이 만들어낸 목소리일 것이다. 또한, 내가 주로한 미술활동이 나의 취향이나 일상생활과는 겉도는 것이 많았을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면, 손선생의 중학교 미술시간에 했던 미술책에 실린 모자이크 작품을 그대로 따라하기 같은 것처럼...
그래서 ‘모두의 미술시간’은 그런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들, 교실 미술에서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선생님들과 그 반 친구들을 위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나의 어린 시절 미술시간을 되돌려주는 시간이 되어, 미술이 얼마나 깊숙이 우리와 관계하고 있는지를 알게 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미술수업에 자신이 있는 선생님들에겐 또 하나의 시각을 얹어 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도 보탠다.
모두의 미술시간에서는 미술을 통해 자연(동물, 식물, 환경 등), 일상생활,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다시 한 번 관계 속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수업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엮을 것이다. 그리고 교사도 학생도 미술(수업)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며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어른이 되어도 미술이 어렵지 않고
학교 다닐 때 좋아한 과목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