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
영원.
스물 일곱에 나는 굳이 그 단어를 ‘사랑’ 앞에 붙여버렸다.
우리가 영원히 사랑할 순 없더라도
동화 속에나 나오는 그 말을 새끼 손가락 걸고 약속한 오늘 이 밤만은
영원히 소중하게 기억되길...
반드시 그것만은 이뤄지길...
- 네이버 웹툰 ‘강변살다’ 中 -
가슴이 떨릴 듯이 행복했던 순간,
그래서 영원하기를 바랬던 순간들이 있지 않으신가요?
누구든지 삶을 살아가다 보면
영원이라는 단어를 그 앞에 붙이고 싶은 순간들이 종종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때로는 아기가 태어나는 순간이...
때로는 연인과 함께 하는 순간이...
또, 때로는 오랫 동안 소망했던 일들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이...
이번주 토요일 저녁,
평소에 많이 좋아하는 웹툰을 보면서
작가가 작품 속에 표현해놓은 여주인공의 가슴 절절한 심리 묘사가 너무 공감이 되어서
굉장히 뭉클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을 가졌었습니다.
그리고 ‘영원’이라는 단어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서
나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다가 영원이라는 단어를 가장 붙이고 싶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먼저 직업.
저는 교사의 길로 들어서기까지 36년이라는 시간을 제법 멀리 돌아서 왔으니
우리 나라에서 교사의 특수성을 생각할 때
저에게는 아마도 교사가 젊은 시절의 마지막 직업이 되겠지요.
물론 예전에 겪었던 경험들도 쌓이고 쌓여
지금의 저라는 사람을 만들어 준 것이고
많이 부족한 제가 조금은 더 나은 교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기에
모두 소중한 경험들이지만
이제 저는 교사라는 직업 앞에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습니다.
그리고 결혼.
교대에 오기로 결심하지 않았었더라면 만나지 못했을 인연을 만났습니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제가 사랑하는 한 사람, 그리고 곧 있을 그 사람과의 결혼 앞에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습니다.
또, 사랑하는 동생들.
교대를 졸업하게 되면 계속 연락이 되는 동생들도 있겠고,
그렇지 않은 동생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동생들 모두에 대한
행복했던 추억과 지금의 이 고마운 마음 앞에는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이고 싶습니다.
그러면서 이 외에도
지금 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영원하고픈 기억들 중 많은 수가 교대와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36살이라는 조금은 늦은 나이에 했었던 저의 선택이 잘 한 것이었구나,
내가 지금 행복하구나,
하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그리고 지금 느껴지는 이 행복한 마음 앞에도 과감히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여봅니다.
이 마음들을 카메라 속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행복했던 지금 이 순간을 평생 기억하며
이 마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께서도
행복했었던, 그리고 행복한 것들을 하나씩 찾아보시면서
앞에 ‘영원’이라는 단어를 붙여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사람에게 영원하고픈 기억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과거에 행복했었고,
또, 그로 인해 지금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증거가 되는 것 같습니다.
P.S.
만화가 예술이나 아니냐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몇몇 사람들 사이에서는 계속 이어지는 주제이지만,
작가가 자신의 마음을 작품 속에 담아내려고 노력했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작품을 통해 그 마음을 따뜻하게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예술이고, 만화의 예술로서의 역할이 아닌가 싶습니다.
또한, 그런 점에 있어서
글과 그림이라는 매개체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만화는
사람에게 감동을 전해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 중 하나가 아닌가 하고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