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어머니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5~6년 전,
제가 회사를 다니며 원룸에 살던 시절,
저희 집 옆 라인에는 90살이 넘으신 할머니와 70살이 넘으신 할아버지가
함께 살고 계셨습니다.
늘 조심 조심 할머니를 부축하며
몇 개 안되는 계단을 함께 내려오시던 할아버지는
아침마다 할머니를 휠체어에 태우시고, 산책을 나가시고는 하셨습니다.
매일 밤늦게 퇴근하는 저였기에 가끔씩 집에 들어가고 나올 때 마주치게 되어도
가벼운 눈인사 외에는 별다른 표정 없이 지나치기는 했지만
어찌된 연유인지 늘 궁금했었기에
어느 날 원룸 앞 편의점에서
우연히 만난 할아버지와 함께 걸어 오면서 용기 내어 여쭤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께서는 쓸쓸한 표정을 지으시며
10여 년 전 아내와 사별한 후,
어머니를 모시고 이 곳으로 왔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으시다고...
10여 년 전 갑자기 곁을 떠나갔던 사랑하는 아내처럼
연로하신 어머니께서도 언제 어떻게 되실지 모르기 때문에
아내가 살아 있을 때, 잘 대해주지 못했던,
후회만으로 가득한 지금의 이 모습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그래서
늘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 하루 본인이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다 해드리면서 살고 있으시다고...
슬픈 표정으로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회사를 그만 두면서
인사 한 번 드리지 못하고 멀리 이사 온 지금
문득 그 때 그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할머니.
아니 어머니.
자식들을 위해 평생을 염려하고 헌신하며 살아가시는
어머니들이 계시기에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갑니다.
세상에 어머니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