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 공통어: 사랑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만국 공통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을까요?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개인의 생각에 따라 다른 것이기에
무수히 많은 답이 존재하겠지만
어떤 사람은 영어가,
어떤 사람은 웃음이,
어떤 사람은 몸이,
어떤 사람은 음악이,
어떤 사람은 숫자가
만국 공통어라고 많이 답을 하고는 합니다.
저는 현재 38살,
늦깎이 교대생임과 동시에
충청북도 청주시 분평동에 있는 작은 학원의
고등부 전담 영어 강사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는 원래 전공이 전자 공학이었어서
영어보다는 수학을 더 잘 하기 때문에
만약 저에게 학원 강사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수학 강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우연치 않게 기회가 생겨서 영어 강사 자리가 빈 학원에
영어 강사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이것 저것 제가 원하는 일자리를 고르기보다는
늦은 나이에 교대에 입학했기에
학교를 다니는 동안
적게라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가 필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처음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게 된 학원 강사일이,
그것도 원했던 과목이 아닌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일이
제 생각대로 잘 될 리가 없었습니다.
좌충우돌.
긴장과 실수의 연속.
아마도
학원에 예민한 학생들로 가득했다면
저는 초반에 잘렸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많이 부족했던 저의 수업에도 불평보다는 애정 어린 말과 행동을 나누어 주었던
(물론 때로는 피곤함과 지루함에 졸기도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너무나도 착하고 순박한 학생들.
그 곳에서 처음 만났던 그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서로 마음을 나누는 가운데
저는 강사로서 학생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가르치는 실력은 여전히 많이 부족한 저이지만,
그 학생들에게 받은 애정을 어떻게 돌려줄 수 있을 지를 고민한 끝에
공부를 하고자 하는 열의를 가지고 있는데도
어떻게 공부하는지를 몰라서,
혹은 그 동안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어서
고등 영어를 따라오기 힘들어 하는 학생들 몇몇에게
개인 시간을 쪼개어
1:1로 일주일에 한 시간씩
기초 문법을 가르쳐주는 방법으로
그러한 애정들을 조금씩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이것은
제가 처음에 원했었던 수학 과목을 가르쳤다면
기초 공부의 양이 방대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수학 과목의 특성상
도저히 불가능했을 일이었기에
원하지 않았었던 영어 강사로서의 일을 시작한 것에 대해서
이제는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제가 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들이 무엇일까에 대한
소명같은 것도 갖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만국 공통어가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사랑’ 혹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사랑은,
서로에 대한 애정은,
공통 분모가 없는 사람들에게도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게 하며,
때로는 놀라운 기적같은 일들을 행하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몇 년 후,
제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되었을 때도
지금 학원의 고등부 학생들에게 배웠던 이러한 애정 어린 마음들을 가지고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사랑과 소명이 가득한,
그런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