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나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지나간 나이를 돌아봤을 때,
늘 그 나이가 '아직 늦지 않았었던 나이였다'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동생들에게 ‘너는 아직 늦지 않았다’라는 조언을 해주고는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왜 깨닫지 못할까요?
왜 우리 중 많은 수는 20대든, 30대든 아니면 그 이상이든
현재 내 나이가 항상 많다고 생각하며
지금 무엇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만 생각할까요?
저는 37살이고, 청주교육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예비교사입니다.
서울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전자 공학을 전공하였고,
취업이 잘 되는 전공 덕에
큰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물론 중간 중간 마음이 끌리는 것들을 하며
재즈 뮤지션 및 CCM 단체의 세션으로서의 생활,
조그만 락바에서 바텐더로서의 생활,
백화점 네파 매장에서 판매원으로서의 생활,
사회인 야구단의 회장으로서의 생활,
학원 강사로서의 생활 등을
취미로, 아르바이트로, 혹은 반 직업으로 경험해보기는 했지만
그 어떤 일이든 잠시 즐겨보는 일탈에 불과했을 뿐
제 머리 속에는 항상 ‘빨리 졸업해서 자리를 잡아야지,
모든 것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야‘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한 생각 때문에 제가 초등학교 선생님이 제 적성에 딱 맞는 직업이라는 사실을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발견하고도
그 당시에는 모든 것을 그만 두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얻지 못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던 저에게도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읽으며 떠오른
하나의 깨달음이 있습니다.
“지금에 와서 22살의 나이를 돌아봤을 때, 그 나이가 전혀 늦은 나이가 아니었듯이
현재 나이도 비록 늦긴 했지만, 40살이 넘어서 또 지금을 바라보면
지금 시작해도 완전히 늦은 것만은 아니었었다라고 분명히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그 하나의 깨달음 덕분에
현재는 22살 이후에 가장 하고 싶었었던 길 위에 제가 서 있고
저보다 많게는 17살, 적게는 10살 가까이 어린 동생들과 함께 하는
‘두 번째 스무 살’과 같은 ‘행복한 예비교사로서의 삶’이 저에게 축복처럼 주어졌습니다.
22살의 나이도,
25살의 나이도,
30살의 나이도,
회사를 그만 두기로 결심하기 직전이었던 34살의 나이까지도
저에게는 늘 늦은 나이들이었지만,
35살 이후의 나이들은 더이상 저에게 늦은 나이가 아닙니다.
저는 여기에 계신 많은 현직 선생님들에 비해
지식도 부족하고, 현장 경험도 부족하며,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 역시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전혀 교사와 관련이 없었었던 한 사람의 입장에서
그리고 아직 교사가 아닌 한 사람의 입장에서
교육과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대로의 생각들을 써내려가려 합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늘 같은 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존재하며,
누구든 시기와 상관없이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제가 앞으로 만나게 될 수많은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응원하며,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교사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래봅니다.
마지막으로 법정 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저에게 지금의 커다란 행복을 선물해주었던 그 부분을 소개해드리고 글을 마칠까 합니다.
항상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한 꿈과 기대를 품으며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나는 서있을 때는 서 있고,
걸을 때는 걷고,
앉아 있을 때는 앉아 있고,
음식을 먹을 때는 그냥 먹는다.
하지만 당신들은
앉아 있을 때 벌써 서 있고,
서 있을 때 벌써 걸어가며
걸어갈 때는 이미 목적지에 가 있다.
아름다운 마무리란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아는 것이다.
과거나 미래의 어느 때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순간임을 알아야 한다.
아름다운 마무리는
지나간 모든 순간들과
기꺼이 작별하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들에 대해서는
미지 그대로 열어둔 체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인다.
저마다 최선의 장소는
현재 자신이 처해 있는
바로 그 자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법정, 아름다운 마무리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