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년 '시'스템] 아름다운 '동시' 만들기 - 6. 저 인간의 빈틈이 보일 때
동(학년) 시(스템) 만들기를 주제로 쓴 연재글은 지난 7월 23일 이후로 올라오지 않았다. 그간 꽤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어려움과 학교 내외의 다양한 어려움, 갈등이 지속되면서 글을 쓰기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덧 이 학년을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서, 솔직한 심정으로 그간의 일을 되돌아보기로 하고 다시 하나씩 짚어 본다.
빈틈 노리기?
우리 학년은 결론적으로 학기 초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서로를 돕고 지지하며 성장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동학년으로서 1년을 잘 지내기 위해 다양한 워크숍, 프로그램을 이수하거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 등도 중요한 부분이겠지만, 결국 사람이 별로면 아무 것도 좋게 끝날 수가 없다. 우린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결국 사람이 좋았기 때문에 끝까지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갈등의 상황 속에서도 슬기롭게 헤쳐 나갔다.
그렇다면 개념 정리부터. 사람이 별로라는 말은 무엇인가? 이를테면, 먼저 나서지 않거나, 먼저 나서는 사람이 있으면 응원하는 척만 해주거나, 먼저 나서는 사람을 돕겠다고 하면서 오히려 짐이 되는 경우가 '별로'인 사람들이다. 물론 세상에는 '별로'인 사람보다 더 심한(?) 사람도 많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에 사람이 별로라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싶진 않다. 그냥 내가 혼자 다 해내면 된다는게 내 마인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동학년은 내가, 또는 다른 사람이 혼자서 다 해내는 것을 가만 놔두지 않았다. 6학년인 우리는 학생자치 업무도 가져가게 됐는데, 부장은 선거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지원해주었다. 나는 자치회 학생들의 모임에 나가 학생들의 회의 상황을 점검하고 운영비 지출 및 행사 기획을 도왔다. 아침마다 내가 아이들과 함께 행사를 하느라 교문 앞에 서있는게 미안했던지 옆반 선생님은 자치회 행사 후 남게 된 여러 가지 쓰레기들을 반 아이들과 함께 분리수거를 해주었다. (우리 동학년의 모든 반 분리수거를 옆반 선생님께서 도맡아 해주신다. 이런 쪽에 약한 나로서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그뿐 아니라, 6학년이 해야 할 여러 일들의 절차와 시기별 해야 할 것들을 빠짐없이 짚어 주어 학년부장과 동학년 선생님들이 빈틈없이 일을 추진해 나갔다. 수학여행과 관련된 수많은 공문과 가이드라인, 학생, 학부모 설문 등을 부장이 도맡아 할 때, 이를 두 사람이 나눠서 하는 것은 행정의 비효율만 낳는다. 나눌 수 있는 일이 딱히 없기 때문에, 차라리 성격이 다른 '사전답사'를 내가 모두 갔다 오겠다고 제안하였다. 학생 의견을 수렴하되 코로나19를 감안하여 2시간 이내의 근교로 2곳의 장소를 선정했는데, 정 반대 방향의 두 도시가 선정되었다. 하나의 도시는 가족 여행 겸 가겠다고 제안했고, 나머지 두 번째 도시는 다른 분에게 부탁하려다가 내가 그냥 그 도시 인근의 대학동기를 만날 작정으로 내가 또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답사를 다 끝내고 돌아와 계획을 짤 때는 부족해 보이는 부분을 메워주고, 답사를 하면서 안 가도 될 것 같은 장소 하나를 두고는 또 다른 선생님 한 분이 여행 삼아 놀러가면서 정확하게 판단을 해주어 완벽한 코스를 완성시킬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바빠보이면 그 사람에게 부족해보이는 것을 빨리 찾아서 먼저 나서고, 도와주는 실천력에 감탄한 1년이랄까? 솔선해주시는 선생님이 계셨기에 다들 자기가 맡은 일이 과중해도 묵묵히 해냈다. 우리가 최대한 배려해주려고 했던 선생님 또한 자신이 맡았던 학년 업무를 잘 해냈고, 무엇보다 장시간에 걸친 교육과정 재구성, 평가문항 제작 등에 함께 따라와주며 학년이 함께 나아가고 집단 지성으로 성장할 수 있는데 큰 보탬이 됐다. 평가지를 보내주거나, 졸업식에 필요한 PPT를 보내면 제작 의도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춰 아이콘을 추가해주고..
내가 하는 일이 학년에 도움을 주는 것이란 생각, 이것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란 생각, 놓칠 뻔한 것은 내가 다 처리해주겠다는 생각, 부담이 될 수 있는 제안에 함께 도전하겠다는 마음이 모이니 1년도 꺼뜬히 이겨내는 것, 그 비결은 바로 '빈틈' 메우기였다. 누군가에게 보이는 빈틈을 비짓고 들어가 사람을 낮추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빈틈을 메우고, '내가 그 빈틈을 메울 수 있게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표현하기.
저 인간의 빈틈이 보인다,
그렇다면
빨리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