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치] 1. 학습 플랫폼, 정말 잘 고르신거 맞나요 - 1
플랫폼?
1년에 3-4차례, 기차를 타고 관외출장을 갈 기회가 있습니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기차표를 예매하고, 바로 기차로 직행했지만 아직도 '플랫폼'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현장에서 표를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섭니다. 누군가는 티비를 보며 예매한 기차를 기다리고, 또 누군가는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으로 들어가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합니다. 기차 플랫폼은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개방된 공간입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기차와 관련된 출발시각이나 도착 시각 등의 정보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거나 식사, 쇼핑을 하는 등 정보를 획득, 소비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플랫폼은 주로 기차플랫폼을 지칭했지만, 시외버스터미널 같은 플랫폼도 있고, 지하철과 백화점이 연결된 지하플랫폼 등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존재합니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플랫폼이 존재함을 알 수 있습니다.
플랫폼을 둘러싼 현상들
코시국 이래로 수많은 학교에서 이 플랫폼 선정에 대해 수많은 논의가 있었습니다. 학교의 여건에 맞는 플랫폼이 선정되었고, 학생들은 그 플랫폼을 이용했습니다. 갑자기 기자역이 폐쇄된 것처럼 플랫폼은 먹통일 때도 있었고, 원하는 정보를 얻고 싶었지만 플랫폼의 구성이 친절하지 않아 헤매기도 했을 겁니다. 아쉽게도 기차역에는 수많은 직원이 이용객의 편의를 위해 대기하지만 - 온라인학습플랫폼에서 학생을 도와줄 존재는 오로지 교사 뿐입니다. 그런데 교사 또한 플랫폼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용하는 사람의 목적이 제대로 달성 되려면 - 즉 학습자의 배움이 일어나려면, 배움이 이뤄지는 토대에 대해 교사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차 이용객에게 친절히 도움을 주는 직원이 역 안의 모든 장소를 꿰뚫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플랫폼을 제대로 이해할 시간이 부족했고, 시국을 탓하며 소극적인 자세로 사태를 관망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저는 한 가지만 충족되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학생들의 '배움'입니다.
플랫폼 선정을 위한 노력
우리학교는 어떤 플랫폼을 선정하더라고 학생의 배움에 교사가 보다 깊이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접근하길 바랐습니다. 비록 면대면만큼은 아니더라도 이 기회를 통해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할 수 있고, 또다른 배움의 가능성을 엿본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와 함께 우리학교 학생에게 가장 필요한 '기초학력'이 뒤처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학습에 보다 치중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플랫폼이 선정, 운영되길 기대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플랫폼을 직접 시험운영하고, 이를 선생님들께 소개했습니다. 공문이 안내하는 것, 옆학교가 통일하는 사례보다는 우리학교 만의 고민이 담긴 플랫폼으로 학생이 조금이라도 더 배우기를 바랐습니다.
플랫폼 선정과 학교조직 문화
이런 저의 노력은 플랫폼이 하나로 통일되지 않고, 저마다 학급개성과 학년 발달 수준 및 필요에 맞게 다양한 플랫폼 선정으로 운영되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1-2학년은 E학습터 링크에 학습꾸러미로 하고 , 출결은 학교에서 사용하던 '학교종이'시스템을 활용해 학부모의 부담을 최대한 낮추었습니다. 3-4학년은 ebs온라인클래스와 밴드를 이용해 학'습'에 초점을 맞춰 기초학력을 보완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5-6학년은 한 학급을 빼곤 클래스팅과 카카오톡 단체채팅 기능을 이용해 과제물을 수합하고 고학년 학생의 특성에 맞게 활발한 sns소통을 추진했습니다. 저는 전담임에도 구글클래스룸 학급을 개설해 학생들의 실험관찰 내용을 하나씩 피드백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서로 다르지만 우리는 결국 학생의 배움을 향한 같은 목적으로 달려갑니다. 하나를 통일한다고 해서 이 목적이 달라지거나 훨씬 더 수월하게 달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성을 존중할수록, 다양성이 확보될수록 우리는 더 건강한 조직으로 거듭나고, 유연한 배움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서버 트래픽 과부하로 힘들었던 시기도 학년에서 마련했던 서브' 플랫폼을 이용해 수월하게 넘어갔습니다.
하나로 통일시키려는 학교조직의 특수한 문화는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학생과, 이 학생에게 교육의 목적을 달성시키도록 도와야 하는 교사의 의지를 좌절시킵니다. 비단 플랫폼 선정만이 문제가 아니라, 수업지도안 양식을 통일하거나 옆반과 교육과정, 학급행사마저 통일시켜 학교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수많은 조직 문화도 마찬가지입니다. 혹여 통일된 플랫폼 속에서 속앓이를 하고 계신 선생님은 계시지 않은가요? 내 의지와 학생의 발달 수준에 상관없이 플랫폼이 선정된 것은 아닐지 걱정입니다.
그러나, 하나로 통일된 플랫폼이라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에겐 더 나은 플랫폼으로 바꿀 기회가 있습니다.
-방법은 다음 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