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년 '시'스템] 아름다운 '동시' 만들기 - 7. 동학년과 또 동학년 하기
그간 에듀콜라에 연재했던 '동학년' 주제 글을 하나로 모으고, 연재 마무리를 위해 글을 씁니다. 이전 글은 아래에 있습니다.
연재 0) 아름다운 동(학년) 시(스템) 만들기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657264071
연재 1) 우리가 동학년에 모인 사정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658948159
연재 2) 우리들의 2월 - 동학년 세우기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677289481
연재 3) 우리들의 3월 첫 주 - 우리는 소수였다.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687318656
연재 4) 위기에 강한 우리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704510726
연재 5) 수업 공동 연구 https://blog.naver.com/class_seo/222824961390
연재 6) 저 인간이 빈틈을 보인다면.. https://blog.naver.com/class_seo/223008466781
지긋지긋하다. 또 2월이 찾아왔고, 새로운 동학년을 만나야 할 시간이 왔다. 지긋지긋하다, 어떤 학년에 가서, 또 어떤 구성원과 동학년을 하게 될지 고민하고 마음 졸이는 것 말이다!
우리가 지긋지긋해야 할 것은, 매년 그 해의 동학년 선생님들과 헤어지기 아쉬워하고, 슬퍼하고, 우리 꼭 다시 동학년 하자고 손 맞잡고, 울고 불고 하는 모습들이어야 한다. 현실이 그와 반대인 것은 유감스럽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나는 올해 동학년과 또 다시 동학년을 하게 됐다. ^_^
1) 옆반 선생님의 편지
졸업식 이후 동학년 선생님께 받은 편지 때문에 마음이 참 좋았다. 사실 이 블로그에서 드러내는 내 모습은 좋은 것만 보이겠지만, 사실 나는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 교사들에겐 매우 까칠하고 어려운 사람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하는만큼, 나이에 상관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살다보니 나보다 어린 사람에겐 더욱 조심하게 된다. 자칫하면 선배한텐 버릇없고 후배한텐 군림하는 사람처럼 보일까봐 스스로의 행동을 매우 엄격하게 돌아본다. 과거에도 그런 실수를 몇 번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조심스러워진다.
오늘 그녀가 쓴 편지에는 이런 내 모습이 느껴졌다는 말을 써주었다. 그게 고맙게 느껴진 것 같아 마음이 좋다. 근본없는(?) 실천지로 이것 저것 시도해보는 내 모습을 좋게 봐줘서 고마웠다.
2) 우리는 2:2로 나뉘었다
내가 좋은 평가(?)를 받았던만큼, 우리 동학년 부장도 그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나보다. 그러다가 어느덧 학년 선택의 시간이 돌아왔고, 동학년 부장은 6학년을 연임하게 됐다. 나도 이제는 학년부장을 해야 할 차례라 6학년에 같이 있을 수는 없어서, 다른 학년으로 내려가게 됐다. 공교롭게도 우리와 함께 했던 그녀는 나와 현 동학년 부장이 맡은 두 개의 학년 중 한 곳을 지망하고 있었다.
나는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랑 같이 가자고 말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게 느껴질 것 같아서, 원하는 선택을 하되 선생님께 도움이 되는 방향(=6은 많이 했으니 다른 학년을 하라, 그게 내가 선택한 학년이 아니어도 됨)으로 이야기했다. 6부장은 (자기보고 끝까지 언니라고 부르라는데 그러지말라고 했다, 이 글 보고 있나 언니야?) 그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언니'한테 가서 '00이 놓아줘라..'라고 말했다. ㅎㅎ 나랑 같은 학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분명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 사람의 교직 생애 발전'에 더 도움이 되는 길을 선택하도록 돕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2022학년도 동학년 4명은 2:2로 나뉘었다. 6부장은 다른 한 분과 함께 6으로, 나와 그녀는 4로 가게 됐다. 이렇게 간다고 해서 확정되는 것은 또 아닌데, 정말 운이 좋게도 여러 사람의 양보로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다. 우린 그렇게.. 나뉘었다.
3) 동학년과 또 동학년을 하면?
서로의 스타일을 잘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전입교사가 동학년에 포함되더라도 보다 뛰어난 동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로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부족한 점은 서로 메워주려고 노력한 1년의 과정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이런 문화를 새로운 선생님께 또 잘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학교가 매년 이런 식의 동학년 구성으로 이뤄져 간다면 학교 문화는 더욱 단단하게 다져지고, 학년의 안정성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교재연구의 효율성과 효과성은 말할 것도 없다.
4) 우리의 장점들 - 함께 만들어 나가고 연구하기
몇 년 전부터 ㅇㄷ나 기타 여러 사이트에서 타인이 만든 저작물 내지 학습자료를 다운받는 것을 꺼려하기 시작했다. 남이 만든 자료를 있는 그대로 사용할 때 생기는 여러 가지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몸의 불편함이 아닌 마음의 불편함이다. 분명 타인이 만든 자료는 너무나 근사하고 깔끔해서 한 시간을 손쉽게 떼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막상 그 자료로 수업을 하면 학생들은 어려워 하거나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다. 자료를 만든 이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우리반 아이들의 특성이나 수준에 맞지 않았기 떄문이다.
그 이후로는 스스로 학습지를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그 과정은 꽤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 의미를 듬뿍 담더라도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어 아이들의 가독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고, 근사하게 만들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다른 것을 해내지 못했다.디자인도, 구성도 그럴듯하다고 마음 먹은 자료는 그 다음해에 쓸 땐 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기본이 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매년, 매순간 끊임없이 고쳐서 써야 함과, 나 혼자만의 시각으로 자료를 구성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 딴에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자료를 공유했지만, 그 자료는 내가 교사 커뮤니티에서 아무렇게나 받은 자료를 그대로 사용할 때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학년 선생님께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줄이려고 애썼고, 또 뭔가를 보낼 땐 완성도 있는 자료가 아니면 보내지 않는 경향도 있었다.
그런데 올해 동학년은 자료 하나를 보내면 새로운 내용을 첨가하거나 수정하여 다시 되돌려보냈다. 그 자료를 보고 내가 또 다시 수정하고, 또 이것을 다른 분이 수정하면서 점차 우리 아이들 특성에 맞는 학습지로 진화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역량에 강점을 둔 학습지를 보고 지식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생님은 알찬 내용을 보태어 주면서, 관점의 균형을 이뤄가는 방식으로 자료를 계속 주고 받았다.
이제 이런 문화가 한 학년이 아니라, 두 학년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됐다.
우리의 2022학년도는 이렇게 저물어 간다.
즐거운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몸이 조금 처지지만 기분이 좋다.
내년에도 좋은 동학년과 함께.
-
지금까지 [아름다운 '동'학년 '시'스템 만들기]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7개의 글을 요약하여 동학년 시스템을 요약하는 글을 마지막으로 올리고,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이 글은 에듀콜라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