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식물의 한살이_옥수수 관찰일지1
4학년 1학기 과학에 등장하는 '식물의 한살이'. 작년에는 3학년을 대상으로 동물의 한살이를 지도하면서, 배추흰나비의 부화 과정을 틈날 때마다 영상으로 찍고, 타임랩스 기능을 이용해 부화하는 모습까지 찍었다. 밤새 찍은 탓에 좋은 영상들을 얻어서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식물은 동물보단 기록을 남기기 어려운 점이 있다. 타임랩스로 찍기엔 참 시간이 오래 걸리고, 연속으로 이어서 찍기도 참 어렵다. 이미 유튜브에 강낭콩 타임랩스 영상이 많이 있어 구태어 내가 따로 찍을 필요가 없기도 해서, 사진을 찍는 것으로 기록을 대신하고 학생들에게도 관찰과 스케치, 사진 촬영으로 관찰일지를 작성해보자고 했다.
교과서엔 강낭콩이 나오는데 - 강낭콩보단 직접 수확해서 먹을 수 있는 '옥수수'가 나을 것 같아서, 강낭콩은 과학실의 도움을 얻고 옥수수는 직접 학생들과 함께 키워보기로 했다. 하나는 교실에서 키우고, 나머지는 모두 화단의 상자텃밭으로 옮겨 심어 키우고 있는데 - 지금까진 잘 자라고 있다. 배양토와 마사토를 사서 흙을 잘 채워줬어야 하는데 여건상 그러지 못했다.
1. 옥수수 키트 준비
한 상자에 3000원 내외로 옥수수씨앗 3-4개와 배양토, 자연분해되는 포트, 물받침용 플라스틱, 비료, 이름표까지 묶여 있는 키트가 있다. 이것을 학급운영비로 20개를 구매해서 학생들에게 하나씩 나눠 주고 심게 했다. 씨앗과 흙이 워낙 좋아서, 교실 안에서 심고 물만 주면 금방 자란다. 흙은 다 부었더니 포트를 넘쳐서, 남는 흙을 모아 교실의 다른 화분에 넣고 파키라를 키우고 있다.
6일차가 아니라 3일차 쯤 된 것인데 잘못 썼다. 마침 비가 오면서 흠뻑 젖어 싹이 잘 튼 것 같다. 씨앗을 심을 땐 자기 크기의 2-3배 깊이로 넣으면 된다고 나와 있는데, 2배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 너무 깊이 넣으면 싹이 트는 것을 관찰하는게 힘들다.
2. 잎 관찰하기
생각보다 잎이 빨리 난다. 이 잎 안에서 옥수수가 생긴다고 하니 참 신기하다. 벌써 물에 젖은 포트는 분해되기 시작했다. 잎이 이렇게 나오는 것을 확인하면, 모종을 따로 옮겨 심지 않고 포트 채로 텃밭에 넣어 심는다.
자연 분해되는 포트라 좋은 것 같다. 흙을 손실하지 않고 그대로 심을 수 있다. 포트에 빈틈이 없는 것 같지만 밑을 보면 뿌리가 삐져 나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주변 흙도 배양토와 마사토로 깔아주면 좋은데 여건이 그렇지 못해 오래 된 흙을 사용했다. 흙을 고르다보니 예전 학급에서 심은 감자가 나오기도 했다... 위 사진은 교사용을 시범으로 심어 놓은 것.
3. 이름 붙이기
작년에 프린들주세요 온작품읽기를 하면서 배추흰나비에 '이름'을 붙이는 활동을 해봤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각자 키우는 옥수수에 애정을 담기 위해 이름을 붙여보자고 했다. 여행이란 이름을 붙인 것이 참 인상적이다.
꽤 많이 자랐다. 그런데 바깥에서 키워서 그런지 잎이 다소 말라가는 부분도 있는데, 좀더 관찰해봐야 할 것 같다. 이제 학생들의 포트도 모두 텃밭에 옮겨 심으면 될 것이다.
4. 교실에서 키우는 것과 텃밭에서 키우는 것 비교하기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야외에 있는 옥수수가 잘 자라면서도 잎 끝부분에 마르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물을 자주 줬는데 햇살이 따가워서 그런 것일까? 교실에서 후발주자로 키운 것을 보니, 일주일 차이로 심었는데도 교실 속 옥수수의 성장이 훨씬 더 빠른 것을 느낀다. 온도와 햇빛 조건에서 교실이 훨씬 더 나은 것 같다. 이것을 학생들과 함께 탐구해볼 예정이다. 벌써 학생들은 교실 속 옥수수가 더 빨리 자란다는 것을 느끼고는 궁금해하고 있다. 자기 것을 더 빨리 키우기 위해 물을 많이 주려는 학생도 있는데, 이걸 제지해야 할지, 놔둬야 할지 고민이다. 온전히 학생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은 교사의 마음과, 성공을 심어주고 싶은 교사의 마음이 충돌하고 있다.
5. 공동체의 책임감
상당히 어렵고 힘든 일임에도 상자텃밭 하나 정도는 한 학급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느낀다. 매일 아침 출근 길에 얼마나 자랐는지 궁금한 마음으로 텃밭을 살펴본다. 직접 물을 주기도 하고, 학생들을 시키기도 한다. 각자 자기 것만 챙기라고 말하지 않았다. 먼저 간 사람이 물을 한 번에 모두 주고, 나머지 학생들에게 일러서 물을 많이 주지 않도록 했다.
이유는 소통과 책임, 공동체 의식 때문이다. 자기 것만 챙기라고 하면 칼같이 챙기고, 지키는 학생들의 모습이 뭔가 불편했다. "내가 물 줬어, 더 물 주면 안 돼" 이 말은 타인을 도운 것과 동시에 그 식물의 소중함까지 챙겨보는 말 아닐까? 그럼 다른 학생들이 식물을 키우는 기회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다. 이 수업의 목적은 옥수수가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하는 것에 목적이 있으며, 자기 것을 잘 살피면서 흙이 말랐다고 생각되면 더 물을 주라고 이야기해두었다. 물을 주는 사람은 항상 주기 전에 각 흙을 만져보라고 했으니, 서로의 것을 책임지면서도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다.
결과가 어떻게 될까,,, 다음주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