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수업] 식물의 한살이_옥수수 관찰일지2
우리반 강낭콩은 키가 클 때까지 커서 더이상 자라지 않는다. 지지대를 세워야 하는데 담임의 게으름으로, 철사 하나를 커튼에 매달아 간신이 꽃잎 부분을 걸쳐 놓았을 뿐이다. 이렇듯 잘자라는 강낭콩을 놔두고, 굳이 (강낭콩과 마찬가지로 '한 해 살이' 식물인) 옥수수를 기를 필요가 있을까?
처음에는 강낭콩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전국의 모든 학생이 똑같은 식물을 가지고 공부를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끔찍한 일이다. 하고 많은 식물 중에 모든 초등학생들이 '강낭콩' 하나의 소재로만 한살이를 공부한다는 것, 다양성과 창의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해도 교과서에서 강낭콩을 선정한 이유는 분명 있을 것인데 - 한살이가 뚜렷이 잘 나타나고,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과정을 관찰할 수 있으며, 꽃이 피는 모습이 학생에가 충분한 감화를 줄 수 있다는 여러가지 이유들 - 이 모든 이유를 무시하고 다른 소재만을 골라 수업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웠다.
모든 교사들이 교실에서 겪고 있는 고민이 아닐까. 비단 소재를 선택하는 것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지문이 학생들의 교육에 부적합하거나 어렵다고 느껴지면 교사는 언제든지 또다른 텍스트를 선정할 권리와 권한이 있다. 그러나 낯선 텍스트를 선정했을 때 생기는 문제는 생각보다 다양하다. 당장 내년 초에 칠 진단평가에서 낯선 지문처럼 여기져 학생들의 성적에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닌지, 학원 진도와 다르며 교과서를 모두 다루지 않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학생, 학부모는 또 어떻게 설득할지 말이다.
여지껏 동학년끼리 같은 문항으로 평가를 치뤘던 예전의 전통과 비교할 때, 현재 나이스 기능에는 학급별 평가가 가능하도록 기능이 개선되었다. 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우리반은 강낭콩이 아니라 옥수수를 소재로 평가를 하고 싶은데 문제가 강낭콩이라면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물론 식물의 한살이 전체를 관통하는 포괄적인 문제와, 개별 지식이 아닌 관찰과 기록 중심의 수행과제를 제시하면 문제는 해결될 일이다. 그러나 교과서를 극복하기란 교사에게 상당히 부담스럽다. 그래서 두 가지 모두 기르고 한 것이다. 강낭콩은 과학실의 도움을 받아 표본을 중심으로 관찰하고, 우린 옥수수에 집중하였다. 나중엔 강낭콩 씨앗 단계부터 싹틔우기에 성공해 서로 다른 두 식물의 한살이를 비교하고 있으니 오히려 배움의 폭은 더 넓어지고 확장되었다.
성장과정
처음 씨앗부터 싹이 트고 잎이 나는 과정을 모아둔 사진은 아래와 같다. 보름 정도 되었는데, 이 사진의 맨 왼쪽 아래에 있는 여행이를 주목..
텃밭에 옮겨 심은 후 또 보름이 지나니 이렇게 성장했다. 성장과정이 신기한 학생들, 아침에 등교하면 텃밭부터 들러 온다.
첫 사진에 있던 여행이가 이만큼 자랐다.
한 달 후 부쩍 성장한 옥수수
평가 문제를 두고 식물의 소재를 고민하는 이 웃픈 현실이 참 안타깝다. 식물 자체가 어떻게 자라는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배움이고 공부인데, 신기함을 느끼면 절로 관찰하게 되는 것이 진짜 배움 아닐까?
나와 학생들의 한 달, 자라난 옥수수만큼 어떻게 성장했을지, 또 한 달 뒤엔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