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수업] 4학년 사회/수학: 주민참여예산제,수학 수업으로 녹여내기
사회수업은 늘 어렵다. 교실 속에서 할 수 있는게 매우 제한적이고, 눈에 보이지 않은 현상을 다뤄야 하며, 추상화한 개념을 이해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초등학생을 위하다보니 추상화된 개념이 더욱 간단하게 설명되어야 한다. 많은 지식을 알고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는 개념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수많은 다른 개념들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고, 결국 설명은 산으로, 강으로 흘러가면서 지루하고 어려운 수업이 된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택하는 카드는 바로 학습지다. 책을 읽고 중요한 낱말을 채우거나, 교과서 내용을 요약하는 활동으로 마무리한다. 학습에서 꼭 필요한 방법이지만, 사회가 '암기 과목'이란 오해가 생기는 것이 혹시 요약과 정리에 집중된 수업 방식 때문은 아닐까? 이번에 가르쳐야 할 '주민참여 예산제' 내용을 살펴보면서 교재 내용을 정리하는 '학습지' 활동을 생각하다가, 성취기준을 다시 읽고 마음을 다잡으며 새로운 수업을 구상하고자 꼬박 2시간을 고민했다.
다른 과목을 끌어들이기
교과 간 융합수업이라는 거창한 이름이 있지만, 실은 사회 수업만으로 40분을 재밌게 이끄는 것이 부족한 교사의 대처방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학급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우리반 학생들은 사회보다 수학을 확실히 더 좋아한다. 또한 수학은 명확하고, 생각보다 쉬우며, 다른 현상을 눈에 두드러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내용을 구성하다보 여러 가지 재료가 눈에 들어온다. 마침 해당 단원에 어울리는 단원이자 학생들의 자신감을 한 껏 높여줄 수 있는 쉬운 단원인 '큰 수', '막대그래프' 단원을 이용하여 수업을 기획했다. 아울러 국어 8단원까지 엎어서 큰 그림을 구상했는데, 단기 PBL쯤이라 생각해도 좋을만큼의 융합이다.
1. 사회 : 주민 참여 예산제 / 하는 일, 중요성을 예산 내용으로 파악하기
2. 수학 : 억, 조 / 주민 참여 예산 내역에 있는 억, 조 단위 숫자 읽고 쓰기
3. 국어 : 주민참여예산위원회의 제안하는 글 읽고 이해하기
* 사회 성취기준 : 주민 참여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지역 문제의 해결에 참여하는 태도를 기른다.
교과서 글만으로, 공책 정리만으로, 빈칸 채우기만으로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하는 태도를 기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어떻게 참여시킬 수 있을까? 지역 문제 해결에 참여시키려는 것을 주 목적으로, 부산광역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자료를 검색하여 학생 수준에 맞게 학습지를 구성해봤다. 그리고 '내가 만약 시장이라면', 또는 '주민참여예산제 위원'이라면, 어떤 곳에 더 많은 예산을 쓸 것인지 결정해보는 의사결정 과정을 첨가했다.
학습지 제작
아래 사진의 오른쪽은 부산광역시의 실제 주민참여예산제 문서, 왼쪽은 학생들 수준에 맞는 항목을 따로 빼내어 만든 학습지다.
문항의 구성은 1) 큰 수의 이해와 예산활용의 실제 살펴보기, 2) 스스로 참여하여 예산 활용해보기(주민참여예산제 간접 체험), 3) 막대그래프의 조정이다.
전체적으로 '수학책'과 '사회책'을 펼쳐보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모둠과 협력할 수 있도록 배움의 공동체식 수업으로 짜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급하게 만든 자료다보니 학습지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 그래도 이 학습지를 만드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3시간이다. 자료를 검색하고,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표를 편집하고, 차트를 만들고, 차트에서도 세로축 글자를 숨기는데 애먹고, 큰 수를 공부하기 위한 빈 칸을 만들고 - 그러다보니 사회 내용이 부족해진 것 같아 사회교과에서 다룰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하느라 또 시간이 가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교육과정과 수업을 말그대로 '디자인'하는 일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든다.
학생의 삶과 사회 수업, 고민
수업을 구상하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교과서를 읽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이해를 위한 간접 '참여'다. 그런데 위 내용으로 수업을 하다보니 교과서 내용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교과와 연계한 수업이 잘 이뤄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았다. 학생의 관심사,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제재를 그대로 고집한 것은 아닐까? 학생들에겐 만원, 10만원을 만지는 것도 꽤 큰 돈인데 수십억이 드는 예산을 조정해보는 활동이 얼마나 마음에 와닿았을까? 차라리 주민참여예산제의 성질을 그대로 옮겨 온 '학급참여예산제'를 활용해 학급운영비 10만원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생각해 보거나, 마을/학교를 위한 예산 100만원을 어디에 사용할지 생각해보는 것이 학생들의 마음에 더 와닿았을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한 수업의 과정과 결과의 끝에는 결국 후회가 남는다. 처음부터 간접 참여의 가치보다 학생의 삶을 보다 중심에 두었다면 어땠을까.
그런데 다시 고쳐 생각해도 여전히 후회는 남았을 것이다. 학생의 삶을 중심에 두었다면 많은 교과서와 교실 속 수업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그 흔들림이 옳은 방향이라 단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수업을 해도 후회가 될 것이다.
학생들의 삶을 이어주면서 교과 내용을 고려하는 수업은 늘 어렵다. 점점 학생의 삶과 멀어지는 것 같고, 학생의 삶과 교과서를 연결하는 것도 힘들다.
이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다른 이들은 나와 같은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