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언제 끝날까
언제 예산을 다 쓸 수 있을까
정이 많은 학교지만 곧 떠나야 한다. 떠나는 아쉬움보단 새로운 기대가 부풀어 오는 이 시기, 그러나 여전히 이곳의 업무에 매여있다.
그간 한 일도 적지 않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코로나시대의 학교 교육과정, 최대한 버티고 버텨(?) 최소한으로 수정했지만 그래도 계획을 고치고 수정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인근 학교의 통폐합으로 지원받은 예산과, 혁신학교 예산이 있는데 아이들을 위해 쓰기가 참 어려운 지난 1년.
그래도 어떻게든 교육적으로 활용하고자 애를 썼다. 작년 이월분까지 포함해 올해 써야 할 목적사업비 3.6천의 예산 중 1천을 남기고 모두 쓰도록 독려(?)했다. 더 쓸 수 있지만 내년에는 이 예산이 없기 때문에, 올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한 학생들의 체험학습(을 다닐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일말의 희망을 걸고) 예산으로 약간의 돈을 남겼다. 예산을 집행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목적사업비 중 일부는 '명시이월'이 가능하기 때문에 예산을 받을 때 관련 내용을 숙지하고 있으면 일처리가 훨씬 수월하다. 이 예산만큼이나 많은 혁신학교 예산도 곧 시작될 학교공간바꾸기 예산에 투입되면 10%안팎으로 남고는 모두 사용할 것 같다. 남은 예산도 어떻게든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고민하여 집행할 예정이다. 학생자치활동과 연계한 공간혁신이라면 시설개선비 지출이 조금 늘어날 수 있다는 교육청의 적절한 도움 덕택에 그나마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새학기로 넘어가기 전의 이 시즌, 목적사업비를 마무리하느라 머리를 앓고 있을 모든 선생님들의 노고가 상상된다.
언제 일을 넘길 수 있을까
2월 초에 전보 발표가 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보발표 소식만 기다리고 있는 와중에 아직 일이 남아있다는 것은 꽤 찝찝한 마음을 유지하게 한다. 매년 1월 말-2월 사이에 신학년 교육과정 워크샵이 열리지만, 많은 학교에서는 새로 맡을 담당자가 아닌 현임(그러니까 곧 전임이 될) 담당자가 워크샵에 참석한다.
전보 발표가 늦어지니까 보직교사도 누가 될지 모른다. 업무도 나눠야 한다. 해마다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전보발표가 보다 일찍 이뤄지고, 새학기로 넘어가는 공백이 새로움을 준비할 수 있는 온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마다 이런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나만 문제로 느끼는 것인가? 혹자는 떠나기 전이라도 현임자가 새해 교육과정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그게 썩 와닿지 않는다. 내가 없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내가 왜?
언제 코로나는 끝날까
이런 저런 일들이 여전히 나에게 남아 있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 아닐까. 학교 현장에서 2021년도 기피 보직 업무로 교육과정 부장(타지역은 연구부장)이 꼽힌다고 들었다. 원격수업이 법적 근거로 마련되었기 때문에 학교계획이 변경될 가능성은 적어 보이는데 왜 기피일까?
지인 몇몇에게 물어보니, 여전히 코로나가 유행 중임에도 이런 상황에 맞춘 교육계획의 변화는 없고 코로나 이전의 계획서로 교육과정을 준비한다는 학교가 꽤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결국 그 때 가서 다시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왜 미리 바꿔놓지 않느냐는 말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어떻게든 체험학습을 보내야 하니까'등의 답변들이 나왔다. 어떻게 될지 몰랐나? 정말? 나는 알았는데. 어떻게든 체험학습을 보내야 하나?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게 꼭 1학기일 필요는 없을텐데?
등교수업이 확대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의 감염률이 낮다는 논문이 그 근거라는데, 학교 현장의 감염률이 왜 낮은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너무나 잘 아는 사람으로서... 아쉽다. 대면교육은 분명 장려해야 할 일이지만, 코로나 예방을 위해 학교 구성원의 행정력과 노동력이 투입되고 있는 현실과 학생들의 여러 교육활동, 친교활동을 제약하게 만들어야 하는 우리의 처지는 고려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뭐든 좀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