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가치] 5. 이 시국에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하는 이유
아이들의 배움이 멈추지 않는 것처럼
코로나19로 학생이 없던 학교의 초반은 조용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서울, 수도권과 광주 지역에선 1학기 전체를 원격수업으로 진행하거나, 등교수업과 혼재하면서 오히려 원격수업 준비와 등교수업 준비를 함께 해야하는 부담으로 많이 힘드시다는 것을 듣고 있습니다. 학생이 하루도 오지 않던 때의 학교도 사실 힘들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학생이 오는 지금은 그나마 교육을 할 수 있다는 기쁨과 보람이라도 있지만, 적막한 학교에서 공문 처리와 대책 회의만 하던 학교의 모습은 그마저도 없기에, 정말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이 빈틈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혁신학교 체제가 잘 갖춰진 곳에서는 코로나 시기의 배움에 대해 교원 전체가 논의했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참 바람직하고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학생이 등교하기 시작하면 지금보다 더 바빠질수도 있으니, 이 시기에 저는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소규모로 조금씩 운영하길 바랐습니다. 위기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학생의 교육이 지속될 수 있도록 온 사회가 노력하는 것처럼 - 교사의 연구와 배움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시작하다
2월 말부터 고민했던 저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꽤 거대한 것이었습니다. 새로 전입한 교원의 학교적응력을 높이고, 함께 비전을 공유하면서 교육과정재구성 논의를 위한 강사 초청, 특별실 활용을 높이는 디지털기기 활용 수업 사례 공유 등으로 빽빽한 계획을 세워 놨었지요. 코로나19 확산으로 그 모든 계획은 슬며시 없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3월, 4월, 계속 연기되는 등교 일정 속에서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이대로 내버려 두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아쉬운대로 동학년군끼리 작게나마 시작해보자고 계속 제안했습니다. 담당 선생님께서도 제 뜻을 이해해주시면서, 서로 모여서 무엇을 나눌 수 있을지 주제를 설정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무엇을 고민하고 나눴어야 했을까?
지난주를 끝으로 우리 학년군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실과수업 연구, 온작품읽기, 장구 실기, 우리 그림 그리기, 학생 자존감을 높이는 학급운영 사례 나눔, 디지털 리터러시 강사초청, 교육과정 재구성을 위한 강사 초청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모두 유의미한 시간이었으며, 코로나19가 끝나면 정말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만큼 많은 생각거리를 얻고, 구성원과 공유하였습니다.
그런데 돌아보고 나니 조금 아쉬운 점은 여전합니다. 코로나19가 지속되었을 때를 대비한 교육과정 재구성의 방향이나, 1학기 원격수업의 실제 효과성을 되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언제든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블렌디드 수업 고민이라던가, 코로나 시대의 배움, 이미 뒤처지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학교가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일들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실제로 추진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뒤늦게 스쳐갔습니다.
조금 다른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꿈꾸며
대화와 토론, 협력과 소통의 시간을 방해하는 코로나19 앞에서 우리는 2020년의 교육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배움을 여전히 걱정하고 있으며, 언제 끝날지 모를 긴 터널을 학생과 함께 걸어가는 도중에도 우리는 터널 너머의 '빛'만을 바라보며 걸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우리를 찾아올 긴 어둠의 터널 앞에서, 학교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산적해 있습니다.
저는 학생들이 학교에 오자말자 먼저 '학습플랫폼 가입과 접속 방법'부터 다시 가르쳐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구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으며, 그 공간으로 학교라는 '플랫폼'이 제공되었던 것처럼- 현재 누구나 등교만 하면 배움의 기회가 보장되는- 학교의 가치를 온라인 접속에서도 보장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동료 선생님과 함께 나누고 배우고 싶습니다. 앞선 글에서도 계속 다루었지만 - 우리가 사용하던 플랫폼 중 가장 좋은 플랫폼은 무엇이었으며, 서로 다른 플랫폼의 차이를 극복해내는 나와 동료의 특징은 무엇인지 - 그것이 혹 교사의 의지와, 동료의 협력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위드 코로나 19, 위드 전학공
어떻게 하면 학생 간의 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성장하는 교육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요? 지금의 교육은 우리가 실천했던 많은 교육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학교의 진정한 가치'를 다시금 확인만 할 것이 아니라, 다시금 실현될 수있도록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비단 특정 기술을 활용하는 연수를 통해 쌍방향 수업이니, 에듀테크의 활용이니 하는 것보다도 - 배움의 기회를 온전히 찾아가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우리가 함께 협력하고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찾아보면 좋겠습니다.
* 2학기에 하고 싶은 전학공의 주제는...
- 블렌디드 형태의 프로젝트 수업 함께 꾸며보기
- sw교육을 각 교과에 효과적으로 재구성하여 온라인접속에 더이상의 오류나 장애가 없어지도록 고민하는 'sw교육'
- 코로나19 시대에 덜어내야 할 교육과 더해야 할 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