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슬로리딩클럽] 09.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40일의 여행이야기(차시별 활동정리)
2015년도에 6학년 아이들과 김남중 작가님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 이라는 책으로 1년 간 한 권의 책을 읽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옮겨 2학년 담임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제 막 졸업식을 마치고 3월 새 교실에 들어와보니 1학년을 마치고 올라온 2학년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 아이들과도 책 한 권을 느리고 깊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막막했습니다.
결과는 대 성공, 40일 동안 국어시간, 통합교과 시간, 창체시간을 넘나들며 아이들과 책 읽는 기쁨을 나누었습니다. 고학년만 하던 선생님들도 언젠가 저학년과 함께할 날이 올지 모릅니다. 2학년이 아니시더라도 오늘의 이야기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2학년 슬로리딩(온작품읽기) 프로젝트 '맛있는 책 수업' 이야기를 차시별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01. 12색 크레파스와 거짓말 하는 어른 (프롤로그)
02. 어떤 책을 함께 읽을까? 슬로리딩 책 선정의 기준 다섯 가지
03. Pick me Up! - 책 정보는 어디에서 얻을까? (학년/학급도서 신청목록 만들기)
04. 슬로리딩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쉽게 시작하자!
05. 2016년 슬로리딩 첫 수업 이야기(첫 수업 Tip)
06. 맛있는 책 만들기 프로젝트
07. 여기, 지금 슬로리딩 수업 생중계
08. 몽털씨처럼 막연한 꿈이 아닌 흥미와 재능 찾기
09.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 40일의 여행이야기(차시별 활동안내)
『이 글은 2016. 4월 18일(월요일) 부터 5월 27일(금요일)까지 약 40일 간 2학년 28명의 아이들과 한 권의 책을 천천히 그리고 깊게 읽으며 느꼈던 책 읽는 기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부터 우리 함께 이 책을 아주 느리게 읽으며 연구할거야, 여우아저씨가 책을 먹으니까 '맛있는 책 수업'이라고 이야기하자"
[출발-1차시, 아침독서시간] 책 먹는 여우 1권 이야기 들려주기
맛있는 책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물론 준비과정이 있었죠. 여행을 계획(교육과정 재구성)해야 했구요. 준비물(책준비, 연구노트로 쓸 바인더 준비)을 챙겨 배낭을 꾸렸습니다. 아이들 보호자(학부모, 동학년 선생님들)분들께 허락도 구했습니다. 이제 공항입니다. 아이들과 천천히 그리고 즐겁게 읽을 책은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입니다. 10년 전에 출간되어 유명한 '책 먹는 여우'라는 책의 후속작입니다. 그래서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으로 수업여행을 떠나기 전에 1권을 아이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실물화상기에 책을 올려두고 한 장 한 장 읽어주었습니다. 카메라에 책을 가까이 붙였다 떼어내면 확대 축소도 수동으로 할 수 있습니다:). 28명의 아이들이 내가 읽어주는 이야기에 숨 죽이며 집중하는 순간은 정말 황홀했습니다.
[ 2~3차시, 국어, 통합(봄)] 학교 숲 산책하고 글감 모아 이야기 창고 짓기
소설작가인 여우아저씨는 봄과 가을에는 글감을 수집하러 다닙니다. 봄의 꽃향기, 부러진 우산, 깨진 유리병 등 수많은 글감들을 지하에 있는 이야기 창고에 모아두고서 겨울에는 소설을 씁니다. 탐정소설 잭키마론 시리즈가 그것이지요.
아이들과 연구노트 활동을 마치고 학교 밖으로 나갔습니다. 여우아저씨처럼 마음에 드는 글감을 찾아서 찾고 그 특징을 자세히 관찰하였습니다. 교실로 들어와 여우아저씨처럼 학교 국악실에 이야기 창고를 만들었습니다.
[ 4~5차시, 국어, 통합(봄)] 글감으로 샌드위치 책 만들기
2-1-5. 무엇이 중요할까? 라는 단원의 대상의 특징이 드러나게 설명하는 글쓰기 수업을 재구성하여 지난 시간에 찾았던 글감을 가지고 설명하는 글을 썼습니다. 작품 속 여우가 좋아하는 '맛있는 책'을 만들어보자! 라는 생각으로 식빵틀안에 색종이들을 햄, 치즈, 소스 등으로 나누어 한 장씩 글을 썼습니다.
첫 장에는 학교 숲에서 찾았던 글감의 특징을 설명하는 글을 썼습니다. 그 다음장에는 통합-봄 단원에 봄에 있었던 일을 그리고 짧은 글을 쓰는 차시를 넣어 채워넣었습니다. 국어 4단원의 고마운 마음을 담아 쓰는 글도 색종이에 써서 이 책에 묶었습니다. 국어과 통합교과 수업을 하며 글을 써야 하는 차시에는 모두 색종이에 글을 쓰고 이 책 안에 넣어 주제책 느낌으로 묶었습니다.
[ 6~7차시, 국어, 통합(봄)]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속상했던 경험 나누기, 여우아저씨가 잃어버린 물건 그리기
이야기 창고를 누군가에 도둑맞은 여우아저씨집에 경찰관이 찾아옵니다. 하지만, 경찰관은 도둑맞은 물건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그냥 가버립니다. 누군가에는 쓸모없는 것처럼 보이는 물건이 다른 누군가에는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일 때도 있지요. 사람의 마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아이들과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해 속상했던 경험들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연구노트에 짧은 글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을 주제로 자유롭게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려한 수업이 아니지만 충분히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여우아저씨에게 소중했던 물건인 글감을 책에 서술된 것을 바탕으로 그려보았습니다. 비주얼씽킹기법으로 그려보면 좋았겠지만 그런 재주가 없기에 아이들의 자유로운 상상력에 맡겼습니다.
[ 8~9차시, 국어, 통합(봄)] 여우아저씨가 모험을 떠나다 - 줄로 신호 주고 받기 놀이하기
경찰관이 찾아주지 않은 도둑을, 여우아저씨가 직접 찾아 나서게 됩니다. 빛나리씨의 빨간 스웨터 끈을 몸에 묶어 생존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한 부분을 자세히 읽었습니다. 그리고 모둠별로 안대를 쓰고 빨간 털실을 잡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놀이를 하였습니다.
그냥 하면 눈감고 하는 놀이지만 책을 읽고 눈을 가리면, 주인공처럼 땅굴 속을 헤매는 생각이 들고 빨간 털실에서 친구들이 전해주는 생존신호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상상력이라는 것, 같은 행동이나 놀이를 상상이상의 감각적인 활동으로, 즐거움으로 바꾸어주는 것입니다.
[10~11차시, 국어 5단원 2시간] 잭키마론 상상해서 그리고 특징 설명하기
잭키마론은 여우아저씨가 쓰는 소설 속 탐정이름입니다. 도둑을 찾으러 땅굴 속에 들어간 여우아저씨는 잭키마론 처럼 책 냄새에 의지하여 도둑을 찾아갑니다. '2-1-5. 무엇이 중요할까' 단원에는 상상을 하여 그림을 그리고 그 대상의 특징을 살려 짧은 글쓰기를 하는 차시가 있습니다. 정확하게 이 때 잭키마론을 색종이에 그리고 뒷면에 잭키마론의 특징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샌드위치 책에 끼워넣었습니다.
[12~13차시, 국어, 창체] 여우아저씨에게 샌드위치 책의 맛과 향기 설명하는 편지글 쓰기
원래는 책에서 향기가 나는 것처럼 감정카드를 활용하여 생각이나 느낌을 나타낸 글을 써보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수업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아 샌드위치 책 제일 마지막 장에 자신이 만든 샌드위치 책의 맛과 향기를 여우아저씨에게 설명해보는 편지글을 써보게 하였습니다.
[14~15차시, 국어, 통합-봄] 탐정이 되어 도둑잡기 놀이하기
도둑잡기 놀이도 책 내용을 가지고 스토리를 씌워 상상력을 입히면 재미가 배가 된다. 광주의 장은재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아메바 놀이를 응용한 탐정놀이를 진행하였습니다.
1. 술래 한 명이 "나는 탐정이다! 너희를 다 잡아버리겠다!" 외치고 도둑들을 잡는다.
2. 도둑을 잡으면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도둑을 잡는다. 세 명까지 손을 잡는다.
3. 4명이 되면 2명-2명으로 나누어 두 팀이 되어 도둑을 잡는다.
4.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이 다음 술래가 된다.
[16~17차시, 국어, 통합-가족] 문장부호 사용하는 방법 알기, 가족을 소개하는 글쓰기
도둑이었지만, 작가가 되고 싶었던 몽털씨, 이를 딱하게 여긴 여우아저씨는 몽털씨에게 글 쓰는 법을 알려줍니다. 아이들도 글 쓰는 방법을 배웁니다. 어색한 문장들을 문장부호를 배우고 고쳐보는 활동을 국어과와 연계하여 진행하였습니다. 또 통합교과 가족을 가지고 우리 가족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샌드위치 책에 적어 넣었습니다.
[18~19차시, 창체, 통합-나]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 알아보고 나의 꿈 탐색하기
2학년 통합교과 '나' 책에서 하고 싶은 것과 잘 하는 것을 써보고 교집합을 찾아 꿈을 잡는 활동을 합니다. 그냥 하면 재미가 없고 책의 주인공들을 근거로 하여, 몽털씨는 작가가 되고 싶지만 재능이 없고, 대신 도서관 일을 잘해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의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을 조사하고 인터뷰까지 진행하였습니다.
[20차시, 국어, 창체] 샌드위치 책 완성하고 손 편지 친구들과 바꿔 읽기
모든 수업이 끝이 났고 그동안 여러 과목을 공부하며 한 장 한 장 완성한 맛있는 샌드위치 책이 완성이 되었습니다. 마지막 시간에는 이 샌드위치 책을 스테이플러로 묶고, 라벨테이프로 마감을 하여 완성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책으로 온책읽기 수업을 진행했던 아이들과 바꾸어서 읽어볼 예정입니다.
_처음 2학년과 슬로리딩을 시작하던 순간에는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2학년 집중시간도 짧은데 책을 천천히 읽을 수 있을까?'
하지만 아이들 그 누구보다도 책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과 책의 주인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하루종일 하는 낙서가 여우아저씨 모습입니다. 슬로 리딩의 효과는 독해력이나 성적을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온전히 누리는 방법 익히기, 책 읽는 기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이것이 목표라면 40일간의 맛있는 책 여행은 성공적으로 끝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6학년처럼 화려한 활동들이 있는 수업은 아니지만, 1-3학년 글쓰기 지도를 할 때 읽고 함께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저학년 할 일 없겠지?' 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들이 있으시다면 이 수업을 꼭 기억해두시길 바랍니다. 저학년 담임은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옵니다.^^
주요 장면들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시간에는 '슬로리딩, 읽기? 어떻게 읽어야 할까?' 수업시간에 적용해보았던 읽기방법들에 대해 안내해보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