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23. 내 소문 들었어?(읽기 전 활동)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Book극이야기! 오늘은 Book타임입니다. 오늘은 작품과 아이들의 경험을 연결하기 위해 실천했던 읽기 전 활동 '내 소문 들었어?' 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서란 이 작품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끊임없이 되묻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1학기에 아이들과 책을 읽으며 재미와 흥미에 중점을 두고 수업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책 읽는 기쁨을 알게 되었습니다. 2학기에는 좀 더 깊은 독서경험으로 아이들을 안내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함께 읽으며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떤 책을 함께 나눌까 고민하다가 2019년에 출간된 《4학년 2반 뽀뽀 사건》(글 정주영/그림 국민지)을 만났습니다. 이 작품은 황당한 소문 때문에 억울하고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된 4학년 지아가 친구들과 함께 힘을 모아 진실을 밝혀 나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소문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지아와 이를 함께 해결해주려는 친구들은 잘못된 소문을 바로 잡는 아이들이라는 뜻의 '잘바아'라는 모임을 만들게 됩니다. 잘바아 아이들은 소문의 근원을 찾아내기 위해서 조사를 시작하고 이 과정에서 남자아이들은 남자가 범인일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에 자신들이 피해를 봤다며 소문때문에 피해를 본 아이들이라는 뜻의 '소피아'를 결성합니다.
4학년 2반 뽀뽀 사건은 겉으로 보면 단순히 소문을 만들어 낸 사람을 찾아내는 추리서사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 작품이 말하고 있는 것은 '나와 타인의 잘못된 소문에 대해 우리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준비한 읽기 전 활동이 '내 소문 들었어?'입니다.
첫번째 만남. 내가 생각하는 나를 표현하기
작품과 아이들의 경험을 연결하기 위해서 먼저 자기가 생각하는 '나'의 모습, '자화상'을 은유거울에 비추어 표현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은유거울이란 자신을 다른 사물이나 숫자, 시간 등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으로 이현아 선생님께서 Book극곰 특강에 오셔서 알려주신 활동입니다.
자신의 모습을 표현할 종이를 고를 때에도 좋아하는 색을 선택할 수 있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활동은 능동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보고 표현해 볼 수 있게 하는 활동이었습니다.
"나는 사이다야. 왜냐하면 톡톡 튀는 사이다처럼 항상 뛰고 싶거든!"
"나는 50%야. 항상 에너지가 50%정도 차 있는 느낌이거든!"
두 번째 만남.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 만나기
첫 번째 활동에서 내가 바라보는 나에 대해서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면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를 만날 시간입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이 본 나에 대한 이야기를 얻어 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그 이야기는 등 뒤에 붙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죠.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나 활동하기
1.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2. 선생님이 던지는 질문에 맞추어 서로에 대한 정보를 주고 받는다(노란색 질문).
3. 이야기가 끝나면 질문에 맞추어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답을 붙임종이(라벨지)에 써서 등에 붙여준다.
4. 4명의 사람을 만나고 돌아온다.
5. 등 뒤에 '내가 알지 못하는 나에 대한 정보'를 붙인 채 2분간 걷는다.
6. 자리에 앉아 '내 정보'를 등에서 뜯어 확인한다.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주고 받았습니다. 최근에 본 책이나 영화, 좋아하는 음식 같은 취향에 관계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어울리는 사소한 정보(소문)를 만들어 붙임 쪽지에 쓰고 서로의 등에 붙여주었습니다(이 때 사소한 정보는 꼭 민감하지 않는 것 이어야 하고 아이들과도 서로를 위한 배려약속을 꼭 해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네 명의 친구를 만났더니 등에 총 네 개의 정보가 붙어있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 만남.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소문을 가지고 교실 걷기
내가 알지 못하는 나에 대한 소문이 등에 붙어 있는 상태에서 2분간 교실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친구의 도움을 받아 정보를 확인하고 처음 자신을 표현했던 종이 네 귀퉁이에 이 정보들을 붙였습니다.
네 번째 만남. 내 감정 확인하기
나도 모르는 내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들여다 보고 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생각해보고 낱말로 표현해 볼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다양한 표현을 위해 감정카드를 한 장씩 읽어주었고 아이들은 이를 참고하여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았습니다.
결과는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두근거림', '즐거움' , '웃긴' 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주로 표현한 아이들이 있는 반면에 '불안함', '후회', '답답함'을 나타낸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후회'라는 낱말을 표현한 아이에게 까닭을 물었습니다.
유쌤: "후회라는 말을 쓴 까닭을 말해 줄 수 있겠니?"
시우: "다른 친구에 대한 정보를 쓸 때 더 잘 써 줄 걸 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다섯 번째 만남. 작품과 경험 연결하기
"2학기에는 여러분과 《4학년 2반 뽀뽀사건》이라는 책을 함께 읽을거예요. 이 책에는 여러분처럼 자신도 모르는 거짓소문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이제부터 이 이야기를 함께 읽어볼까요?"
아이들의 경험과 주인공의 상황을 연결해 자연스럽게 작품으로 아이들을 안내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거짓 소문을 만든 범인을 찾는 것보다 이 상황을 주인공은 어떻게 대처해 나갈 것인가에 더 집중했습니다.
스토리(서사)에 대한 흥미보다 작품이 독자에게 주는 의미는 더 큰 울림으로 남습니다. 이제부터 아이들과 이 작품을 가지고 새로운 의미들을 만들어갈 계획입니다. 주인공의 상황 뿐만 아니라 이 상황을 바라보는 주변 인물들의 모습도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같은 경험을 하고서 다른 반응을 보인 우리반의 모습을 이야기로 끌어오려고 합니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까요?
책과의 첫 만남, 화려한 수업기술이 아니라 아이들의 경험과 삶을 작품과 연결해 보면 좋겠습니다. 이상으로 《4학년 2반 뽀뽀사건 》의 읽기 전 활동으로 진행했던 '내 소문 들었어?' 활동 소개를 마칩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18. 다르게 바라보기 - 눈을 감고 느끼는 색깔여행
19. 주변 인물에 초점 맞추기 - "선생님, 바퀴벌레는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요?"
20. 여덟 단어 - 여덟 단어로 책 한 권 요약하기
21. 연극하며 시쓰자! - 교육연극으로 함께 시쓰기
22. 칠판에 딱 붙은 아이들
23. 내 소문 들었어?(읽기 전 활동)
한 학기 한 권 읽기과 교육연극을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연구한 결과를 원격연수에 담았습니다.
아이들과의 실제 수업장면이 15차시 이상이라 저와 우리반 아이들에게는 큰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책과 교육연극 수업의 연결지점을 고민하고 계신 선생님들께 추천드립니다.
아이스크림연수원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http://teacher.i-scream.co.kr/course/crs/creditView.do?crsCode=1128&ss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