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쌤의 Book극 이야기]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
책과 교육연극의 만남, Book극이야기! 오늘은 극타임입니다. 오늘은 페르소나를 활용하여 책 수업 전체를 연극활동으로 꾸며보았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이야기 하나, 초점 맞추기
4학년 아이들과 진형민 작가님의 기호3번 안석뽕을 가지고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을 나누었습니다. 기호3번 안석뽕에는 '전교회장선거에 출마하게 된 안석뽕과 그의 친구들 이야기'와 '재래시장인 문덕시장과 대형마트인 피마트의 갈등관계'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주제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들과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모두 깊게 나누어 보려고 했습니다. 4학년 아이들이 전교학생선거에 직접 출마할 수 있는 피선거권을 갖기 전에 선거의 의미에 대해서도 나누어보고 싶었고, 사회과 경제단원과 연계해 대형마트와 재래시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처음 의도와는 달리 수업의 장면들을 구체화하여 계획을 세우는 동안 '욕심을 버려야 겠다.'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서 타교과와 연계를 많이 하게 되면 책을 깊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샛길로 새어버리게 되면 자칫 책을 통해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메세지보다 연계활동에 더 무게를 두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아이들과 책을 왜 읽는가?'
'아이들과 책을 통해 나누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무엇인가?'
이것에 대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활동을 하나의 주제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4학년 천천히 깊게 함께 책 읽기 기호3번 안석뽕 이야기 수업주제
: 세상을 향해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배짱 기르기
*주제활동
:모두가 선거의 과정 체험해보기(가상의 인물 만들어 학생선거하기)
이야기 둘, 페르소나
페르소나 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나요? 심리학에서 타인에게 비치는 외적성격을 이르는 말입니다. 원래는 그리스 고대극에서 배우들이 쓰던 가면을 일컫습니다. 흔히 전교학생임원선거는 일부의 학생들만 입후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투표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경험은 할 수 있지만 전체 학생 중에서 전교학생임원선거에 입후보하여 선거의 과정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소수에 해당할 것입니다.
기호3번 안석뽕에서는 조조와 기무라라는 아이가 안석뽕을 회장후보로 추대하여 선거운동을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신할 사람으로 안석뽕을 선택한 것입니다. 작품 속 인물들처럼 우리 아이들도 한사람 한사람 모두 피선거의 경험을 갖고 사회를 향해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낼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각 모둠마다 아이들은 가상의 선거에 출마할 페르소나(후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진짜 가면을 만들어 그 가면을 쓰면 누구나 그 인물이 될 수 있도록 설정하고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우리반이 4학년 3반이었기에 3반당 경선을 진행했습니다. 6개 모둠에서 모두 6명의 후보가 출마를 했습니다. 저기에 저 가면을 쓰면 그 모둠원 누구나 그 인물이 되는 것입니다.
이야기 셋, 무슨 공약 걸면 나 뽑아줄래?
기호3번 안석뽕의 친구들은 공약을 만들어 오라는 교감선생님의 말에 문덕시장에서 철학원을 운영하는 거봉선생을 찾아갑니다. 멋진 공약을 만들어 줄 것이라 기대했던 그들의 예상과는 달리 거봉선생은 엉뚱한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거봉선생: 어떤 사람이 국그릇에 숟가락을 담그고 일년을 기다렸다. 그 사람이 국 맛을 알 수 있겠나?
아이들: 숟가락을 담그기만 했는데 어떻게 알아요? 먹지를 않았는데
거봉선생: 옳거니 국 맛을 알려면 숟가락을 들어서 직접 입을 넣어봐야 한다?
공약을 철학원에 와서 물어볼 것이 아니라 자신을 뽑아줄 사람들에게 직접 물어봐야 한다는 말을 전한 것입니다. 그래서 "무슨 공약 걸면 나 뽑아줄래?" 라고 친구들에게 묻고 다니기 시작합니다. 책을 함께 읽고 3반당 후보들도 투표권을 가진 3, 4학년 아이들에게 가서 물어보았습니다.
"무슨 공약 걸면 나 뽑아줄래?"
3학년 10살 아이들에게서 현실적인 요구들이 쏟아집니다. 유권자들에게 직접 필요한 것을 물어보니 추상적이고 모호한 전교학생회장후보의 다짐이 아닌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공약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후보 공약발표까지 마치고 모두 가면을 벗었습니다. 이제 모두 유권자가 되어 후보들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봅니다. 이날은 3반당 경선을 통해 3반당 최종후보를 선출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가장 작은 부분부터 실제 선거의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했습니다.
아이들은 각 모둠에서 만든 후보들의 공약을 진지하게 살펴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자신이 만든 후보 뿐만 아니라 다른 후보들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인 것입니다. 페르소나라는 장치를 통해 아이들은 책의 주인공이 선거운동을 하는 속도에 따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 편의 연극처럼 계속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각 반의 경선이 모두 끝나고 본선을 진행했습니다. 경선을 거쳐 올라온 1반당, 2반당, 3반당의 단일후보들의 선거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학교 곳곳에 포스터를 붙이고 학교 방송에서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드디어 최종투표를 하는 날, 3학년은 쉬는시간을 이용하여 미리 투표를 하였고 4학년 아이들 모두가 시청각실에 모였습니다. 합동연설을 마치고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학년 아이들 모두가 참여한 선거이기 때문에 그 열기는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렇게 최종후보를 선출하며 책 수업도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이야기 넷, 내가 전하고 싶은 것은 텍스트인가 메세지인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봅니다. 「기호3번 안석뽕」에 제시되었던 두 가지 주제 중에 저는 첫 번째 주제에 집중했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세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살면서 쫄지마! 애들아!
작은 사람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당당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어!
그런 배짱을 가지고 세상을 살면 좋겠어!
저는 텍스트가 아닌 메세지를 아이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그 도구로 '페르소나(가면)'라는 장치를 활용해 책을 깊게 나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책을 통해 나누고 싶은 것은 텍스트 그 자체인가요? 아니면 작품이 전하는 메세지인가요?
책을 읽으며 할 수 있는 교육연극 활동 '페르소나' 소개를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P.S. 아이들과 직접 실천해 본 활동만을 앞으로도 소개하겠습니다.
*유쌤의 Book극 이야기 연재
01.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8)
02. 책조각으로 상상을 나누다. -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에 애정 갖기
03. 쉽고도 어려운 핫시팅! 학급 모두를 주인공으로!
04. 호기심 상자로 이야기 상상하기 - 저학년 읽기 전 활동으로 작품 예상하기
05. 교육연극을 시작하기 전에 놀큐(Q) 키우기!
06. 수업 시작 전, 책을 먼저 읽은 아이가 있다면?
07. 생각과 배려를 키우는 연극놀이
08. 꾸준히 정리하면 이야기 지도가 완성된다.
09. 배려와 웃음을 나눌 수 있는 연극놀이, 틀림그림찾기
10. 이야기지도를 건너 감정그래프 그리기
11. 유쌤, 교육부 장관이 되다._책으로 연극적 상황 만들기
12. 미술작품을 통해 생각 나누기
13. 낭독극으로 함께 읽는 즐거움을 누리다!
14. 학교에서 수박이 먹고 싶으면
15. 아이들과 천천히 깊게 나누어 볼 책들을 소개합니다(2019)
16. 모나미로 말해요!(읽기 전 활동)
17. 페르소나 - 모둠친구들과 함께 가상의 인물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