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실 이야기] back to the basic-1
저 개인적으로 앞으로 우리 교실이 어떻게 변하게 될까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몇년동안 정말 열심히 연구회도 찾아다니고 공부모임도 나가고 그리고 미래교육을 연구하는 단체에도 참여 해 보았습니다. 그럴수록 더 느끼고 배우게 되는것은 결국 본질로의 돌아감이 그 핵심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생 한명한명이 자신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 교실 안에서 안전함을 느끼고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정말 그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힘을 주는 것. 그것이 앞으로 미래교실의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올해는 무슨 주제로 나의 소중한 페이지를 채울까 고민을 하다가 다시 본질로 돌아가자는 목표로 그동안 제가 겪었던 그냥 소소한 저의 솔직한 교실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저는 한번도 그렇게 생각 해 본적 없지만... 매월 12월만 되면 교장선생님, 교감선생님 그리고 교무부장님이 저를 부르시곤 합니다. 그럼 어김없이 저도 '때가 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교장실에 가죠. 자네가 맡아줘야 겠네!!! 한마디에 저는 또 다른 선생님들이 기피하는 학년의 반을 맡게 됩니다. 사실 초등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덩치와 외모 덕분인지는 몰라도 보통 일반적인 아이들은 아주 쉽게 우리반 시스템에 적응하곤 합니다. 우리반 시스템은 크게 수업살이와 학급살이로 나누어 지는데 수업살이는 배워서 남주자 라는 목표로 거꾸로교실을 기반으로 하는 질문있는 교실과 비주얼씽킹으로 표현할 수 있고 학급살이는 실패해도 괜찮아를 목표로 버츄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하는 배려와 존중이 있는 어울림 학급입니다. 벌써 새학교에 가면 선배님들 보다는 후배들이 더 많은 나이가 되어서 그런지 이런저런 다양한 아이들을 많이 만나보았지만 저에게 큰 도전과 성찰을 주었던 아이들과의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 학교에 처음 가게 된 배경에도 쉽지 않은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처음 도착한 그 학교는 다른 학교들과는 전혀 다른 학교였습니다.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점은 학교 주변에 저 깊은 안쪽에 작은 시설이 있었는데 그 시설에는 어릴적부터 가슴에 큰 상처를 가진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그냥 일반적인 곳이 아니라 전국에서 정말 힘들어서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하는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보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 유일하게 초등학생 3명이 있었는데 그 중 서열 다툼을 하고 있는 2명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던 거죠.
사실 처음에는 아무 걱정도 없었습니다. 그냥 내가 아주 오랫동안 경험했던 아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교실에 도착해 3월 프로젝트 준비도 하고 교실 공간도 이곳저곳 즐겁게 꾸미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인성프로그램인 버츄프로젝트 준비도 잘 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시작된 3월... 저의 예상은 시작 2일만에 처참히 깨져버렸습니다. 엄격하게 서열사회로 살고 있는 이 아이들은 그동안의 서러움과 어른들의 대한 배신의 한이 너무 가슴속 깊이 박혀있는 듯 했습니다. 특히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조금이라고 혼이나거나 큰소리가 날 상황이 벌어지면 아이들의 표정 자체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바뀌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장면들을 접하면서 저의 교만에 제 뒤통수를 날려버리고 싶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3월 프로젝트는 씨도 안먹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모든걸 스탑하고 다시 아주 처음부터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꺼내든 것이 바로 비주얼씽킹 카드였습니다. 빈 A4 용지를 8등분해서 자기 앞에 놓여있는 비주얼씽킹 카드를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편하게 2분가 그립니다. 그리고 다 그린 카드는 옆으로 밀어주고 또 다른 카드 2장을 그리죠. 그렇게 8칸이 전부 차면 포스트 잇에 현재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는 그림을 따라그리고 그 밑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씁니다. 그리고 교실 이곳 저곳을 다니며 친구들과 하이파이브하고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합니다.
친구의 감정을 경청해주고 친구가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물어본 후 진심으로 친구가 듣고 싶은 말을 전해줍니다. 물론 저도 똑같이 그리고 우리반 친구들을 만나러 다녔습니다. 당연히 관심의 대상은 그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친구들의 감정을 읽어주고 공감 해주며 아주 조금씩 다가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우리반의 매주 월요일 첫시간은 언제나 도덕입니다. 도덕교과서 안의 내용은 너무 좋지만 제 스스로 교과서를 활용해 하는 수업은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재구성하여 버츄프로젝트와 어울림 프로그램을 활용해 수업을 하곤 합니다. 매주 월요일이 되면 버츄카드 한장을 골라 자신의 버츄노트에 적고 1주일동안 그 미덕의 보석을 깨울 수 있는 작은 실천과제를 적은 후 매일 매일 성찰을 통해 나의 미덕을 깨우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버츄 프로젝트를 하면 할수록 느끼는 것은 버츄 프로젝트가 학생들의 미덕을 깨우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바로 나 교사 자신의 미덕을 찾아준다는 것입니다. 화가 나고 소리를 치고 싶은 그때 내 눈앞에 걸려있는 미덕들을 보면서 그래 네 탓이 아니야... 아직 너의 미덕이 깨어나지 못해서 그래 라는 암시를 스스로 하게 되더라는 거죠. 하루에도 수없이 겪게되는 고비에서 내가 흔들리지 않게 저를 잡아주는 큰 힘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여러번의 고비를 넘기면서 살얼음의 교실을 걷는 제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그 친구가 저에게 선생님 드릴게 있어요... 라면서 주머니에서 껌 하나를 꺼내 주더군요. 그냥 웃음이 났습니다. 껌에는 이렇게 써 있었어요.
"긴장 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