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은 어떻게 변할까? - part20] 미국이야기 - 호버트 고등학교
이제 가을이 전부 지나가고 겨울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벌써 미국에 파견 나온지도 거의 3달이 다되어 가네요. 겨울 준비는 다들 잘 하고 계시죠? 이곳 시카고는 바람의 도시라는 별명에 맞게 아주 찬바람이 강하게 불어오고 있습니다. 함께 파견 나오신 선생님들 모두 자신의 공동연구 과제에 최선을 다하고 계십니다. 워낙 열심히 하시는 모습이 좋아 보이셨는지 공동연구 총괄을 맞고 계신 캐롤린 교수님께서 자신이 교장으로 계셨던 학교 탐방을 제안 해 주셨고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2주간 탐방을 찬성하였습니다. 그 첫 이야기를 나누어 드리려고 합니다.
호버트 하이스쿨은 인디애나주 호버트 지역에서 알아주는 아주 우수한 공립학교입니다. 우선 첫 인상은 그 규모에 눌려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본 규모가 거의 대학 수준의 규모에 스포츠 경기를 위한 풋볼구장, 야구장, 축구장, 소프트볼 구장, 테니스장, 수영장, 배구 경기장 3개를 포함한 인도어 경기장, 자동 관중석 장비를 갖춘 농구 시합을 위한 실내 농구장 등... 엄청난 규모에 한번 놀라고 학교로 들어서는 순간 행복한 미소로 인사하고 함께 사진찍자고 먼저 제안하는 학생들을 보며 한번 더 놀랐습니다. 아시겠지만 우리나라 고등학교에 가면 웃으며 인사하는 학생들을 보기가 굉장히 어렸습니다. 입시 때문에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들이 외부인에게 웃으며 인사하기는 어려운 일이죠.
미국의 대부분의 공립학교에는 복도에 사물함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곳 호버트 학교는 아예 초기 설계부터 사물함을 붙박이로 제작한 걸로 보였습니다. 특징적인 내용은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저렇게 쪽지로 적어서 붙여 놓는 시스템이 있더군요. "너 스스로를 사랑해!" 라는 메세지가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어 보았어요. 저렇게 친구의 쪽지를 받은 학생들은 그 쪽지를 모으고 결산을 통해 많이 모은 학생에게는 카페테리아를 이용할 수 있는 보상을 한다고 합니다.
저희가 방문한 이번주에는 베테랑의 데이라는 나라를 위해 헌신한 전역 군인을 위한 기념일이 있습니다. 이곳 호버트 학교에서도 인근 6개의 학교와 연계하여 친인척 중에서 참전용사를 초대해 그들의 헌신과 열정을 기념하는 행사를 진행하였습니다. 가장 놀라운 점은 전반적인 진행을 모두 학생들이 운영한다는 점이죠. 공연, 연주, 사회까지 거의 대부분의 행사 내용을 학생들이 기획하고 조직하고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아카펠라 동아리의 기념 공연은 행사의 전반적인 질을 극대화 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더군요. 다른 나라 사람인 제가 봐도 그냥 애국심이 막 생길 것 같았습니다.
이 곳 호버트 학교에는 ROTC 생도들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4년 동안 희망에 따라 고등학교 생도 생활을 할 수 있고 나중에는 웨스트포인트라는 사관학교에 진학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리더쉽과 시티즌쉽을 주로 다루는 이 과정을 이수 한 학생들은 나중에 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합니다. 이론수업 뿐만 아니라 공기총 사격, 체력훈련등의 교육과정이 운영된다고 하네요. 또한 이들의 훈육관 역할을 하시는 분은 군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분들 중 퇴역 후 자신의 선택에 따라 학교에서 교사의 신분으로 생도들을 교육하고 관리한다고 합니다.
이제 수업 이야기 좀 해볼까요? 제가 가장 마음에 든 부분은 Learning center 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각 층 동서남북에 한 곳씩 학생, 교사 그 누구에게나 오픈되어 있는 배움과 나눔의 공간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신들이 배운 내용을 스스로 묻고 답하며 토론하고 정리하고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죠.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Wellness를 주로 관리하는 코디네이터가 상주하면서 식단조절이나 건강관리 다이어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미래교실에서 가장 필요한 협업과 의사소통능력의 극대화를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를 제공 해 주는 게 핵심 목표였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이런 공간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학교가 자신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서는 필수과정 이외에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나 흥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과정이 아주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선택과정들의 학점이 나중에 이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 했을 때 학점으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이라는 점입니다. 예를들어 Education & Training 코스를 선택한 학생들은 교육학, 심리학, 사회학을 배우고 지역 유치원생들이 학교에 마련되어 있는 프리스쿨에 방문하면 수업 참관과 코티칭을 통해 현장 경험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비즈니스 마케팅 선택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경영지식에 대한 이론과 실제 운영을 통해 삶과 연결된 배움을 이끌어 가는거죠. 실제로 현재 다운타운에 쿠키가게를 오픈하여 운영하고 있다고 하네요.
놀랄만한 이야기는 이런 선택과정을 편성할 때의 과정입니다. 우선 현재 시장과 앞으로 미래시장에 대한 변화를 바탕으로 실제로 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에 필요한 과정들을 개설하고 그에 맞는 전문가를 모셔와 수업을 진행하는 거죠. 하지만 이런 과정들을 한 학교에서 전부 운영할 수 없기 때문에 10개의 학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각 학교에서 특화된 과정을 운영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선택한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아침마다 스쿨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그 과정이 운영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합니다. 예를들어 내년에는 에너지 관련 선택과정이 새로 개설된다고 하는데요 이유는 미국의 큰 에너지 기업인 님스코에서 향후 5~10년간 급증하는 퇴직자와 새로운 대체에너지 기술을 지니고 있는 인재에 대한 니즈를 교육청에 요청했고 그에 따라 기업, 교육청, 학교가 함께 새로운 과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선택과정은 Arts, Technology&Communication 과정이라고 해서 실제로 수업이 진행되는 수업을 참관하고 같이 참여해 보았습니다. 우선 방송국을 그대로 옮긴 듯한 장비들과 학생들이 모두 조명, 음향, 카메라 등 한명 한명 모든 기기를 자유자제로 다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최근에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서 학생들이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고 왔네요.
Public Safety 라는 선택과목은 법조계, 경찰 등 공공 안전에 관심이 학생들이 선택하여 듣는 수업입니다. 형사사법과 범죄수사 그리고 응급조치까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실습 해 보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들 아시는 것처럼 저는 거꾸로교실을 합니다. 이곳 호버트 고등학교도 플립러닝을 하시는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제가 들어간 수업 중 엔지니어링 수업과 그래픽 디자인 수업은 플립러닝으로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가 바로 엔지니어링이라서 과연 어떻게 수업이 운영되는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우선 모든 수업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서 이루어 집니다. 이 부분은 제가 따로 자세하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수업은 모두 프로젝트 형식으로 운영되고 프로젝트에 필요한 기능이나 이론에 대한 부분을 교사가 구글 클래스룸에 영상으로 제공하고 학생들은 해당 차시에 목표에 따라 자신들이 속도로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특히 그래픽 디자인의 경우 지속적인 실습을 통해 자신만의 감을 찾는 것이 중요한데 30명 정도가 선택해서 진행되는 수업에서 단 한명도 딴짓하지 않고 완전 몰입해서 자신의 스킬을 키우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고 뿌듯하더군요. 엔지니어링 수업은 너무너무너무 인상적이어서 완전히 따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호버트 고등학교 참관을 통해 가장 크게 느낀점은 우리나라 선생님들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입니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고 기록하며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선생님들 처럼 따뜻하고 열정적이고 자기 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분들은 없었습니다. 수업 기술이나 수업의 질적인 측면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오바마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교육에 대해서 칭찬하고 따라오려고 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사교육이나 어떤 시험결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교사의 열정과 전국 어디를 가든 평균이상의 교육효과를 보이고 있는 교육의 질에 대한 내용이란 뜻입니다. 미국은 각 지역별로 학교에 대한 지원이나 교사의 질이 정말 천차만별입니다. 정말 이게 학교인가? 이게 교실이고 수업인가?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교실들도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부러운 점도 있죠... 교사의 자율성과 학교의 지원입니다. 이건 더 이상 이야기 하지 않아도 다들 이해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대한민국 선생님들이 세계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