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수업나눔] 노래로 영어배우기
*이 글은 영어수업의 팁보다는 제 영어수업이야기에 가까운 글입니다.
저는 영어 수업의 시작을 노래와 함께 합니다. 짧으면 1곡, 길으면 2곡 정도 노래를 부르고 나서야 교과서 진도를 나갑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한 학기 동안 수업시간에 학생들과 매일 불렀던 노래 중 학생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던 노래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그 중에서도 3학년 영어 시간에 배우기 좋은 노래 다섯 곡을 뽑아봤습니다.
1. Phonics Song2
: Phonics 수업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노래
알파벳이름, 철자소리, 그리고 단어 예시가 챈트같은 멜로디와 함께 소개됩니다. 멜로디가 자극적이지 않아 수업의 첫 노래로 쓰기 좋으며 부르기도 쉽고 외우기도 쉽습니다. 금방 외워서 곧 떼창으로 따라 부를 수 있습니다. 아쉬운 점은 재미있는 요소가 많은 노래는 아니어서 금방 질리는 학생들이 한 두명 나타난다는 점입니다.날 빼고 Phonics 노래를 논하지 마.
2. Alphabet Song
: 비트가 신나는 Alphabet 중심 Phonics song.
1번노래를 거의 외우다시피할 때 새로운 분위기로 바꿔주기 좋은 노래입니다. 얌전한 비트가 아닌 신나는 비트라 시키지도 않았는데 학생들이 디제잉흉내내면서 따라 부릅니다. 1번 노래보다 흥도 나고 호응도도 높고 발음기호까지 보여주어 철자와 소리의 연관성을 자연스럽게 공부하기 좋습니다. 아쉬운 점은 단어 예시가 없다는 점과 중간 후렴구는 처음부터 따라 부르기 힘들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잘하는 학생들은 반복 청취 후, 빠른 후렴구도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3. The Fox(What Does The Fox Say?) - Ylvis
: 유치하지만 인기가 많은 노래.
영어대화를 들은 다음에 'Jason은 무슨 말을 했나요?', '민지가 무슨 말을 했나요?'와 같은 질문을 많이 합니다. 즉,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교실영어 'What did she say?' 와 같은 질문들을 배울 때 좋습니다. 뮤직비디오 영상도 가사 내용도 재밌어서 학생들에게 인기가 가장 많은 노래입니다. 또 처음에는 여우 소리를 머뭇거리지만 나중에는 갖가지 여우소리를 섭렵한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미친척 같이 따라 부르게 됩니다...)
4. Thank gosh it's monday.
: 학생들 월요병 극복 노래.
일명 '월요일 좋아.' 노래. 학생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스폰지밥'이라는 점에서 인기만점입니다. 자막도 영상안에 삽입되어있어서 보고 부르기 좋고 한국어버전도 있기 때문에 가사를 이해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노래도 함께 들려주길 추천합니다. 또한 요일을 배우는 단원에서 동기유발용으로 쓰기에도 좋은 노래입니다. 무엇보다 이 노래로 월요일 수업을 시작하면 열심히 따라부르는 학생들 에너지에 저도 모르게 흥이 나서 월요병이 사라집니다.
5. Happy
: 감정을 나타내는 단원을 배울 때 유용함.
이 노래는 두 가지 버전으로 보여줍니다. 첫 번째는 공식 뮤직비디오고 두 번째는 미니언즈 버전입니다. 저는 가사가 나오기 때문에 미니언즈 버전부터 보여줬습니다. 처음에는 Happy라는 단어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세어보며 들어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여러번 들은 뒤 가사를 보며 한 소절씩 가르쳐주면 후렴구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이 됩니다. 이 노래도 역시 미니언즈라는 캐릭터 덕분에 인기가 많습니다.
그럼 왜 영어시간에 노래를 부르냐구요? 제가 약 2년 여 동안 영어교과 전담교사를 하면서 가진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즐거운 영어 수업을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영어를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학년이 3학년입니다. 학기 초 설문결과 모든 학생들이 영어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진 않았습니다. 매우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반대로 낯선 과목이 싫다는 의견도 분분했습니다. 사람의 첫인상이 좋아야 호감을 느끼듯 교과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기에 학생들과 즐겁게 수업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더욱 고심하게되었습니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영어실에 오는 것을 좋아하고 새로운 언어를 즐기길 바랐습니다.
그러던 중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 초 설문지에서 그 동안 영어 수업을 들으며 좋았던 점에 '영어노래'가 많이 나온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진도를 나가는 것보다 학생이 그 과목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학습의욕을 꾸준히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진도나가기 바쁘더라도 노래 한 번은 듣고 시작하려고 노력합니다. 영어를 잘 몰라도 계속 듣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흥얼거릴 수 있고 그러다보면 언젠가 스스로 영어를 배우려는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