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쌤의 담임도전기] 마의 11월, 무사히 지나가길
1년 중 가장 힘든 달을 꼽으라면 어느 하나의 달을 꼽긴 힘들겠지만...11월을 마의11월로 부른 이유는 안 힘들 것 같으면서도 힘든일이 많이 생기는 애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마침 내가 완성한 글도 날라가 다시 쓰는 걸 보니 마가 낀 달이 맞는 것 같다.^^
일단 11월이 되면 날씨가 춥다. 수능이 다가와서인지 가을이라 부르기 민망할정도로 날이 급격히 추워진다. 그러나 아직 온도는 낮지 않아 난방은 나오지 않는다. 차선으로 커피포트를 꼭 껴안는다. (커피포트 안을 때 입김나오는 입구가 제일 따뜻하다고 손 올리면 안 된다. 손까지 데인다.) 연초에 저장해둔 에너지들이 슬슬 고갈되며 교실 어디선가 기침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마스크족 학생들이 등장하고 서로 조심을 하지만 한 명, 두 명이, 조퇴와 결석으로 사라지고 교실이 빈다. 나이스에 출결 변경사항을 입력하는 교사도 어디선가 감기가 옮아 목소리가 안 나온다.
"(개미목소리로)선생님이 오늘..목이..안..좋아서.."
그렇게 교실에 환자들이 속출한다.
담임으로 1년간 동고동락한 사이가 되갈 때쯤이니 편해질대로 편해졌다 싶은지 교사도 학생들을 파악하지만 학생도 담임을 파악한다. 담임선생님의 임계점을 알고 경계선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한다. 줄타기의 결과 반성문 쓸 일도 많아진다. 환자는 많은데 교실은 들떠있다. 유독 이 시긴에 주변에서 학교폭력사안들을 자주 접한다. 우리 학급의 생활지도도 만만치 않지만 옆반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사안들은 특히, 생각지 못한 곳에서 터지기도 한다. 무사히 일 년을 보내고 싶던 마음은 희망사항으로 남는다. 간혹 봄보다 비수기인지라 학교마다 가을에 수련회나 수학여행을 가는 학교들도 있는데, 이것 하나는 진리다. 수학여행을 다녀 오고 절대 그 전의 학급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 (물론 수학여행과 수련회로 쌓은 추억은 소중하다!)
또, 11월엔 학교 행사들이 열린다. 학교 교육과정의 꽃, "학.예.회". 추석 후 밀린 진도들을 나가기 바쁘지만서도 시간을 쪼개 학예회 준비를 한다. 학예회 준비를 하다보면 애써 잡았던 진도들이 다시 밀렸다. 12월은 다가오는데 못다한 수행평가는 쌓여간다. 그뿐인가. 11월 중순은 교능평이 기다리고 있다. 교능평의 설문을 보며 흐뭇하기도 좋기도 하지만 약간의 회의감도 든다. '일 년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ㅠㅠ' 그럼다시, 흐뭇하고 좋았던 결과들을 보며 긍정 기운을 높인다. 다시 한 번 학생도 교사를, 교사도 학생을 모두 만족시킬 순 없다는 것을 느끼며 서로가 건강한 관계를 쌓는 것이 중요한 일임을 성찰한다. 그리고 다시 흐뭇한 설문들을 보며 일 년이 지나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11월은 공식적인 공휴일이 없다. 2학기의 최대 휴일 추석이 지나가면 12월까지 마지막 레이스를 달리는 일만 남았다. 올해는 미리미리 쫑알이를 써둬서 일등으로 성적을 내야지! 라고 다짐하는데 벌써 다음주면 12월이다. 오늘도 벌써 11월의 반이 지났다. 벌써부터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는데 12월은 얼마나 더 추울것인가. 11월을 무사히 보내고 학교와 선생님들의 건강을 바꾸지말고 부디 건강하게 학년말을 맞이하시길 바란다. (물론 나도!)
우리 조금만 힘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