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진쌤의 담임적응기] 나의 첫 학급 SNS, 투넘버 사용기.
오늘은 제가 오프라인으로만 했던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볼까 합니다.
2년 간의 교과전담 생활을 뒤로하고 담임으로 돌아오며 의지를 불태웠습니다.
'나는 잘 할 수 있어!!'
희망찬 다짐도 잠시, 담임을 하며 힘들었던 일도 분명 있었습니다.
수업 준비와 같은 일들은 머리로 하는 일이었기에 크게 힘들지 않았습니다.
상대적으로 힘들었던 건 퇴근 후, 주말 상관없이 오는 학부모 연락을 대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학기초에 제가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리며 어느 정도 이미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도 급한일이 있으면 제게 바로 연락을 주시길 바라며 알려드린거라 학생에게 큰 일이 있으면 일과시간 외에도 연락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답장하기에 힘든 경우도 있었지만 가능한 한 어떤 내용의 연락이든간에 답장을 드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개인적인 시간에 연락을 하는 횟수가 잦아졌고, 그런 날에는 더 피곤하다고 느껴졌습니다.
다른 핸드폰 번호를 알려드리며 불편했던 점은 학부모님들의 연락이 주로 까똑으로 온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종종 프로필 사진을 업데이트하는 편이었는데 학부모님들과 까똑으로 연락하며 프로필 사진을 바꾸는 게 조심스러웠졌습니다. 저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퇴근하면 박교사에서 인생을 즐기는 20대 젊은이로 돌아가는건데 저의 개인 생활을 학부모님들은 어떻게 보실지 생각을 하면서 프로필 사진을 고르는 데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리고 까똑으로 학부모나 학생이 게임 초대를 하는 경우도 있어서 난감하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어떻게해야하나....??'
그래서 저는 투넘버를 사용하기로 합니다. 작년에 저는 투넘버서비스를 이용하여 2개의 핸드폰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투넘버는 말글대로 TWO NUMBER. 즉, 한 사람이 2개의 핸드폰 번호를 쓰는 것을 말합니다.
핸드폰 번호를 2개 사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동일한 핸드폰에 2개의 다른 번호를 사용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두 개의 핸드폰에 각각의 번호를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핸드폰 두 대를 사용하는 경우는 주변에 사용한 선생님의 사례를 보았을때, 원래 쓰는 스마트폰 1대와 문자와 전화만 되는 저렴한 핸드폰으로 학교 연락용 핸드폰 1대를 별도로 장만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전자의 방법을 사용하여 '원래 제가 자주사용하던 번호 1개, 추가로 사용할 번호 1개'해서 2개의 번호를 사용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다른 사람이 추가 번호를 저장했을 때, 까똑에 제가 뜨지 않습니다.
그리고 학부모 총회 때 제가 사용하는 두 번째 번호를 알려드리며 가능한 일과 시간에 연락 주시거나 교실번호로 연락을 주실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물론 급한 일은 언제든 연락을 드려달라고 말씀드리며 학급 sns로도 연락을 주셔도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렇게 여러가지 연락 채널을 알려드려서인지 다행히 학부모님께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주셨습니다.
투넘버를 쓰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제 프로필 사진이 학부모님, 학생의 까똑에 뜨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원하는 사진으로 업데이트 할 수 있어서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었습니다.
약간 불편했던 점은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할 때 수신자의 번호에 추가 번호를 입력해야 수신자가 저의 두 번째 번호로 받는다는 점이었는데 간혹 헷갈려서 제가 원래 쓰던 번호로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을 하며 학생들에게 제가 원래 사용하던 번호를 알려줬습니다. 투넘버는 언제 해지할지 모르니까요. 그러나 혹시나 중학생이 된 아이들을 상담하고 싶어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직까지 투넘버를 해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졸업 후에 제 투넘버로 연락을 주신 학부모님도 계셨구요.
결론적으로 본인이 사생활이나 연락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다면 그냥 쓰던대로 쓰는 게 좋습니다.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할 때, 머리를 써야해서 생각보다 번거로웠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