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개념과 멘트- 4) 센 놈들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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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6 10:32
덩치와 무력으로 날 넘어서려 하는 학생이 있을 때, 해주면 좋을 이야기.
교실에 센 놈들이 있다.
또래보다 센 걸 넘어 나보다 센 놈들.
5, 6학년 큰 애들은 애라고 부를 수준을 넘어선다.
힘
난 키가 작다.
5학년만 돼도 우러러봐야 하는 학생이 생긴다.
덩치까지 큰 남학생이면, 솔직히 쫄리는(!) 느낌도 있다.
남교사인 나도 이런데, 여교사는 오죽할까.
난 지금 성을 가지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누구나 상대의 힘을 본능적으로 느낀다는 말이다.
힘을 가진 친구가 좋은 리더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덩치만 큰 순진한 아이여도 좋을 것이다.
그 힘이 나를 향할 때 문제가 된다.
나도 키가 컸으면, 더 무섭게 생겼으면 생각한 적도 있다.
운동을 해서 근육을 키워보면 나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더 큰 힘으로 제압하는 게 옳은 방향은 아니리라.
옳은 힘
너희들 간에도 힘의 차이가 있다.
만약 누군가 더 세다는 이유로 함부로 한다면 억울할 것이다.
힘이 상대방을 누르는 것으로 사용된다면 말이다.
이건 너희와 나 사이에도 마찬가지이다.
잘못된 것을 억지로 지시한다면 속으론 미워할 것이다.
내가 힘만으로 너희의 위에 있다면 말이다.
우리 반에 나보다 더 힘이 센 친구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힘이 옳지 못하다면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들의 눈에 만약 내가 옳지 못한 힘을 쓴다면 꼭 얘기해주길 바란다.
힘을 옳게 쓰지 못하면 폭력이 된다.
힘은 불과 같아서 그 자체에 옳고 그름이 없다.
오직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정의에 따를 뿐이다.
힘의 방향
급식시간, 자리가 부족하다.
"넌 저기 가서 앉아~"
"왜 제가 가야 돼요!"
"그냥 앉으라면 앉아!!"
저학년이면 억울해도 먹힐지 모른다.
그러나 힘으로 누르면 터질 때까지 압력이 쌓인다.
"나도 모두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으면 좋겠어.
하지만 오늘처럼 원치 않는 빈자리에 앉아야 하는 일이 또 생길지 몰라.
분명 싫은 일인 건 알지만 누군가는 그래야만 하는데.. 날 도와줄 수 없을까."
한 두 번의 말만으로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그래도 나만 손해 본다는 억울함을 도와주는 마음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반대로 향하던 그 힘이 나와 같은 방향이 될 수 있도록.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