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교실 바라보기] 1. 급식줄의 비밀
애들보다 먼저 받는 교사는 좀 그렇지 않냐?
내가 최근에 들은 말이다. 아마도 교사가 먼저 양보하는 미덕을 보인다거나, 약자인 아이들 먼저 먹는게 순서 아닌가를 말하고 싶나보다.
하지만 난 아이들한테 전혀 미안하지 않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분명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가 앞에 서건 뒤에 서건 중요치 않다. 아이들은 그냥 그것이 규칙일 뿐이다. 내 차례를 빼앗기면 억울하듯 규칙이 깨져 내가 손해보면 억울하다.
정말 중요한 것은 급식줄을 서면서 교사가 어떤 '교육과정을 갖느냐'이다.
(실제 교사의 점심시간은 업무시간이다.)
줄을 반듯하게 세우고 장난 안치게 하는 등 줄을 세우기 위한 교육과정을 말하자는게 아니다. 줄을 세우는 것을 통해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말하고자 한다.
처음엔 나도 아이들 맨 뒤에 섰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당연히 누려야 할 특권으로 여긴듯 내가 혹시라도 앞에 서면 "쌤이 왜 앞에 서요~" 이런다. 애가 버릇이 없다거나 사제지간 관계가 엉망이라서가 아니다. 그 아이는 그냥 친함에 농담처럼 나온 말이었다.
내가 뒤에 서면서 아이들에게 '양보'를 가르쳤다면 성공이다. 하지만 '잠재적 교육과정'으로 아이들에게 '당연히 학생이 밥을 먼저 받는거지'를 가르치게 된다면.. 난 너무 안타깝다.
그래서 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누가 되었든 먼저 받고 나중에 받는 사람이 생긴다. 내가 나중에 받는 사람이 되려고 했으나 그런 고마움을 모른다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없다." 그 이후 난 앞에 서고 있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먼저 세워드리려 한다.
난 양보를 다시 가르친다. 나와 우리반 전체를 양보하여 다른 선생님께 양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