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학교 바라보기] 16. 내 삶과 교직 - 5) 충분히 저항하며 살고 있는가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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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2 09:26
물귀신
아이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이런다.
"쟤가 하라고 했어요."
"쟤도 했거든요!"
모두가 물귀신이 된다.
난 대답한다.
"넌 쟤가 시키면 하는 부하냐?"
"쟤가 나쁜 짓하면 따라 할 거냐?"
"넌 하지 말라고 말했어야지. 싫다고 말했어야지!"
핑계
교사의 눈에는 자신의 잘못을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우리 또한 그렇게 살고 있지는 않은가.
그저 시키는 대로, 남이 하는 대로 하고 있지는 않은가.
잘못되었다고, 싫다고 여기는 것에 충분히 거절을 했는가.
"교장이 시켜서 그랬다."
"다른 선생님들도 다 하는 거다."
"원래 그런 거야."
어쩌면 나는 내가 혼낸 초등학생은 아니었을까.
현실
물론 알고 있다.
싫다고 하면 때리고 협박하는 무서운 친구가 있다는 걸.
거절하면 버림받을지도 모를 두려움이 앞서는 것도.
저항하면 밥그릇마저 빼앗아버리는, 그럴 수 있는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또한 알고 있다.
싫다고 징징거리기만 하는 건 참으로 치사하다는 걸.
거절만 하는 사람의 부탁은 들어주고 싶지 않다는 걸.
저항하는 모습은 불편한 분위기를 만들고 만다는 걸.
책임
난 살아있다.
친구가 내 삶을 정하지 못한다.
난 누군가가 시킨 대로 사는 인형이 아니다.
난 살아가겠다.
충분히 대화하고 저항하고 함께 하겠다.
그 이후의 책임은 온전히 나의 것이다.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