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그림책 읽기] 1.겁 많은 꼬마 유령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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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0 16:35
아나톨은 용기가 없는 꼬마 유령이에요.
그래서 아나톨의 아빠는 늘 답답해 하지요.
"우리애는 자신감이 없어서 말을 잘 못해요.
선생님이 발표도 많이 시켜주시고 신경써주세요."
"우리애는 씩씩해지라고 태권도를 보내요."
학부모님들을 만나다보면 자신이 원하는 '아이상'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내향보다는 외향을 좋게보고, 생각보다는 표현을 중시한다.
아이의 특성과는 다른 무언가를 아이에게 요구한다.
"아나톨, 네가 겁먹으면 어떡해? 네가 사람들에게 겁을 줘야지!"
나: 얘들아, 사람들에게 겁을 주는 건 별로 좋은 행동 같지 않은데..
혹시 너희는 다른 사람이 나쁘거나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킨 적 있어?
진: 저는 다른 애들이 차 오는데 막 건너서 전 나중에 건넜어요.
민: 저는 엄마가 쓰레기를 버리려해서 제가 집에 가져갔어요.
하지만 복도 끝에서 입 모양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아빠가 보였어요.
아나톨은 괴로웠어요.
"학원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와.
엄마는 네가 잘할 거라고 믿는다."
이 믿음이 왜 이렇게 무겁게 느껴질까.
하고 싶지 않은 일의 응원은 얼마나 큰 부담인가.
나: 얘들아, 아빠가 시킨 나쁜 일을 용감하게 하기 보다는 차라리 아빠한테 못 한다고 말하는 게 진짜 용감한 일인 것 같은데.
유: 맞아요. 민이는 학원 가기 싫으면 안 간다고 엄마한테 막 말해요.
나: 그래. 나도 들었어(ㅋㅋ). 내가 봐도 민이가 아나톨이었으면 아빠한테 싫다고 했을 것 같아.
밤이 되자, 아나톨은 약속대로 꼬마를 찾아왔어요. 둘은 같이 침대에 누웠어요.
나: 결국 둘이 친구가 되었네.
만약 아나톨이 정말 용감해서 꼬마를 놀래킬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민이가 용감해서 주먹들고 온다면 무서울 것 같은데. (ㅋㅋ)
누군가를 공격할 수 있는 용기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겠다.
아나톨과 꼬마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용기 없는 여린 마음때문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