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교실 바라보기] 10. 넌 왜 인사를 안 하니?
작년에 인사를 아침마다 시키다 시키다 지쳐 인사에 관해서 말한 적이 있었다.
"너넨 왜 그렇게 인사를 안 하려고 하냐?"
"어색해요. 이상해요."
그럼 너네가 인사하는 사람이 아예 없어?
그건 아닌데.. 매일 보는데 인사하기가 굳이 그런데요. 그리고 오히려 안 친할수록 어색하게 인사하게 돼요. 개콘에도 나왔어요.
그래도 인사는 하자.
너희들이 생각하는 것들은 나도 이해할 수는 있어. 하지만 나는 너희들 담임으로서 인사를 가르쳐야 하기도 하니까..
형제도 많고 친해서 안 한다는 것도 이해는 가지만 눈빛이든 어떤 방식이든 인사는 서로 꼭 나누도록 하자.
그리고 아침에 한 번 처음 만나면 나한테는 꼭 인사를 해주고. 나는 인사를 건네는데 그냥 고개 돌려 가버리면 난 너무 속상하고 바보가 된 기분이야.
'인사'를 하는구나
다음 날, 그래도 인사를 모두 하기는 하는구나..
어차피 나에게 말이 별로 없던 아이는 인사를 하곤 말이 없고, 원래 재잘거리는 아이는 인사가 끝나기 바쁘게 재잘거린다.
인사가 관계의 전부인 동네 주민, 옆반 학생 등은 인사가 중요하다.
하지만 매일, 하루 종일 함께 하는 관계에서는 인사를 넘어서야 한다.
인사를 가르친다.
내가 처음 교단에 섰을 때, 우리 반 아이가 학교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나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난 그 마음이 너무나 행복하고 반갑게 느껴져 나도 같이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옆의 교감선생님은 '마음'이 아닌 '손'이 보였는지 나한테 인사교육을 말씀하셨다.
인사를 가르칠 수 있다. 인사의 형식을 말이다. 하지만 진정 인사하고 싶은 마음은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사는 관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관계는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되어 가는 것이다.
인사를 안 하는구나
작년 아이들이 지나간다. "안녕하세요" 고개 숙이며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고 인사도 없이 장난만 치고 지나가는 아이도 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 20명 남짓의 작은 학교다.
인사를 하는 어색함보다 인사 없이도 어색하지 않은 그런 관계들이다.
오늘도 인사 없이 지나가는 그 아이의 장난스런 눈빛 속에 인사가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