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교실 바라보기] 6. 이 아이는 우리 아이잖아요
올해 처음 ADHD학생을 맡았을 때 전 부모님의 역할이 부족하다 생각했어요.
학기초 상담을 하면서 이 아이의 문제가 어릴 때 외부에서 있었다는 걸 알았죠.
그 때의 그 문제를 그 사람들에게 탓할 수는 있어요.
하지만 아이의 문제를 지금 우리가 서로에게 탓해서 아이가 나아지지 않아요.
상담하면서 했던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봅니다.
나는 이 아이를 당신과 함께 키우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마 아이가 좀 컸으니 내가 그냥 키우면 된다고 생각하는지도 몰라요.
하지만 저에게 요구를 한다고 아이가 그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예요.
난 당신과 함께 아이를 키우고 싶습니다.
선생님이 해주세요.
아이의 알림장을 써달라고 하는 어머님이 있네요. 우리 아이는 자꾸 깜빡하고 챙겨야 할 것도 잊어버린답니다. 작년에도 써줬는데 올해는 안 써주니 불편하답니다..
한 어머님은 나에게 아이의 약을 챙겨 먹여주길 바라네요. 매일 점심먹고나서 꼭 챙겨먹어야 한답니다.
하루는 아이가 약을 깜빡했네요.. 전화해보니 아침에 새벽출근으로 두 세번을 얘기하고 나왔는데 기어이 안챙겨 갔다네요. 집으로 보내주면 아이가 혼자 가서 먹고 올 수 있으니 보내달래요.
난 못하겠어요.
어머님.. 난 아이의 알림장을 써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물론 아이들한테 안내하는 중요한 것은 메모를 하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알림장'을 적는 것은 온전히 아이의 몫입니다.
약을 먹도록 챙겨줄 수도 있어요. 저도 점심먹으러 내려가면서, 먹고나서, 교실에 와서 하루에 몇 번을 얘기해요.
하지만 나도 어머님의 새벽 출근처럼 아이를 챙길 정신도 없이 바쁠때가 있어요.
우리 싸우지 말아요.
우리의 목표는 서로의 책임을 묻는데 있지 않습니다. 저를 꼼꼼하고 완벽한 교사로 바꾸어서 아이를 챙겨주길 바라지 마세요. 저도 어머님께 아이의 부족함을 탓하지 않을거예요.
우리는 오로지 아이를 위해, 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만났습니다. 아이가 스스로 알림장을 쓸 수 있고, 스스로 약을 챙겨 먹을 수 있도록 키우는데 목표가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