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학교 바라보기] 12. 내 삶과 교직 - 1) 일, 가족, 나
누군가가 그런다.
난 출근을 8시에 했다고.
누구는 더 일찍 왔느니 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난 기분이 좋지 않다.
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오는 걸 자랑으로 여겨야 하는가.
일찍 오면 성실하고 늦으면 불성실한 것인가.
- 일
정해진 출근시간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교사는 아이들이 있기에 딱 맞춰 오기보다 조금 일찍 오는 게 좋다.
하지만 이유 없는 조기출근은 싫다.
일을 하다 보면 늦어지기도 한다.
때에 따라서는 일찍 와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더 일하는 것을 옳은 것으로 요구한다면 난 거부하겠다.
난 아침에 일어나서 내 아이와 보내는 그 잠깐의 시간이 너무 소중하다.
난 교사로서 살고 있지만, 아빠로서도 살고 있다.
교사의 삶에 문제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난 최대한 아빠로, 남편으로 살고 싶다.
- 가족
또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 밤늦게까지 술 먹고 하지 않냐고.
가족을 위하는 척 하지만 자기만을 위하는 이기적인 놈 아니냐고.
맞다. 난 이기적이다.
가족에게 큰 피해가 되지 않는 한 내 즐거움을 누리련다.
난 회식이라도 억지로 먹는 술이 아니라면 술자리가 좋다.
물론 '큰 피해가 되지 않는 한'이라고 말했듯 나도 양심은 있다.
괴로워하는 아내를 두고 술이나 먹고 있지는 않는다.
정해진 출근시간을 지키듯, 가족의 기본을 지킨다.
다른 글에서 얘기했듯 술자리를 버릴 수 있기에, 아내도 날 보내주는 것이다.
난 언제나 아내에게 말한다.
각자가 행복해지는 길을 찾자고.
너를 버려 우리가 행복해지는 길 따위는 없다고.
나를 버려 만든 가족이 아니기에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 나
난 지금 일찍 오는 사람을 탓하려는 것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지키며 산다.
아이들이 소중해서, 할 일이 있어 일찍 온다는데 누가 말리겠는가.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지는 않길 바란다.
그렇다고 기본도 없는 사람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출근도 멋대로 고, 일도 엉망이라면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래도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잊지는 말자.
기업 중심의, 일 중심의 사고가 가족도, 나도 가치 없는 것으로 만들고 있다.
가족에서도 내 행복이 존재하듯, 직장에서도 내 행복이 존재하길 바란다.
나를 버려, 내 가족을 버려 직장을 만들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