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학교 바라보기] 8. 이상적 교사와 현실적 교사(1)-돈
내가 정식으로 신규발령을 받고 몇 개월이 지난 후의 이야기이다.
나는 주변 선생님들에게 20년 후 그만두고 연금을 받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나는 군대를 다녀온 뒤에 들은 얘기지만 내 말을 들었던 몇몇 선생님들이 나를 열정 없고 돈만 생각하는 신규로 뒷말이 있었단다..
하지만 나는 많이 안타깝고 속이 탔다.
내가 갑자기 아무 이유 없이 이런말을 꺼내서 '난 속물이요' 이러진 않았으니까..
그들은 연금법이 바뀌는 문제로 명예퇴직을 하니 마니, 난 경력이 얼마라 기존대로 적용이 되느니를 논하고 있었으니..
이상이 중요한가 현실이 중요한가
대학 1학년, 교육과 강의에서 거의 처음 들었던 수업이 '교사론'이었다.
10년도 넘은 일이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충 세 가지로 나누어 교사를 정의했다.
첫째, 천부적 소명이라는 가장 이상적인 견해다.
하늘에서 부여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가치있는 일을 하는 것이기에, 이에 대한 소명의식을 갖고 교직을 대하라는 것이다.
둘째, 전문가적 직업관이다.
교직을 의사, 변호사처럼 쉽게 따라할 수 없는 전문적 지식과 소양을 지닌 것으로 해석했다.
첫 번째 견해는 교직을 뭔가 신격화하는 느낌이었다면 두 번째는 '이 현실에서 전문성을 가진 좋은 직업이다'라는 느낌을 준다.
셋째, 노동자적 직업관이다.
교사도 실제적 노동을 하는 직업에 속하므로 노동자로서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은 현실의 밑바닥을 보여주고 있으며 '우리도 결국 가장 말단의 부품과 같은 힘 없는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이 세 가지는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이상과 현실은 모든 직업에 있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삶이다.
교대는 높다
내가 2004년 대학을 들어갔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는 교대는 '철밥그릇' 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밥그릇을 쟁취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교대의 점수는 서울의 상위권 대학과 맞먹었다.
실제로 내 동기에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남자동기에는 동갑 2명. 재수 2명, 3수 1명에 띠동갑까지 있었다.
대학을 다니다가, 직장을 다니다가도 교대를 왔다.
자기소개서에는 다들 이상만을 적었을 것이다. 교사가 되는 이유에 현실인 '철밥그릇'으로 적으면 감점일테니..
아무리 교사를 이상적으로 말해도 우리는 이 교대의 현실을 지나왔다.
살만해졌는가
현실을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을 갖고도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리라.
현실에 매이지 않을 만큼 살만해졌는가
그럼 이상으로 올라가자.
당신이 가진 이상의 퍼센트 만큼 교사다운, 인간다운 사람이 되는 것이다.
허나 현실의 누군가를 절대 비난하거나 아래로 치부하지 말자.
우리 모두는 현실에 살고 있다.
오늘부로 월급이 없지만 순수한 마음으로 교직을 계속 해달라면 남을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현실은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현실을 넘어섬이 현실이 없어짐을 말하지 않는다.
현실을 채우기조차 힘든 이 세상에.. 적어도 힘겹게 이겨내야 할 삶들끼리, 사람들끼리 싸우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