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교실 바라보기] 7. ADHD 학생과 두 달 후..
올해 맡은 ADHD 학생과 관련하여 이번이 세번째 글이네요.
첫번째는 ADHD 학생을 생각하며 썼다면, 두번째는 그 학부모님을 생각하고 글을 썼습니다.
이번에는 이런 학생들을 맡고 있을 다른 선생님들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우리 반에 ADHD 학생이 있어요. 괴로워하며 두 달을 보내던 중 한 연수를 듣게 되었네요. 이 글은 그 연수의 과제입니다.
절망하는 교사
다음 사연을 읽고 동료 교사로서 사연 속의 교사가 어려운 감정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절한 조언을 제공해 보세요.
올해 제가 맡은 반은 정말 최악입니다. 몇 명의 아이들이 정말 저를 힘들게 합니다.
수업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도록 하고 좋은 말로 이야기를 해도 듣지를 않아요.
요즘 몸이 안 좋아서 쉽게 피곤한데 아이들은 제가 피곤할 때면 꼭 큰 사고를 쳐서 저를 더 힘들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협박을 하고 이런 모습을 보이고 나면 집에 와서 자괴감이 듭니다.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려고 교사가 되었나도 싶고 이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아침이 오는 것이 싫습니다.
저 역시 좋은 선생님을 많이 만나보지 못해서 저만큼은 좋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의 내 모습은 제가 학교 다닐 때 보았던 늘 짜증이 많은 교사의 모습이에요.
이런 교사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자꾸 듭니다.
나도 그러네요
선생님.. 많이 힘드시겠어요. 당신께서 선생님으로 계신 시간 동안 최악이라고 느낄 정도면 지금 아이들이 오죽 힘들게 할까요.. 정말 그 아이들은 누가 맡아도 힘들 10%의 ‘어려운 아이들’ 일거예요. 저도 지금 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 선생님의 마음을 정말 잘 알 것 같아요.
교사인 저는 이 반을 이끌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한 아이의 문제가 모두에게 피해가 되는 상황 속에 있습니다. 높았던 의욕과 컨디션을 하루하루 지날수록 바닥을 뚫고 한없는 낭떠러지로 추락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이 아이는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강요하는 선생님과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친구들 사이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것을 알아요. “난 왜 생각이 안 나는 거야. 왜 자꾸 눈물이 나지” 괴로운 순간순간 자신마저 자책하는 모습을 보면 그 분노를 제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외로워 보입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 놓여 피해를 보는 다른 친구들도 보여요. 이 교실의 상황은 이미 학급의 최악의 단계 ‘전쟁상태’ 예요. 한 아이의 폭력성으로 이미 다른 아이들도 예민하게 날이 서있는 상태이고, 이 교실의 정의는 한 명의 무법자의 손에 다 부서진 것만 같은 느낌 이예요.
내 욕심이 컸어요
저는 올해 이 아이를 치유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시작했어요. 그래서 내 교실에 정의를 세우고 관계를 회복하여 ‘영구평화’의 상태로 놓겠다는 게 궁극적인 목표였지요. 하지만 제 욕심과 의지가 지나쳤을까요.. 아무리 마음 쓰고 노력해도 변하지 않는 그 아이를 보며 저도 지치고 같이 화를 내는 상황으로만 발전하더군요.
저는 이제 두 달이 지난 지금에야 마음을 좀 내려놓습니다.
원래부터 학교에서 힘들어하는 아이였고, 그 아이를 내가 맡으려고 했던 것이었어요. 이 힘든 아이를 너무 쉽게 변화시키리라 생각했고 나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던 거예요. 난 지금 당장 이 아이를 변화시킬 수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처음의 목표는 잘못되었어요. ‘너를 변화시키겠다.’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 아이의 감정이 다 쏟아져 나오도록 견뎌주고 지켜주는 것이었고, 그 상황에서 다른 아이들이 피해받지 않도록 안전한 거리를 확보해 두는 것이었는데..
부모는 '올바른 길에 서서 견뎌주는 존재'라고 이 연수에서 말하네요.
저도 이 길에서 견뎌야 하는데 억지로 끌고 오려다 내가 여기서 떨어질 것 같아요.
좋은 마음으로, 옳은 길에 서 있었던 내가 이렇게 무너져 버리면, 이 교실은 누가 책임질 수 있는가 다시 반성이 되더군요.
우리는 지금 비를 만났어요. 그 비가 태풍처럼 차갑고 아프게 나를 때리고 지나가지만 이 비가 그치면 다시 맑은 하늘을 보게 될 거예요. 이 빗속을 맨몸으로 견디기 힘들면 우산을 쓰세요. 하지만 정말 힘들면 잠시 이 비를 피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이 비에 당신의 마음마저 차가워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아이는 우리의 아이잖아요
미안합니다. 이 글은 교사가 교사에게 쓰는 글이에요.
이 비를 절대 피할 수 없는 부모인 당신에게 이 말이 더 속상할지 몰라요.
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를 함께 키우고 있다는 것은 잊지 말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