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개념과 멘트- 13) 나마저 행정적이면 안 되었다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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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6.04 12:16
학생이 학교에 안 오면 결석계를 내야 한다.
3일 이상이 되면 의사 소견서 등의 증빙자료도 필요하다.
이런 서류는 너무나 중요해서 학생의 아픔보다, 문서를 신경 쓰게 만들기도 한다.
오해의 시작
한 아이가 아침에 오지 않았다.
어머님께 전화했더니 오늘은 학교를 안 보내겠다고 한다.
요즘 스스로 일어나지도 못하고 해서 교육을 해야겠다고.
그런 이유의 결석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우선은 보내달라고 했으나 전학에 대한 생각도 있다 했다.
결석에 대한 이야기가 갑자기 전학으로 흘러 황당했지만 알겠다고 했다.
다음 날도 학생은 학교에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학 처리가 된 것도 아니라 무단결석이 2일째 되었다.
다시 전화를 하니 아이의 건강검진도 있어 전학 전까지 학교를 보내지 않겠다 한다.
결석의 교육에서 전학으로, 또 검진을 한다니.
나로선 어떻게 처리할 근거가 없었고 믿음도 가지 않았다.
뉴스에 나오는 사건처럼 극단적인 염려까지 되었고, 교감선생님께 얘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정적 절차
보고절차에 따라 올려도 결국 일은 아래의 몫이다.
교감선생님은 나에게 매일 전화 확인하고 상담일지를 남기라 했다.
물론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혹 떼러 갔다 혹 붙여온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주말이 지나서야 어머님은 사정을 얘기했다.
문자로 진료받은 내용이 담긴 사진을 보내며.
아이가 아프다는 것, 학교에 알려지길 꺼린다는 것.
그러나 교감선생님은 의사 소견서나 진단서가 아니기에 다시 달라고 했다.
서류 이름은 다르지만 거기에 필요한 내용이 있는데 왜 안되냐고 따졌다.
결국 교육청까지 확인해서 병명과 병원명이 나오면 된다는 답을 들었지만 씁쓸했다.
학생을 보내 달라고 할 때는 열정적인 선생님이었다.
학부모님과의 통화가 스트레스였어도 아직까지 선생님이었다.
교감선생님이 문서를 계속 요구할 때 난 선생님이 아닌 '공무원'이 되었다.
행정의 이유
학부모님은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해가 생겼지만 나중엔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은 건 나뿐이었다.
"학부모님이 부담스러워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래도 확인 전화는 해야 돼."
'그래도'라는 말이 너무나 잔인하게 느껴졌다.
교감의 위치에 가면 행정가가 될 수밖에 없다.
'교사를 감독'하는, 교육청의 매뉴얼이나 지침에 근거해 말한다.
내 마음 보다도, 학부모의 마음 보다도 해야 할 처리가 우선 된다.
나 또한 걱정이 아닌 지시에 의해 전화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다시 다짐하기 위해 글을 남긴다.
아무리 행정을 중시하는 윗사람이 있어도 직접 사람을 대하는 건 교사인 나다.
또다시 이런 일이 생기고, 행정의 압박이 오더라도 잊지 말자.
나마저 행정적이면 안 된다고.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