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딱한 교실 바라보기] 5. 학생을 사람으로 본다는 것
이성에는 옳고 그름이 있으나 감정에는 옳고 그름이 없다.
그러므로 감정을 가진 모든 존재자체에 위 아래는 없다.
난 아이들을 '사람'으로 대한다. 물론'학생'으로도 대한다. 하지만 '학생'이 '사람'을 넘어서진 않는다. 공부를 하는 사람이 '학생'이라면, 공부를 싫어하는 학생은 존재해선 안된다. 하지만 공부를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한다.
학원에 너무 힘들어하는 학생이 있어, 그 아픈 마음이 안쓰러워 2학기 학부모 공개수업으로 '학원은 꼭 가야하는가?'라는 주제로 토론수업을 진행하였다. 고작 7명의 학급이었기에 한 어머님을 제외한 전원참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토론 초반 어머님이 2명 계신 상황, 자기들이 다수였고 1:1 토론인데다 그나마 '약한'어머님들이었다. 15분 이후 전체토론으로 들어가고 '강한'어머님들이 주장을 펼치자 기세에서 눌리는 아이들.. 그래도 우리반에서 감정표현이 힘들었던 한 아이가 울면서도 용기내어 얘기한다. 어머님들 몇몇은 다독이고 위로도 해 주었지만 그럼에도 '학원을 가야한다'는 어머님들의 논리에 반박을 잘 못한다.
어머님 6명 중 유일한 학원 '반대'였던 한 어머님이 계셨기에 아이들은 그나마 '대변인'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후반부에는 토론이 논리적인 찬, 반 대표 어머님의 1:1 토론처럼 되었다.
찬성의 주 논지는 아이들이 배울 것이 있다는 것, 아이들이 아직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이끌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의 주 논지는 학원을 다니면서 겪는 부정적인 측면이 많다는 것, 아이들의 선택을 존중해주고 싶다는 것이다.
난 마지막으로 정리한다.
아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학원이 힘들고 싫다는 것이다. 세부 주제로 '자신이 원하는 학원은 갈 것인가?'라고 아이들한테 물었을 때 전원이 찬성한다고 했었다. 정리하자면 아이들은 원하지 않는 학원을 강요받고 있고 그 안에서 힘들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논리는 그저 힘들다는 '감정'뿐이다. 학원을 가면 배움이 있다고 말하는데 그것을 반박을 하는 순간 배움을 거부하는 '학생'이 되는 것이다.
아이들은 논리에서 어머님들을 이길 수 없다. 힘이든 돈이든 어떤 면에서도..
그저 '감정'일 뿐이다. 감정이 수시로 변하여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책임감을 심어줘야 할 일이다. 만약 감정을 계속 무시하고 어떠한 논리로 강요한다면 아이의 감정은 언젠가 '사춘기'라는 이름으로 터져나올 것이다.
난 아이들을 '사람'으로 대하고자 노력한다. 아이들이 사람이기때문에 느끼고 말해야 할 당연한 것들을 공감하고 대화하고자 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학생'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그리도 사는게 힘들다고 처절하게 말하고 있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