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교사를 위한, 경력교사에게 필요한 개념- 1) 대화를 쪼개주세요
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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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2 18:25
'신규교사를 위한 개념과 멘트' 시즌 2를 시작합니다.
시즌 1은 신규교사가 생각하면 좋을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즌 2는 신규교사를 위해 주변 선생님들이 생각해보면 좋을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주제와 딱 맞아 떨어지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저와는 생각이 다른 분들도 계시겠지요.
그래도 함께 생각하며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출발합니다~~ ^^
우린 일상속에서 많은 대화를 한다.
때론 행복해야 할 그 시간이 갑갑할 때가 있다.
왜 그런 일이 생기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겠다.
갯수
둘이 만나는 경우에는 대화가 한 개다.
한 명이 말하면 다른 한 명은 들어야 한다.
대화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듣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10명이 있는데도 대화가 한 개인 경우가 있다.
한 명이 말하면 나머지 9명은 들어야 한다.
듣는 것의 비중이 너무 커진다.
물론 회의에서는 이런 방식이 필요하다.
초반의 어색한 분위기에선 이런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이런 대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도 있다.
주변 사람을 청중으로 생각하여 듣기를 바라는 사람.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아니라, 전체에게 '발언'하려는 사람.
친구라면 끊을 수라도 있지만, 이런 사람이 위에 있으면 제지하기도 어렵다.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
10명이 공기 놀이를 하는데, 한 세트만 주어서 되겠는가.
1명은 달리고 9명이 기다리는 수업은 지루하다.
"부장님, 대화를 쥐고 계시지 마세요.
모두에게 잘라서 나누어주세요.
그러면 곳곳에서 즐거운 이야기들이 피어날 겁니다."
시간
가끔은 공기를 너무 잘하는 사람도 문제가 된다.
한 번 시작하면 끝나지를 않는다.
게임에 너무 집중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의 표정도 모른다.
역사에 관해 열변을 토하시던 선생님도 있었다.
역사가 중요하지 않아서 지루했던 게 아니다.
자신의 스토리를 꺼내면 '네버엔딩 스토리'가 된다.
군대 얘기가 재미 없는 건 상대방이 관심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심도 없는 얘기를 길게도 한다.
축구를 했느니, 삽질을 했느니.
대화는 오고 가야 한다.
아무리 웃긴 얘기도 길어지면 위험하다.
전하고 싶은 말이 많으면 그건 대화가 아니라 강의다.
"정말 재밌는 얘기일수도 있습니다.
정말 의미있고, 필요한 내용일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혼자만 너무 오래 말하고 있진 않은지 한 번 돌아봐주세요."
질문
한 회사의 독특한 면접이 생각난다.
면접관이 질문하고 답하는 형식이 아니었다.
지원자들끼리 주제에 관해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했다.
사람들은 면접관의 눈에 띄려고 자기 주장을 펴기 바빴다.
그 와중에 순서를 조정하고, 시간을 분배하는 사람이 보였다.
면접관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닌, 진행을 한 사람을 뽑았다고 한다.
내가 존경한 교장선생님은 회의시간에 일부러 젊은 교사들의 의견을 물었다.
대부분 듣는 입장에만 있어야 하는 신규에게 기회를 주려하셨다.
경력있다고, 안다고 자기 주장만을 펴려는 모습과는 달랐다.
유재석이 유명한 MC가 된 건 말을 잘해서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타인의 이야기를 꺼내주는 사람.
말을 잘한다는 건 많이 해서가 아니라, 하고 싶게 만드는 그 무엇이 아닐까.
"승진이고, 교육방식이고 중요한 걸 알려주시려는 마음을 알아요.
하지만 저에게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한 번쯤 물어봐주시면 좋겠어요.
내 입을 열게 하는 건 당신의 결론이 아닌, 나에 대한 관심어린 호기심입니다."
사람이고 싶다.
교사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싶다.
교사와 학생이기 이전에 사람과 사람이고 싶다.
사람이 사람임을 놓치는 순간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