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행우 학급살이 020]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골라보는 서점 나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골라보는 서점 나들이
아이들과 함께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책을 보면서 성장하고 계신가요? 많은 학교와 학급에서 3월부터 책을 읽는 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 아침 활동 시간이나 중간 놀이 시간에 책을 읽고 다양한 방법으로 독후 활동도 했을 것입니다. 혹시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가보신적이 있으신가요? 이번 달에는 아이들과 함께 서점에 가서 원하는 책을 직접 골라서 계산까지 해 보는 서점 나들이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함께 있어 행복한 우리 7기(줄여서 함행우 7기)는 학기 별로 서점 나들이를 갑니다. 서점에 가서 스스로 읽을 책을 골라보고 직접 계산해보는 경험을 합니다. 책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많은 생각을 하고 고민을 하게 됩니다. 좋은 책은 어떤 조건을 가지고 있는지 미리 이야기 하게 됩니다. 서점에 가는 과정에서 미리 길을 찾아봐야하고, 때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험도 하게 됩니다. 책을 고르고 나서는 함께 밥을 먹거나 간식을 사 먹습니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결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직접 책을 골라서 계산까지 한 책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되고 다 읽은 후 학급에 기부하는 경험까지 하게 되는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함행우 7기 아이들의 경우에는 학급에서 100권, 10000쪽 읽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목표의 절반인 50권이나 5000쪽을 읽고 독서카드나 학급 홈페이지 평생독서방에 기록하면 1학기 서점 나들이 때 1권의 책을 선물해 줍니다. 2학기에 갈 때 같은 방식으로 책을 선물해 주고, 최종 목표에 도달하면 학부모가 학생이 고른 책을 구매하고 편지를 써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서점 나들이에는 참여할 수 있습니다. 대신 1권 이상의 책을 선택해서 구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목표를 달성해서 책 선물을 받는 경우에는 선물로 받는 책 이외의 한 권을 추가로 골라 스스로 구매하게 합니다.
서점나들이에 가기 전에 미리 학급에서 좋은 책의 조건이 무엇인지,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눕니다. 자신의 용돈 범위 내에서 살 수 있는 책, 만화로 된 책은 되도록 구매하지 않는 등 학급회의를 통해서 책을 선택하는 기준을 마련합니다. 실제로 서점에서 책을 보고 구매하는 데는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의 시간을 주고 고를 수 있게 합니다. 책을 고르는 방법과 좋은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데 많은 어려움을 느낍니다. 또 좋지 않은 흥미 위주의 책만 고르는 경향이 있어서 가기 전에 꼭 활동하고 가야 합니다.
서점 나들이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서점을 가는 것도 좋으나 지역에서 가장 큰 서점이나 큰 중고서점을 방문하는 것이 더 좋습니다. 큰 서점에서 많은 책을 보고 선택해보는 경험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자연스럽게 서점에 가는 방법과 차비 등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보고 자신의 돈을 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험도 함께 합니다.
토요일 오전에 만나서 책을 고른 후 점심을 먹고 다시 돌아오는 방법과 평일 수업을 마치고 서점에 가서 책을 고른 후 저녁을 함께 먹는 방식으로 운영했습니다. 책을 고르는 경험도 의미가 있지만 함께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경험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이 먹을 음식을 스스로 고르고 그에 대한 금액을 지불해보는 경험은 아이들의 경제 교육에 큰 도움이 됩니다. 어디에서 먹을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에 대한 이야기도 사전에 아이들과 미리 이야기 나누고 계획해서 실천합니다.
작년부터 아이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1학기에 1번, 2학기에 1번 서점으로 향하였습니다. 가기 전에는 많은 두려움도 있었고, 과연 아이들이 좋아할지도 의문이었습니다. 서점 나들이 계획을 아이들과 함께 짜고 계획한 날에 서점으로 향할 때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실에서만 하는 공부보다 교실 밖에서 삶으로 부딪히는 일들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것들이 더 큰 가치를 느끼게 하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가져온 동전을 버스 요금통에 넣고 서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서점에 들어가기 전에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서점으로 들어가자 아이들은 책이라는 매력적인 매체 속으로 퐁당 빠져들었습니다. 그리고 1시간 30분 동안 아이들은 더 좋은 책을 찾아서 모험을 떠났고 자신이 고른 책을 읽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책을 골랐지만 1시간30분 동안 책을 고르지 못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고민이 되어서 자꾸 친구들에게 대신 골라달라고만 하고 있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집에서 스스로 결정해본 적이 없지?”라고 물었습니다. 그 아이의 답은 집에서 치킨을 먹을지 피자를 먹을지 등 자신의 삶과 관련된 결정을 해본 적이 없고 부모님이 하라는 대로만 했다고 했습니다. 교실 속에서만 아이를 만났다면 알기 어려웠을텐데 이를 계기로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만들어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책을 구매하고 서점 나들이가 다 끝나기도 전에 직접 돈을 내고 산 책을 모두 읽어버린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도 책을 읽는 아이들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했습니다. 1학기 서점 나들이를 다녀와서 언제 또 가냐고 물어보는 아이들의 말에 다음 서점 나들이를 계획하게 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아이들의 소감입니다.
현서 : 저는 책을 5권이나 샀습니다. 서점에 선생님과 친구들과 함께 와서 책을 사서 너무 좋았고, 모두 읽을 것입니다.
범준 : 버스에 요금을 직접 넣고 서점에 와보는 경험은 처음입니다. 용돈으로 책을 사본 것도 처음입니다. 꼭 책을 끝까지 다 읽고 기부할 겁니다.
은수 : 저는 1차 목표를 달성해서 책을 선물 받았습니다. 꼭 2차 목표까지 달성할 생각입니다. 서점 나들이에 참여해서 너무 좋습니다.
상현 : 친구들과 함께 음식을 주문해서 먹는 것이 많이 기억에 납습니다. 평소에 책을 별로 읽지 않았는데 앞으로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호현 : 축구에 대한 책을 보고 싶어서 미리 검색을 했습니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발견하고 살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좋은 책을 많이 찾아서 봐야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는 말 대신 교사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읽어라는 말 대신 좋은 책을 선물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고르는 방법과 직접 골라보는 경험을 주는 것은 아이들이 평생 독자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