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하기 게임] 교실에서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 아름다운 상상(2)
공개수업 당일, 아침활동 때 책 마무리를 함께 읽고, 준비해두었던 간이칠판을 꺼냈다.
[말 안하기 게임]
- 선생님 vs 우리반 (선생님은 인원수에 따른 패널티를 적용하여 24점을 잃고 시작한다.)
- 교과자석 다섯 개 걸기 (우리 반은 교과자석을 열 개 모으면 교실놀이터를 만든다.)
- 친구끼리는 대화 금지
- 선생님의 질문에는 세 마디 이하로 답하기
- 선생님도 동료 선생님에게 세 마디 이하로 답하기
- 필담으로 대화 가능
- 탓하거나 비난하지 말자.
- 집중 구호 가능
‘몰입’ : 그래야 재밌다!
p.168을 기억하세요.
‘모두 좀 더 다정하고 신중하게 말하면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환성이 터졌다.
“아싸, 재밌겠다!”
규칙을 설명한 후 바로 게임을 시작했다. 규칙을 어긴 말은 마디 수를 세어 마지막에 점수에서 빼기로 했다. 순식간에 조용해진 교실에 아이들은 웃음이 터지려는 걸 참느라 킥킥댔다. 나는 알림장을 띄우고 수업시간에 해야할 말들을 필담으로 전했다.
아이들이 문제를 푸는 동안 교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상투적인 표현이라 쓰고 싶지 않지만 정말 그게 딱 맞는 표현이었다. 우리 반은 문제를 모두 풀고 검사를 받으면 또래선생님이 되어 다른 모둠친구의 학습을 돕는다. 서로 말을 할 수 없으니 아이들은 필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두 시간의 고요한 수학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어도 아이들은 여전히 필담 삼매경이었다. 그 중에는 이렇게 귀한 띄어쓰기 맞춤법 교정 사례도 있었다.
아! 이 평화라니. 나는 교실에서 차 한 잔을 즐기며 흡족해하고 있었다. 교실에서 자발적으로 게임에 몰입하고 있는 아이들도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은 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는다. 아니나다를까, 교실 안에서 조용히 게임에 참여하던 몇 개구쟁이들이 운동장에서 캐치볼을 하며 룰을 와장창 깨버렸다. 개구쟁이들이 교실에 들어오며 와글와글대자 교실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야! 너네 말하면 어떡해!”
“지금 너네들도 말하잖아.”
“니네가 말하니까 하지 말라는 거지.”
“선생님 얘네가 룰 다 깼어요. 망했어요.”
“아 짜증나. 어차피 망했어. 그냥 말하자.”
^^... 늘 말썽을 일으키는 녀석들이었기에 불러서 조용히 물었다.
“너네 게임 참여 안 할거니?”
“아니요... 할게요.”
“그래? 할 마음이 있는 거니? 너희가 하고 싶지 않다면 이 게임에서 빠져도 돼. 솔직하게 얘기해줘.”
“죄송합니다. 잘 하겠습니다.”
반강제로 얻어낸 대답이라 하더라도 그 정도면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나가는 순간 말하고 싶은 욕구를 제어하지 못한 것이지 게임에서 아주 빠지고 싶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이들을 진정시킨 후 입을 떼었다.
“선생님이 생각해 보니까 규칙이 너희에게 너무 불리한 것 같아. 상의해서 규칙을 수정해보자.”
아이들은 손을 들고 묘안을 내놓았다.
“선생님은 컴퓨터가 있으니까 우리한테 제한없이 필담으로 쓸 수 있잖아요. 선생님도 컴퓨터 쓰면 안 돼요.”
“친구들에게도 세 마디 이하로 말하기 해요.”
“선생님은 마이너스 24가 아니라 곱하기 25로 패널티해야 될 거 같아요. 우리가 25명이니까요.”
모두 맞는 말이었다. 나는 규칙을 적은 칠판을 꺼내 수정했다.
[말 안하기 게임]
- 선생님 vs 우리반 (선생님은 인원수에 따른 패널티를 적용하여 마디수*24로 계산한다.)
- 교과자석 다섯 개 걸기 (우리 반은 교과자석을 열 개 모으면 교실놀이터를 만든다.)
-친구끼리 세 마디 이하로 말하기
- 선생님의 질문에도 세 마디 이하로 답하기
- 선생님도 동료 선생님에게 세 마디 이하로 답하기
- 필담으로 대화 가능
- 탓하거나 비난하지 말자.
- 집중 구호 가능
‘몰입’ : 그래야 재밌다!
p.168을 기억하세요.
‘모두 좀 더 다정하고 신중하게 말하면서 깊이 생각할 줄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나는 칠판 한 귀퉁이 아이들의 참담한 스코어가 적혀있는 곳에 서서 내 스코어를 동점으로 적었다.
“다시, 시작이야.”
3교시는 교과선생님과 함께하는 체육시간이었다. 아이들은 어떻게 하고 올까. 나는 기대 반 걱정 반으로 기다렸다.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우르르 말했다.
“선생님, 우리가 졌어요.”
“차근히 얘기해보자.”
“또 개구쟁이들이 규칙 깼어요.”
“근데 애들 다 막 말했어요.”
아, 나의 실험은 이렇게 끝이 나는가. 결국 책 내용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이었나.
그때 한 아이가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다, 그렇진, 않아요.”
누가 봐도 세 마디를 맞추기 위해 애쓴 문장이었다. 아이들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규칙 상 세 마디로 된 문장을 여러 번 말할 수는 없었다. 나는 말을 덧붙여줬다.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해.”
“게임, 끝까지, 해요.”
“좋아. 끝까지, 해보자.”
(글이 길어져서 3편으로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