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망했습니다. (1. 선생님, 이거 칭찬나누기 맞아요?)
3월입니다.
그렇습니다. 교사에게 거의 유일하게 뽐뿌가 오는 시기이죠.
‘올해에는 잘하고 싶다.’
‘작년이랑 다르게 해야지.’
‘방학 때 들은 연수 이렇게 써먹어봐야지.’
‘학급경영 어떻게 해볼까.’
저는 1월에 1급 정교사 자격연수를 들었습니다. 많은 능력자 선생님들의 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저 또한 나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연차가 되었고, 올해만큼은 이상에 가까운 학급을 만들고 싶다, 는 욕심이 또 생겼습니다.
열정은 불타올랐습니다.3월 3일(무려 일요일..!!)에 출근한 저는 학생들에게 배부할 유인물을 만들고, 윤이 나게 청소를 하고, 학급 세우기 활동을 정리했습니다. 밤에는 또 잠을 설쳤습니다. 기대와 흥분으로요.
다음날 만난 5학년 아이들은 세상에나! 기대에 부응해 주었습니다. 똘망똘망한 눈으로 제가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열심히 준비한 학급세우기 활동을 기꺼이 즐겨 주더군요. 믿음이 생겼습니다. ‘올해 이 아이들, 뭘 해도 되겠다.’
3월 11일, 그 날이 왔습니다.(쓰면서도 약간 슬퍼지네요.) 개학하고 딱 일주일이 지난 월요일이었고, 본격적인 교과 수업을 시작하는 날이었습니다. 국어교과 1단원 제목이 [대화와 공감]이더군요. 이번 교과서 쓰신 분들에게 감사하며 재미있게 수업하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제가 세운 1단원 1-2차시 계획은 아래와 같습니다.
[1-2차시 : 칭찬나누기 활동]
1. 교실놀이터를 만들고 둥글게 섭니다.
2. 교사가 먼저 한 학생을 칭찬합니다. 칭찬이 끝난 후에는 들고 있던 털실뭉치를 건네줍니다.
3. 칭찬을 받은 친구는 인사합니다. “칭찬해주어 고마워.”
4. 칭찬을 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을 칭찬하며 다시 털실뭉치를 건네줍니다.
5. 이 과정을 전체 반복하여 ‘털실 거미줄’을 만듭니다.
6. 여기에서 소금같은 교사의 도움말
“너희의 칭찬으로 얼기설기 얽힌 칭찬 거미줄이 만들어졌구나! 칭찬으로 하나가 된 마음을 모아 풍선을 띄우는 미션을 해보자. 1분 동안 버티면 선생님을 상대로 너희가 이기는 거야.”
7. 풍선을 띄우는 활동을 해봅니다.
이 완벽한 수업안을 짜고 저는 기뻐했습니다. 아이들이 얼마나 또 예쁘게 웃으며 활동하고, 저도 뿌듯할지에 대해 상상하면서요.
현실은 달랐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칭찬하는 것을 어려워했습니다. 친구에게서 구체적인 장점을 찾아내거나, 작은 행동에 고마워하는 것에 서툴렀습니다.
“어... 음... 아 누구를 하지? 선생님 누구 할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칭찬할 게 없어요.”
활동은 상당히 루즈하게 흘러갔고, 지루함을 느낀 아이들은 선 상태에서 발장난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마음의 불안함을 숨기며 끝까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어떻게든 활동을 이어가려 애썼지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려 칭찬 거미줄이 만들어졌는데, 이게 생각보다 좀 성겼습니다.
“자~ 풍선을 띄워보자!”
풍선으로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으나 와장창. 성긴 거미줄 사이로 풍선은 맥없이 빠져버렸습니다.
“야! 그냥 튕기지 말고 버텨보자.”
"아니~ 그쪽을 잡지 말고 이쪽 잡으라고!”“더 가까이 붙으라니까? 뭐하는 거야!”
목표점을 향해 어떻게든 나아가려는 아이들은 서로에게 상처를 내며 발버둥쳤고, 저는‘대체 이게 어찌된 일인가’하며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끝내 활동에 실패한 아이들은 시무룩해졌습니다. 저는 크나큰 책임을 통감하며 아이들은 둥글게 앉혔습니다.
“칭찬나누기 활동에서 선생님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 것 같아. 이 활동에서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함께 나눌까요?”
돌아가며 이야기 할 때 아이들은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협동을 잘 못했어요.”“짜증을 많이 냈어요.”
그 모습에 제가 미안해지더군요. 반성할 것은 수업 설계를 더 탄탄히 하지 못한 저인 것을.
“선생님도 솔직히 말하겠어요. 이 활동에서 선생님은 우리 반이 하나된 모습을 기대했지만, 계획을 더 열심히 하지 못해서 여러분에게 아쉬운 감정을 느끼게 한 것 같아요. 선생님이 미안합니다.”
저는 사실 아이들에게 미안하다고 잘 말하는 편입니다.
뭐 교사의 권위를 생각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하시기도 하던데, 저는 그냥 솔직한 모습을 보일 때 아이들도 마음을 연다고 생각해서요.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쓰는 모지란 교사지요...^^...
이번 활동의 실패를 통해 배운 점이 있습니다.
1)이 활동은 아이들이 칭찬나누기에 익숙해졌을 때 하는 것이 좋겠다.2) 처음에 거미줄을 만들 때 앉아서 시작하면 아이들이 “다리 아파요.”라고 안 한다.
3) 풍선을 튕기기 시작할 때 좀 더 가까이 모여서 털실을 팽팽히 당기게 하면 좋겠다.
교실에서 매일 크고 작게 실패하는 저, 스스로 괜찮다 토닥토닥 위안해봅니다.
다음에는 부디 성공기를 쓰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