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연극을 배우다12]스토리 드라마(feat.쏘피가 화나면-정말, 정말 화나면....)
시간은 지나서, 벌써 2학기가 되었다.
2학기의 한 수업에서는 ‘스토리드라마’라는 분야의 교육연극을 배우게 되었다.
* 잠깐, 스토리드라마STORY DRAMA란?
사실.... 한마디로 설명하려니 잘 정리가 되지 않네요. 아무리 제가 ‘배우는’ 이야기라 어설프다고, 교육연극의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사족을 달아도 조금 더 잘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들어 저도 오랜만에 공부를 해보았습니다.
먼저는 검색의 힘을 빌려 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G**gle과, N**er포털 검색창에 ‘스토리드라마’를 쳐보아도 이렇다한 답은 나오지 않습니다.
'스토리'와 '드라마'를 조합한 어떤 검색결과만 나옵니다. 스토리드라마가 유니크한 전문 용어이긴 한가봅니다. 덕분에 오랜만에 2년 전에 공부하던 종이들이 담긴 파일을 찾아 열어보았습니다. ‘스토리드라마: 사회문화적 구성주의 읽기 교육(김주연, 2016.)’라는 제목의 논문을 찾았습니다.
스토리드라마 수업을 가르쳐주신 교수님의 글이니 정보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한참을 읽다보니 스토리드라마의 정의가 나오네요.‘스토리에 의해 촉발된 즉흥 역할극’이라고, David Booth가 명명한 용어라고 합니다.(오늘 이야기 나눈 ‘쏘피’ 수업도 논문 속에도 등장합니다. 혹시 관심있으신 분은 찾아 읽어보세요!)
조금 더 설명을 덧붙여보겠습니다. 여기서 스토리STORY는 말 그대로 이야기입니다. 보통 잘 알고 있는 전래동화 등이 쓰이기도 하는데 주로 그림책을 많이 활용하였습니다. 드라마DRAMA는 상연을 중심으로 하는 연극Theatre과는 달리 과정 자체가 목적이 되고, 즉흥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에 의해 촉발된 즉흥역할극’이라고 정의되는 것이지요.
논문을 다시 읽어보면서, 스토리드라마STORYDRAMA를 배웠던 기억들을 다시 되새겨보았습니다. 그렇게 스토리드라마에 대해서 제 나름 대로 정의를 내려보자면,
‘이야기에 구멍을 뚫고, 구멍난 그 부분에서 참여자들이 본인의 경험이나 생각을 연극적으로 표현해보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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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게 된 이야기Story는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라는 동화책이었다.
사실, 이전에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 그림책이었다. 학교에서 저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선배가 아이들과 감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좋은 동화책이라고 추천해주었었던 것이었다. 그래도 읽어본 적은 없었기에, 어떤 이야기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갑자기 이야기의 중간 페이지가 펼쳐진다.
1. <화가 난 쏘피>
화가 잔뜩 난 쏘피의 얼굴을 함께 보았다.
“쏘피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
“그걸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아, 쏘피의 눈은? 입은?”
“여러분도 최근에 이렇게 화가 난 적이 있었나요? 짝과 이야기 해봅시다.”
최근에 어떤 일이 나를 저렇게 화나게 했더라? 쏘피의 화난 표정을 보며 그 상황 속에 내가 들어간다.
“이야기 나누었던 것들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것을 골라서,
짝과 함께 사진(정지동작, 타블로)으로 표현해봅시다.”
정지동작을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어떤 상황인 것 같은지, 추측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여기서 잠깐, 땡!과 딩동댕!이 없는 교육연극, 기억하시죠? 기억 안 나시는 분들을 위해, 클릭하시면 이전 글로 넘어갑니다!)
“여러분은 이런 이유들로 화가 났었군요.
자, 그럼 이번에는 쏘피가 왜 화가 났는지 함께 볼까요?”
2. <쏘피가 화가 난 이유>
다시 이야기의 앞으로 돌아간다.
쏘피는 고릴라 인형을 가지고 언니와 다툼이 생겼다. 심지어는 언니가 고릴라를 가지고 가면서 쏘피는 넘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화가 났다. |
“쏘피는 이래서 화가 났네요.
그런데, 쏘피가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인가요?“
잠시 짧은 토론을 한다. 당연히 화가 날 거라고 쏘피의 편을 드는 사람도 있고, 언니가 “내 차례야” 하는 걸 보니 쏘피가 떼를 쓰는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엄마가 언니 편을 드니 속상했을 거라고 이해하기도 하고, 엄마까지 언니 차례라고 하는 걸 보면 쏘피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이야기를 마저 읽는다.
화가 난 쏘피는 발도 굴러대고, 소리도 지른다. 폭발하는 화산처럼 화가 터져나온다. |
“이렇게 화가 났던 쏘피는,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3. <쏘피의 화가 풀림>
“쏘피의 표정이 어떻게 바뀌었죠?”
“쏘피의 화가 다 풀렸나봐요.
아주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네요.
여러분은 화나 짜증, 이런 감정을 어떻게 푸나요?
자신만의 방법을 정지동작으로 표현해 봅시다.”
모둠별로 돌아가며 표현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관찰하는 방식으로 발표를 대신한다. 학우들이 화를 푸는 방법들은 다양하다. 음악을 듣는다, 잔다, 먹는다, ... 학우들의 다양한 방법을 보면서 ‘아! 나도 저렇게 해도 화가 풀리는데!’ 공감을 하기도 한다.
“자, 그럼 쏘피는 어떻게 화를 풀었을까요?
쏘피는 한참을 달린다. 엉엉 울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숲 속을 바라보면서 산책을 하면서 점차 화를 풀었다. |
이렇게 책 한 권을 함께 다 읽었다.
그동안 나도 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준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 내가 했던 그림책 낭독과는 다른 점이 있었다.
첫째는, 책을 순서대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늘 수업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아래와 같다.
동화책을 학생들과 함께 보면서 “여러분도 이런 비슷한 경험이 있었나요?”는 아주 단골 질문이었다. 만약 평소처럼 이야기의 순서대로 쏘피의 이야기를 읽은 후에 저 질문을 받았으면, 형제들과 싸웠던 일로 좁혀져져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림책을 순서대로 보지 않은 덕분에 주인공의 경험으로 생각이 좁혀지지 않고 나의 경험과 감정에 집중하여 생각해볼 수 있었다.
둘째는, 쏘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오늘 수업은 이야기의 안(소피의 이야기)과 밖(나의 이야기)을 오가며진행된다. 쏘피의 화난 표정을 보면서 내가 화가 났던 일을 떠올린다. 표정이 풀린 쏘피를 보며 내가 화를 푸는 방법을 생각해본다. 결국 동화책 하나를 모두 읽으면서 이야기 속 쏘피를 만나는 것과 동시에, ‘서로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이라고 제목 지을만한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진 것이다. 내 얘기에 집중하면 남의 이야기가 안 들릴 것 같은데 오히려 나의 이야기를 충분히 한 후여서인지 더욱 소피의 경험에 귀 기울이며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었다.
쏘피 이야기는 교실에서 바로 수업을 해볼 만큼 딱!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스토리드라마를 배우면서 나의 한계도 마주치게 되었다.
*다음 이야기에서 스토리 드라마를 만드는 방법과 함께, 스토리드라마를 배우면서 깨닫게 된 제 모습! 함께 나누어보겠습니다.
/ 서울교대 교육연극지도교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적는 글입니다. 제가 기록한 내용들이 모두 교육연극의 정설이나 정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