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교실27] '장애인 놀림' 사건, 뜻밖의 결말
"금요일 1교시에 꼭 와주시면 좋겠어요. 도움반 공개수업이 있어요."
표현이 낯설었다. 도움반(특수교육반) 선생님은 '꼭'이라는 당위성 멘트를 날리지 않는 사람이다. 그녀는 언제나 친절하며 남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다. 올해 들어 처음 들어보는 부탁조 메시지였다. 사실 공개수업이야 모든 선생님들이 일 년에 두 번 하는 거니까 그 시간에 다른 수업이 있으면 안 가도 그만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그냥 좀 미안하네' 하면서 넘어가겠는데 이번엔 망설여졌다.
"혹시 교장, 교감샘도 오시나요?"
따각따각, 소심하게 손가락을 눌러 관리자들이 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 메시지를 보냈다. 흠... 하... 답장이 없었다. 보낸 쪽지함에 보니 수신확인에 체크가 되어 있는데 왜 반응이 없는 걸까? 괜히 쓸데없는 쪽지를 보냈나 하고 후회하던 찰나 '삘리리' 전화가 걸려왔다. 내선번호 570. 도움반이다.
"네 감사합니다. 4학년 2바안~"
"선생님 아까 쪽지 보셨죠? 사실 요즘에 Y가 많이 힘들어해서 격려해주시면 해서요."
수신 멘트가 끝나기도 전에 말을 가로막은 건 뜻밖에도 Y 소식이었다. Y는 도움반에서 국어, 수학 수업을 받는 우리 반 남자애다. 말수는 적어도 뽀얀 피부에 늘 생글생글 웃고 다녀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녀석. 그런데 Y가 힘들어 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 식사하시고 잠시 도움반에서 말씀 나누실 수 있으세요?"
"애들이 자꾸 못한다고 놀려요, 장애인이라고..."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별관 3층 교실로 쫓아갔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하자 가녀린 체구의 도움반 선생님이 약간 어두운 표정으로 의자를 빼주었다. 요즘 Y가 도움반 수업에 계속 지각을 해서 까닭을 캐물으셨단다. 그런데 Y의 대답이 화단에서 닭을 봤다고 했다가, 화장실에 들렀다고 했다가 횡설수설이었단다. 느낌이 이상해서 공부하던 교재를 덮고 상담하길 수십 분째, Y가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말하길.
"애들이 자꾸 못한다고 놀려요. 장애인이라고, 딸린다고."
선생님은 그 대사를 읊으며 왼손 검지를 관자놀이 주변에서 빙빙 돌렸다. 아찔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숨을 고르고 찬찬히 들어보니 우리 반 남학생 두 명이 저지른 일이었다. 평소 믿고 아끼는 놈들이었다. 꼼꼼히 살피지 못하고 방치했다는 미안한과 죄책감이 식은땀이 되어 흘렀다. 제대로 지도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 숙여 사죄드리며 도움반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