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이런 그림책이?]#1.부모님 제대로 키우는 법 : 아이는 깔깔, 엄마아빠는 뜨끔
서점에 가면 온갖 종류의 ‘양육서’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부모님 ‘제대로’ 키우는 법>이라니!!
제목부터가 참 신선했다.
아이를 처음 낳으면, 부모들은 당황한다.
갓 태어난 아이를 어떻게 먹이고 씻기고 돌봐야하는지도 낯설고,
이 아이가 왜 우는지, 이런 행동이 정상(?)인지 아닌지도 분간이 잘 안된다.
첫째를 낳고 병원을 퇴원하고 집으로 온 첫날,
(난 조리원에 가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뭔 배짱이었는지 원...;;;)
우리 아이가 갑자기 온 몸과 얼굴이 빨개지면서 용트림을 하고 힘들어했다.
얘가 어디 아픈건가? 왜 이러지? 싶어서 한참 불안하던 순간, 아이는 “꺼억~”하면서 트림을 했다.
아직 자기 몸을 잘 조절하지 못하는 갓난아기들은
트림, 방귀 등등의 생리현상을 표출할 때 그런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 사실을 모르던 엄마만 하루에도 수차례 불안에 휩싸였던 것이다.
이런 초보 부모들에게 양육서는 꽤나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이가 조금 자라서 유치원/학교에 다니게 되면, 양육서가 달라진다.
많은 책들이 주로‘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까’ ‘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같은 부제를 달고 나온다.
즉, 아이를 부모가 바라는 모습으로 길러내기 위한 루트나 방법에 대한 책으로 바뀐다.
이 책, <부모님 제대로 키우는 법>은 그런 양육서적을 살짝 비꼬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이 문장은 정말 획기적이다.
“교육이란 다른 사람이 내 마음에 딱 들때까지 훈련시키는 거래요.”
그림책의 주인공이 부모를 교육시키기 위해 하는 말들을 들어보면, 왠지 흠칫흠칫 놀란다.
“내 방을 치우시면 한 편 더 볼 수 있어요.”
“부모님 물건이 사방에 널려있으면 어떻게 내가 제대로 놀 수 있겠어요? 나는 손이 두 개밖에 없다고요!”
“우리 얘기가 끝날 때까지 제발 조용히 하세요!”
“이번만 특별히 허락할테니 차에 가서 나를 기다려도 돼요!”
어디선가 많이 보고 듣고, 혹은 해본 것 같은 그런 말들이었다.
아이의 교육을 통해, 시간이 가면 갈수록 부모님들은 얌전해져간다.
이 문장이 뭔가 어색하고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부모의 교육을 통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는 얌전해졌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내가 하는 교육행위는 무엇을 위한 것일까 싶은 고민을 한다.
나는 ‘교육적’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지만, 실은
‘내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로 기르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하는.
내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를 기르는 것은 과연 교육일까?...
인권을 이야기하는 입장에서 선생님들과 인권교육을 나눌 때 꼭 하는 말이 하나 있다.
“주어를 바꿔도 괜찮을까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마음을 다잡아본다.
누군가를 ‘훈련’시켜서 ‘내 맘에 드는’ 행동을 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고.
이야기의 결말은 제법 훈훈하다.
아이는 부모에게 칭찬과 격려, 대화를 통해 다른 관계를 맺어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마음놓고 자신의 모습 그대로 있으려면 규칙 말고 다른 것이 필요해요.
그건 아마 ‘사랑’일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