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가 되어 학교를 보다]#5. 섣부른 학부모 교육은 이제 그만.
2016년 3월 1일자로 육아휴직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2년째 육아휴직 중이다.
교사라는 직무를 벗어나,
온전히 학부모로 살면서 내가 갖게된 가장 큰 깨달음은
그동안 내 자신이학부모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해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중학교 때 한 선생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올랐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말일테다.)
‘이해하다’라는 낱말을 영어로 하면 understand 잖아요?
under, 아래라는 낱말과 stand, 서다라는 낱말이 합쳐진 낱말이지요.
즉, 상대의 아래에 서서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이해하는 것이에요.
돌이켜보니, 그동안 나는 학부모의 아래에 서지 못했던 것 같다.
말로는 학부모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학부모의 위에 서서 그들을 판단하고,
그들을 ‘가르쳐야 할 대상’, 혹은 ‘교육의 대상’으로 봤었다.
나는 교사이기에 학부모보다 교육에 대해서는 더 잘 안다고 생각했고,
아이가 1학년이면 학부모도 1학년이나 마찬가지니까 가르쳐야 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학부모가 가진 교육에 대한 오개념과 잘못된 믿음을 ‘고쳐줘야’ 한다고 굳게 생각했었다.
엄마들은 학원이나 사교육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처럼 보였고,
교육에 대한 전문 지식도 없으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의심하고 태클을 건다거나,
혹은 ‘간섭’한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얼마나 오만하고 얼마나 섣부른 생각이었나 싶다.
물론, 학부모교육은 필요하다.
하지만 ‘잘못하고 있는 학부모들을 바른 길로 인도하는’ 식은 안된다.
그런 오만한 마음으로 학부모교육이 이뤄져서는 안된다.
학부모교육은 학부모가 더 나은 결정과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하고,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어야 한다.
학부모가 교사와 더불어 아이를 더 잘 자랄 수 있게 도울 수 있도록,
아이에 대해, 아이가 생활하는 학교에 대해, 교육철학과 방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나누어야 한다.
학부모와 교실, 학부모와 교사, 학부모와 아이가 분리된 교육은 무의미하다.
무엇보다도, 학부모교육을 하기 앞서, 선행되어야 할 조건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바로 학부모 아래에 서서 '이해'하는 것이다.
학부모를 온전히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
학부모를 ‘가르치고 이끌고자’ 하는 마음 이전에,
그들이 처한 상황을 온전히 ‘공유하고 인정’하는 것.
학부모들의 생각과 의견이 다 옳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고,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학부모의 입장에 서서 고민하고 생각해보지 않는다면,
학부모교육은 무의미한 일이 되기 쉽다.
학부모의 입장에 서서 학부모의 생각과 마음을 '공유'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교사는 학부모를 이해할 수 있고,
또 학부모를 교육의 대상이 아닌 ‘교육의 동반자’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교사가 학부모를 동반자로서 존중하고 먼저 손내밀 수 있을 때,
그제야 학부모도 그 손을 마주잡고 아이의 더 나은 성장을 위해 협력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