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입체적으로 배우자! '친구낱말/원수낱말'
#. 배웠다는 증거
고등학생 때, 한 선생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있습니다.
‘공부를 잘 한다’라는 것은 일상생활 속에서 쓰지 않는 용어와 낱말에 익숙해지는 것이라고,
그 용어와 낱말을 적재적소에 구사하는 것이 배웠다는 증거라고요.
이 말이 옳은지 그른지를 논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세상을 구성하는 새로운 ‘낱말’과 ‘개념’들을 익힙니다.
기실, 배움의 상당 부분은 ‘새로운 개념과 용어’의 습득이기도 하지요.
다만, 아이들의 배움과 교실의 수업은 ‘용어의 정의를 암기하는’ 데 머무를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은 시험이 끝나거나 학년이 바뀌면 쉽게 용어를 잊습니다.
또 낱말의 개념을 명료하게 이해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제 고등학교 선생님의 ‘배웠다는 증거’에 대한 설명에 따르면,
아이들은 ‘배우지 못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용어나 개념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배울 수’ 있을까요?
‘친구낱말/원수낱말 활동’을 소개합니다.
#. 수업의 한 장면
교사: “<민주주의>와 친한 낱말, 그리고 어색한 낱말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모둠별로 함께 토의해서 3~4개의 낱말을 떠올립니다.
용용이: “친한 낱말에는 선거, 투표, 대통령, 자유가 있습니다.”
땡땡이: “어색한 낱말에는 왕, 북한, 독재가 있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의 발언을 잊지 않도록 칠판에 낱말들을 받아적습니다.
때로는, 모둠의 한 친구가 앞으로 나와 토의 결과를 ‘칠판나누기’ 하기도 합니다.
아이들의 의견을 다 들은 후, 교사가 질문합니다.
교사: “용용이 모둠에서는 왜 ‘자유’가 민주주의과 친한 낱말이라고 생각했나요?”
“땡땡이 모둠은 왜 ‘북한’을 민주주의와 어색한 관계에 있는 낱말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질문을 받은 아이들은 간혹, 당황해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곧잘 대답합니다.
용용이: “뉴스 같은데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을 자주 들었어요.”
땡땡이: “북한은 김정은이 독재를 하고, 공산주의 나라니까요.”
#. How to? Why?
보통, 교과서나 수업 장면에서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는 1~2줄로 잘 정리된 ‘정의’의 형태로 제시됩니다.
일반적으로 이것은,
‘토의’할 대상이 아닌,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가르쳐집니다.
아이들은 용어의 정의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도록 달달 외우는데 에너지를 집중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교사도 학생도 개념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보기 어렵습니다.
친구낱말/원수낱말 활동은 말 그대로,
수업 시간에 등장하는 새로운 개념이나 용어와
비슷하거나 혹은 어색한 낱말을 꼽아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개념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은 특히 ‘도덕과’나 ‘사회과’의 가치개념이 나오는 장면에서 추천합니다.
아이들이 가치를 ‘당위적’인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고민해 볼’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 방식은 단순히 ‘친구낱말/원수낱말’을 찾는 데에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왜 비슷하다고 생각하는지, 혹은 왜 어색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고 답하는 ‘대화’가
교사와 아이, 아이와 아이 사이에 활발하게일어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렇기에 ‘수업의 장면’에서도 개인별로 대답하기 보다는
‘모둠의 의견’을 모아보는 작업이 선행되었습니다.)
대화와 토의 이후에는, 학급 전체가 함께 선정한 ‘친구낱말’을 사용하여
‘주제 낱말’을 새롭게 ‘정의’내려보는 활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교실에서 함께 만든 정의가 때로는 교과서에 나오는 것보다 멋질 때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들은 개념을 입체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 이 활동을 하면서 배움에 흥미를 느낍니다.
아이들의 언어가 풍부해지고 세밀해지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활동,
함께 해보지 않으시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