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활동, 뭘하지?]나는 네가 집에서 하는 행동을 다 알고 있다! 문자제보 받기.
"저거 누구에요?"
"혹시 우리 엄마가 보낸 거에요?"
"저죠? 저거 저 맞죠?"
아이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초롱초롱+긴장+당황+의혹+웃김 등등, 온갖 감정이 스치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아이들이 수업으로 쏙 빨려들어온다.
바로, 학부모님들이 보낸 문자를 공개하는 순간이다.
4학년 2학기, 국어 3단원의 제목은 <대화를 나누어요>.
상대방을 고려하는 말하기와 관련한 단원이다.
이 단원의 수업을 하기 1주일 전, 다음과 같은 문자를 학부모님들께 보냈다.
학부모님들은 2~3일에 걸쳐 길고도 상세한,
아이들의 '생활실태'를 적나라하게 적어서 보내주셨고,
교사는 문자들을 잘 캡쳐하여 수업의 시작 부분에 아이들에게 공개했다.
** 주의할 점!!:
절대로 누구와 관련한 내용인지 밝히지 않습니다.
의도치않게 상처받을 수 있어요.
혹시, 해당 아이가 자신임을 추리하여 맞추더라도 '프로페셔널'한 표정관리를 통해 넘기세요.
한번 넘어가면 다 밝혀야 할 수도 있습니다. =)
가장 효과적이고 이상적인 수업은 '아이들의 삶과 연결'되는 수업이라는데,
교실 속 수업은 그러기 쉽지 않다.
종종, 수업의 내용은 교과서 속에 박제된 채,
아이들의 삶과 유리되어 존재한다.
이런 증상은 특히 '도덕' 수업에서 더더욱 잘 드러나는 편인 듯 하다.
수업 내용과 아이들의 삶을 연결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교사들이 가장 많이 쓰는 손쉬운 방법은 '발표'.
"이것과 관련한 경험이 있는 사람? 이야기해줄 수 있을까요?"
아이들의 솔직한 발표는 수업을 무척 생생하게 만든다.
1~2학년 아이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경쟁적으로 하면서 수업을 즐긴다.
하지만, 고학년이 되면 될수록, 아이들은 발표를 어색해하면서
수업이 '침울한' 기운으로 가득차기 일쑤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방법이 바로 '학부모님들의 문자 제보'를 받는 것.
학부모님들께서 제보해주신 아이들의 실제 삶이 교실 속에 펼쳐지는 순간,
별다른 동기유발 활동이 없어도
그 자체로 수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진다.
아이들은 화면 속에 펼쳐지는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보면서
스스로의 삶의 모습을 가다듬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물론, 아이들은 아이들인지라, 그 순간 가다듬은 마음가짐이 오래가기는 힘들다. ㅎㅎ)
이 수업팁은 그래서 '도덕' 수업에 참으로 유용하다.
이 글에선 '사진자료'가 남아있는 국어 수업을 예시로 들었지만,
국어/도덕/사회/체육... 과목을 불문하고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학부모님들의 문자 제보 활동을 잘 쓰기 위해서는
몇가지 조건이 있다.
1) 평소, 학부모님과의 '교류'가 있어왔을 것.
아무런 문자 연락 등이 없다가 어느날 갑자기 이런 문자가 온다고 해서
학부모님들께서 선뜻 협조해주시지 않는다.
2) 수업이 끝난 뒤, 학부모님들께 밴드 등을 통해 활동 결과를 공유하자.
다음에 비슷한 수업활동을 할 때는 더더욱 전폭적인 협조를 얻을 수 있다.
3) 학부모님의 제보를 바탕으로 아이들을 '쪼거나 평가하지' 않을 것.
수업활동으로 끝나야 서로 즐거운 수업이 될 수 있다.
4) 문자 제보를 받는 기간은 최소 1주일 정도는 확보할 것.
당장 내일 수업을 위해 문자 제보를 요청하는 것은 서로 마음이 조급하다.
교사는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지고, 학부모 역시 피상적인 내용만 이야기해주게 된다.
5) 너무 자주 사용하지 말 것.
학기 당 2회 정도가 적당하다.
그보다 많아지면 아이들도 식상해하고, 학부모님들도 귀찮아한다.